마춤뻡ㅈㅇ ㄵㅈㅇ 늘어짐ㅈㅇ.... 그 외의 온갖 것 다 ㅈㅇ 광광
후거카이
3
-어머니!
임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벼운 발소리들이 타닥타닥 귀를 울렸다. 황제의 명을 받고 강좌를 시찰하러 갔다가, 그 김에 수의 주장으로 랑야각까지 들른 탓에 예정보다 기간이 늘어났다. 아이들을 가지고 나서는 배려를 해준다고 전장에 나가야 할 때 외에는 주로 금릉에서의 일을 보았던 수와 경염인지라, 특히 수는 익숙한 랑주에 들어서자마자 금릉인 양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을 붙들어 매는 것이 어찌나 힘들던지. 강호에 여기저기 볼 거리가 많다며 좀 더 있자는 수를 만류해 그 정도였다. 게다가 경염도 종종 신세를 지고 있는 노각주가 툴툴거리면서도 이것저것을 챙겨주는 바람에 짐도 늘어나 결국 수레 한 대를 더 빌려서 와야 했다.
경염은 제일 먼저 달려와 품에 안긴 아이를 들어올렸다. 고작 한 달 반 남짓 못 보았다고 금세 안기는 몸이 전보다 묵직했다. 막내에 여자아이지만 다른 형제들보다 수를 가장 닮아서, 달려오는 속도는 제 또래 아이들과 겨뤄도 지지 않을 정도였다. 맑게 웃음꽃을 피워낸 아이가 경염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아이들 특유의 따끈한 체온이 목을 간지럽혔다. 무릎께에 올망졸망 모인 아이들이 저마다 아우성쳤다. 나도! 나도 어머니한테 안길 거야!
-이 녀석들. 어머니만 반갑고 이 아비는 안 반가운 게지?
붉은 갑주를 입은 수가 경염의 품 안에 있던 소녀의 도화색 옷자락을 잡아당기던 남자아이의 볼을 살풋 꼬집었다. 아야! 하고 볼을 부여잡은 아이를 보며 막내가 혀를 베에- 내밀었다.
-아니, 소자는 그런 것이 아니라…
-되었다. 나는 다시 랑야각이나 가야겠구나.
-아니에요! 아버지도 보고 싶었습니다!
-형님 말이 맞습니다. 큰 형님은 아버지가 보고 싶다고 막 울었는 걸요!
아이가 쩔쩔매며 휙 뒤돌아선 수의 망토자락을 손에 쥐었다. 말은 차갑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지만 벌써 눈에 장난기가 그득했다. 수의 입가가 씰룩거렸다. 네 아이의 아버지이지만 이럴 때는 영락없는 소년 시절과 꼭 같았다. 그래도 이제 그만 해야지. 울먹거리는 아이들의 머리를 쓸어주며 경염이 한 마디 하려고 입을 열려 하자 다급하게 수가 눈을 크게 뜨고 제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아버지가 되어가지곤, 애들 놀리는 게 그리 재밌더냐?
아이들 울먹이는 소리가 안채까지 들리더구나! 하고 호통을 친 임섭이 들고 있던 섭선으로 딱 소리가 나게 수의 뒷머리를 가격했다. 적염군 원수의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고-사실 일방적으로 떠넘기고- 진양과 유유자적하게 살고 있다지만 군을 호령하며 전장을 가르던 대원수의 힘은 어디 가지 않아 수가 머리를 부여잡고 쭈그려앉았다.
-숙부 오셨습니까?
-정왕 전하께서 못난 아들놈을 보살피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건 어찌 나이를 먹어도 저 모양이니… 누굴 닮아서 그래?
-아으, 아버지!
-경예 반 만큼이나 닮아봐라, 응? 네 녀석이 공자방 1위였다니 랑야각도 단단히 잘못된 것이 분명해.
-그러는 아버지는 국구어르신 반만, 아!!
