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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엔 요소 안나오지만 알오물ㅈㅇ










"얘, 아성. 명대가 또 늦잠을 자나보다. 네가 올라가서 데려오렴"


"예"


"아가씨, 오찬에 낼 다과는 이 정도면 될까요?"


"곧 가마. 아성! 아침 먹기 싫다고 떼써도 꼭 데려와야한다!"



소매 버튼을 채우며 계단을 내려오던 아성은 명경의 말에 군말없이 몸을 틀었다. 손님이 오는 날이라 아향과 바쁘게 준비하면서도 요즘 부쩍 살이 내렸다는 둥 걱정거릴 늘어놓는 명경을 등지며 아성은 조금 맥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명대 일이라면 어지간히도 극성스런 구석이 있는 명경과 아닌 체 해도 역시나 명대를 애지중지하는 명루의 뜻으로 저도 명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긴 했으나 아성은 명대가 명공관과 상해의 상류사회 이외에 더 많은 것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갓 스물이 된 햇병아리에게는 충분히 넓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 안에서 명대의 관심을 끌 수 있을만한 것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지금은 명대가 손에 쥐고싶어 안달내는 시시한 것들도 명대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된다면 자연스레 잊혀질테였다. 그러니 아성은 조급히 굴지 않고 조금씩 명대의 숨통을 틔워줄 준비를 할 뿐이었다. 물론 늘 말썽을 몰고다니는 작은도련님을 마냥 풀어주었다간 명가의 이름에 흠집만 수두룩이 낼 것이 분명했으므로 아성은 언제든지 목줄을 잡아당길 각오는 하고 있었다. 지금만해도 아성은 만약 명대가 또 저혈압 핑계를 대며 아침을 굶고, 누님께 심려를 끼친다면 더 넓은 세상은 커녕 당분간 이 방 밖으론 일절 구경도 못하게 만들어줄 셈으로 방문 앞에 섰다. 어차피 강제로 열고 들어가거나 협박조로 구슬러야 열릴 문이었으나 겉치레로나마 가볍게 노크를 하려던 아성의 손이 주춤하고 갈 곳을 잃었다.



"읏...흐으으...혀엉"



문틈 새를 비집고 흘러나온 소리에 아성의 신경이 바짝 돋았다. 급히 난간 밑으로 거실에서 신문을 읽는 명루를 확인하고서야 아성은 작은도련님이 아침 댓바람부터 손장난에 푹 빠져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아향이나 누님이 데리러왔다면 어쨌으려고. 채신머리없는 행동은 구태여 봐줄 필요가 없으니 아성은 명대가 나름의 은밀한 행위를 들켜 수치스러워하던 말던 일단 끄집어낼 요량이었다. 더 들려온 소리만 아니었다면 명대를 놀려먹을 수 있는 좋은 구실도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성은 오늘 아침에만 명대의 방문 앞에서 두번이나 당혹감을 맛보기에 이르렀다.



"아성 형, 아으...흣! 윽, 으응"



명대가 찾는 형이라는 것이 명루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제야 굳이 명루를 찾지 않고 서툴기만 할 제 손을 빌리는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자리에 박힌듯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이 점점 고조되는 신음성과 헐떡거리는 소릴 고스란히 받으며 아성은 정신이 다 아득해져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명대가 아성의 이름을 몇 번이나 더 찾고 나서야 가쁜 숨소리가 잦아들었고 아성은 명대가 들켰다고 생각지 못할 정도의 적당한 텀을 둔 다음 문을 두드렸다.



"그만 자고 아침 먹으러 내려와라 명대. 누님이 기다리신다"



저도 모르게 얼마나 숨을 죽이고 있었던지 다 잠긴 목소리가 튀어나왔으나 아성에게 그것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도망치듯 그 곳을 벗어나며 아성은 스스로에게 조금 경멸스러움을 느꼈다.





"명대는?"


"...곧 내려올겁니다"



넘어가지도 않을 밥을 대충 입 안에 우겨넣은 아성은 기계적으로 음식을 씹었다. 발칙한 짓을 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괜히 아성이 명경과 명루의 눈을 보기가 힘들었다. 아성이 제대로 깨운 것이 맞냐고 한 소리를 듣고, 명경이 기어코 가보아야겠다며 일어설 때나 되어서야 명대는 느즈막히 코빼기를 비추었다.



"나 오늘은 여기 앉을래"



아성이 국을 뜨다 말고 제 옆의 의자를 빼는 명대를 흘겼다. 다른 날이면 그냥 뒀을지 몰라도 오늘은 영 불편했다. 이유가 뻔한, 붉게 상기된 명대의 양 볼에서 겨우 시선을 떼며 아성이 입을 열었다.



"저기 그릇 차려진 것 안 보여? 네 자리에 가서 앉아"


"싫어! 여기서 먹는다고 했어"




생각보다 훨씬 차갑게 쏘아붙여진 말에도 명대는 명공관 무소불위의 권력자답게 꺾이는 기색 하나 없었다. 가운데서 아향만 차려놓은 그릇을 옮겨줘야하나 말아야하나 눈치보기에 바빴다.




"명대야. 네 고집때문에 아향이 고생하지 않니. 어서 누님 옆으로 가거라"


"내가 가져오면 되잖아. 오늘은 이 자리가 좋다니까?"


"명대 너, 이젠 다 컸다고 누나 곁에 오기도 싫다는거니!"


"누, 누나..."