이게 아직도 덜 맞았구나! 오랜만에 대련이나 하랴? 하며 섭선을 놀리는 임섭 덕에 수가 울상을 지으며 경염의 뒤로 숨었다. 아이들은 어느 새 임섭의 뒤에 다닥다닥 붙어서 제 아버지가 조부에게 골려지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었다. 누굴 닮았겠어요. 어릴 적에 수가 경예와 예진을 후원 나무에 묶어놓고 도망쳤을 때 똑같이 당해보라며 적염군 훈련장 나무기둥에 수를 묶어놓았던 임섭을 떠올리고 경염이 조용히 웃었다.
-경염, 경염, 네 서방 죽는다!
결국 수가 우는 소리를 하자 임섭이 쯧쯧 혀를 차고 섭선을 소매 안에 넣었다.
-그런데 어찌 임부에 먼저 오셨습니까. 황궁에 먼저 들릴 줄 알았는데?
-아, 태황태후께서 아이들이 보고 싶다 하셔서 황형께서 임부에 들러 아이들을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이제 태황태후께서 나보다 아이들을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니까.
-그 동안은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그러신 게지. 수아 너는 우선 나 먼저 보고 가라.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
-예에.
-아가, 할애비 따라오너라.
-옌옌. 금방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려.
막내를 넘겨 받은 수가 볼에 입을 맞추고는 임섭의 뒤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품이 헛헛했다. 수의 입술이 닿아 잠시 따뜻했던 볼이 식어가도 수는 돌아오지 않았다.
모두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경염도 알고 있었다. 수아는 열 아홉의 얼굴 그대로였고 옹기종기 모여들던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은 흐릿하다. 임 숙부도 태황태후도, 보위에 오른 형님도 경염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끔찍하게 달콤하기 짝이 없는 꿈이다. 왕부 시절부터 옛날이 사무치게 그리운 날이면 꾸었던 꿈이었다. 그런데도 품에 닿았던 아이와 수의 체온이 원망스럽게 현실같았다.
임부를 터덜터덜 걸었다.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꿈에도 찾아오지 않는 이가 떠올랐다.
너를 탓할까. 어째서 꿈에도 찾아오지 않느냐고. 아주 가버린다고 하여 정말 꿈 속에서까지도 영영 모습을 보이지 않을 참이냐고. …혹시, 속을 졸이며 그리워하는 이는 나 하나 뿐인 것은 아닌지.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졌다. 흘러나오려는 것을 참으려 해도 한 번 터진 눈물은 막기 어렵다. 소매로 얼굴을 닦기도 한계였다. 꿈 밖에서 흘리기 어려운 감정을 꿈 속에서 모두 토해내기라도 할 것인 양 서러움이 넘쳤다.
-수야, 수아야…….
이름을 부르면 와주지 않겠니.
-……매랑.
이리 불러도, 오지 않을 테야?
그 때였다. 사박사박 조용한 발걸음이 가까워졌다. 잊을 수 없는 걸음이었다.
-폐하.
미색 옷을 입은 내 고운 서생.
*
-폐하!
다 흘리지 못한 눈물이 귓가로 떨어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꾸는 꿈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실로, 매장소가 그의 꿈에 얼굴을 내비추는 것은 처음이기도 했다.
황제는 멍한 정신을 다잡았다. 꿈은 꿈으로 남겨야 했다. 정인의 피로 얻은 황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폐하?
-…황후?
-예. 신첩이옵니다.
-어찌 하여…….
황후의 안색이 창백했다. 곁에 있는 태의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기억이 나지 않으시는 게지요. 사흘이나 누워계셨습니다. 태후마마께서는 반 각 전에 돌아가셨구요.
-내가, 쓰러졌었소?
-예. 이러다 일어나지 않을까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아십니까?
황제는 기억을 더듬었다. 정무를 마치고 처소에 돌아와서 남은 상소를 정리하다 초가 거의 타들어간 김에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누운 것이 마지막이었다.