아성은 물론 명루까지 훈계를 거들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던 명대가 명경이 속상해하는 티를 내자마자 눈썹을 팔자로 휘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명경이 명대를 챙기는 게 워낙에 유별나 그렇지 사실 명경과 명대는 서로에게 약한 남매였다. 명경이 손수건을 꺼내며 눈물이라도 흐르는 척을 하자 명대가 곧장 백기를 들고 말았다. 가요, 가. 입을 삐죽이며 엉덩이를 떼던 명대가 뭔갈 발견하곤 아성의 손목을 낚아챘다.




"나보곤 맨날 단정하게 다니라고 구박하면서! 아성형은 소매가 이게 뭐야?"




명대는 저를 부르러 가느라, 정확히는 그 일 때문에 정신이 없어 미처 잠그지 못한 한 쪽을 가지고 물고 늘어졌다. 제 손목을 가져다가 단추를 끼워맞추는 두 손을 잠시간 내려보다 아성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말간 손이 얼마 전까지만해도 어디를 감싸쥐고 흔들며 탐했을지 절로 상상이 물밀듯 들어닥치는 탓이었다. 신경질적으로 팔을 빼자 명대의 입이 댓발은 튀어나와 툴툴거렸다.




"다 했으면 어서 돌아가"


"일어나고 있거든!"




정작 원인제공자는 명경의 곁에서 그녀의 기분을 푸느라 애교를 부려가며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평온히 굴고 있었으나 아성은 불편한 속을 감추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까끌한 입에도 일부러 그릇을 끝까지 비우고 언제나와 같이 명루의 출근을 도와 명공관을 나서고 나니 그제야 등 뒤에 들러붙은 거북스런 것이 꺼지는듯 하였다. 집에서 멀어질수록 스미는 묘한 안도감에 내쉬어진 한숨이 짙었다.







*







명대는 오늘 웬일로 일찍 눈이 뜨였다. 햇살이 들어오는 창을 향해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준 뒤 잠옷을 갈아입을 생각도 없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방을 나서려다 말았다. 한 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명대는 시계를 한 번 보고는 시간이 남는지 방을 몇바퀴 돌아다니다 이윽고 방문에 귀를 바싹 붙이고 섰다. 선명하지는 않아도 귀를 기울이니 들을만한 모양이었다. 역시나 얼마 안되어 명경의 목소리가 들리고 아성이 곧 이리로 올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라면 꽤나 다양한 사람들이 아침잠이 많은 명대를 깨우러 수고로운 발걸음을 하곤 하지만 오늘은 명공관에 중요한 오찬모임이 있었다. 명경과 아향은 당연히 그 준비로 바쁠테니, 오늘은 아성이 올 확률이 높았다. 최고의 시나리오야 그렇지만 사실 명루가 오더라도 상관없었으므로 처음부터 위험요소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계획이었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마침내 제 앞에서 멈추었을 때, 명대는 조금 물러나 기다렸다는 듯 색스런 소리를 흘려보냈다.



"읏...흐으으...혀엉"



아성이 당황한 것이 보지 않고도 느껴져 명대는 웃음이 터질뻔했다. 하지만 곧 가다듬고 두번째 카드를 꺼내드는 데에 집중했다. 왜냐면 명대의 둘째 형은 도무지 좋게좋게 봐준다는 개념이 없는 사람이니까, 여기서 더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되려 역습당할지도 몰랐다.



"아성 형, 아으...흣! 윽, 으응"



평소에야 이런 소릴 꾸며낼 필요가 없으니 몰랐는데 명대는 제 특기를 하나 더 발견한 기분이었다. 표정은 재밌어 죽으려고 하는 주제에 명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본인이 들어도 달큰하고 색스럽기 그지없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바로 너머에 있는 그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불러제끼고서야 명대는 호흡을 바삐하며 거짓 절정을 맞았다. 더 오래 놀리고픈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이제는 거의 한계였다. 명대는 잠옷에 얼굴을 깊게 파묻고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웃었다. 아성에게는 그 침묵이 행위의 끝, 여운 쯤으로 인식되었을 것이 뻔했다.



"...그만 자고 아침 먹으러 내려와라 명대. 누님이 기다리신다"


"프하-"



아성이 사라지자마자 명대는 얼굴을 쳐들며 모자란 숨을 틔웠다. 들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텀을 두고 노크한 것도, 구태여 '그만 자고'를 덧붙여오는 것까지. 곱씹을수록 도무지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응석쟁이에 사고뭉치 어린 막내의 얼굴을 한 명대에게는 그렇게 매섭고, 때때로 쥐잡듯 살벌하게까지 다루면서 명대가 슬쩍 이면의 저를 꺼내어 보여주려하면 금세 꼬리를 말고 도망쳐버리는 그였다. 명대가 저를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려치면 기를쓰고 부정하지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오늘도 그랬다. 하지만 명대는 조금 더 참을성을 갖기로 했다. 오늘같은 아성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는데다 어차피 언젠간 제 손에 들어올 그였다. 미리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괜히 성급히 굴다가 일을 그르치면 안되니까. 겁을 조금 집어먹은 토끼를 잡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예 크게 겁을 줘 쫓아내버리면 곤란했다. 겁에 질린... 겁에... 문득 세상에서 가장 두려움에 물든 얼굴을 하고 오직 제게만 매달리는 아성을 상상하자 명대의 발끝에서부터 짜릿한 감각이 흘렀다. 



"흣..."



한참 거짓 신음을 흘리며 조금 흥분한 아래에 손을 가져다대자 나른한 소리가 흘렀다. 문에 등을 기대고 내려앉으며 명대는 혹시나 소리가 새어나갈까 입을 틀어막았다. 이번엔 진짜였으니까, 들키면 곤란했다.








복흑명대



카이후거 아성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