-허면, 정무는 어떻게 되었소?
그 말에 태의가 한숨을 쉬었다. 태의는 황궁 안에서 셈하자면 고 태감만큼이나 오래 황제를 보필한 이였다. 선선대 황제부터 시작해서 선대 황제, 지금의 황제까지 세 명의 황제를 모신 태의지만 일어나자마자 묻는 것이 정무라니. 젊은 황제가 제 몸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은 금릉 밖의 부랑자들도 알 만큼 유명했지만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황제는…….
-정무는 잊으십시오, 폐하. 몸을 보중하셔야지요. 태중의 아기씨도 그걸 바랄겁니다.
-아…….
-설마, 알고 계셨습니까? 폐하께는 송구하오나 정신을 잃으신 중에 시침을 할 때 배가 제법 불러온 것을 보았는데, 족히 몇 달은 되어보였습니다. 알고 계셨지요?
-…알리지 않아 미안하오.
-그러니 부디 몸을 지켜주세요, 폐하. 신첩도, 태의도, 황궁의 어느 누구도 그보다 더한 것을 바라는 이는 없을 겁니다.
황후가 웃으며 황제의 손을 꼭 잡았다.
초야 날 붉은 너울을 걷어주며 미안하다 말하는 저에게 '어차피 아이는 가질 생각이 없었으니 괜찮습니다.'하며 웃어주던 그녀였다. 미안함에 한참을 앞에 놓인 잔만 만지작거리자 황후는 지금처럼 황제의 손을 잡았었다.
'제가 전하께 바라는 것은 하나 뿐입니다.'
'그것이 무엇이오?'
'전하께 연심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불경한 말이지만 저를 친우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그것 뿐이면 됩니다. 서로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우요. 그런 존재가 하나 쯤은 있어야 전하께서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어요?'
'…괜찮겠소?'
'아, 하나만 더 바래도 될까요? 머리장식이 너무 무겁습니다. 이것들은 전하께서 내려주는 것이 법도이니 내려주세요.‘
얼떨떨하게 머리장식을 내려주자 샐쭉 웃어보이고는 그대로 잠을 청했었다.
부인에게 친우가 되자는 말을 듣는 못난 지아비였지만 그녀가 바라는 것이 그것 하나 뿐이라면 황제는 능히 들어줄 수 있었다. 연정은 모두 한 사람에게 쏟아내어 그녀에게 줄 것은 새장같은 황궁에 묶인 몸이라는 동질감에서 나오는 연민과 미안함 외에는 없었으니. 그렇게 황후와 가까워져 어느 덧 황제도 그녀를 친우라 여길 수 있었다.
-헌데, 신첩이 하나 여쭈어도 될까요.
올 것이 왔구나.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의는 잠시 물러가도록 하시오.
-예, 마마.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불러주십시오.
-여부가 있을까.
태의의 모습이 문 밖으로 사라졌다.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 황후가 입을 열었다.
-폐하. 혹… 그 분이 맞습니까?
황제에게 들릴 만큼만 나직하게 말하며 황후가 황제의 손에 글씨를 그렸다.
'梅’
손가락이 획을 그려나간 자리마다 후끈거리는 열이 났다. 칼로 베이지도, 인두로 달궈지지도 않았건만 닿은 자리마다 자기주장을 하듯이 간질거리기도 했다. 글씨 하나로도 이렇게 아픈 것을 어찌 해. 이렇게 아프면 어떻게 하라고.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글자가 마음을 파고든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기묘한 표정을 하고 황제가 손을 쥐었다. 손바닥에 글씨가 남은 것도 아닌데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매장소. 수아. 매장소… 수아.
-…역시 그렇군요.
-어찌 아셨소.
-우선, 죄를 청합니다. 신첩이 폐하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이전에 그 분께 잠시 신세를 졌던 적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분이 속한 곳에서요.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들었다.
답답한 금릉이 싫어 치기로 강호에 나가 위험에 처했을 때 마침 맹에서 그녀를 구해주었다고. 그 때 저를 돌보아준 이에게 연심을 품었으나 맹의 일원인 것만 알고 이름도 알려주지 않아 도저히 찾지를 못해 금릉에 돌아와서도 며칠이나 상사병에 앓았다고. 큰 맘을 먹고 랑야각에 의뢰를 해보았으나 알려줄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했다. 그 사람을 찾으려 강호에 다시 나가려 해도 호되게 앓은 딸을 걱정한 가족들이 사람을 붙여 금릉을 나갈 수도 없었다고도.
-소철이 맹의 종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무작정 그 사람을 찾아가려 했습니다. 혹시나 그 이를 알까 싶어서요. 그런데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혹시 그 분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까 싶어서요. 만일 듣게 된다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황제는 이미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았다. 세상에 유일하게 남아있을 것 같았던 태양과도 같은 이가 하루 아침에 역적으로 몰리고, 감히 언급도 하지 못한 채 더 이상 같은 하늘 아래서 숨 쉬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감정을. 하루하루 칼이 살갗을 저미며 낫지 않아 진물이 나오는 상처에 또 다시 소금을 뿌리고 잊지 말라는 듯, 잊어서는 안 된다는 듯 가슴을 찢어놓는다. 차라리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받기보다는 아예 생사를 모르는 게 덜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그 분께서 서신을 보내셨습니다. 혼례식 전 날 밤에요.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간택되리라고 생각치 못했던 태자비 자리에 오르게 되어 심란한 마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날. 음인인 태자에게 시집을 가게 되어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 더 이상 그 분을 찾지도 못하겠구나 상심하기도 하고 기분이 널을 뛰었었다. 쉬이 잠이 들지 못하던 때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열어본 문에서 봉투 하나가 툭 떨어졌었다.
그 동안 알려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어구로 시작하는 서신이었다. 그리고 뒤에 그 사람의 서신이 있었다.
-적염군이었다고 하셨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기필코 그런 후안무치한 죄를 지은 적은 없지만, 무결하여도 죄인의 몸이라 자신을 찾는 걸 알면서도 선뜻 제게 나설 수 없었다고… 그리 써있었습니다.
귀한 자리에 오르신다 들었습니다. 제가 소저를 어떻게 생각하였는지는 더 이상 중요한 일이 아니겠지요. 이 미천한 죄인은 잊으시고 부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주십시오.
그 서신을 받고 얼마나 울었던가. 張天. 이름자를 헤어질 듯이 만지며 마지막에서야 이름을 알려주는 이를 원망하다가, 이름만이라도 알게 되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셀 수록 흐릿해지는 얼굴과 달리 이름은 평생 되뇌일 수 있기에.
-초야 날, 폐하의 눈빛이 익숙하다 느꼈습니다. 제가 앓던 날 면경에서 본 눈빛이었지요. 이 분은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친우가 되자고 얘기한 것이에요. 그런데, 대유가 국경에 들어온 날 출정을 보낸 후에도 그런 표정을 지으셨어요. 또… 즉위식 다음 날에도 그러셨습니다. 그 분이 떠나시던 날이지요.
총명하다 할까, 예리하다 할까.
붉어진 황후의 눈을 마주한 황제가 그녀가 그리 하였듯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말해주어 고맙소.
-폐하…
-죄가 아니오. 말해주어 정말 고맙소. 그대도 힘들었겠구려…….
황후를 품에 안았다. 잠시 굳어있던 황후가 곧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처음 안은 그녀는 상당히 작았고, 작은 만큼 여렸다.
-그대도 고생이 많았소.
-흐윽, 아닙니다, 폐하. 폐하께서도…
-그래… 우리 둘 다 고생이 많았지…….
닿지 못하는 정인을 둔 이들의 울음소리가 침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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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누워있을 테니까 어나더 오면 깨워죠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