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ㅈㅈㅇ 곽건화왕카이
7. 청명
청명은 인적이 드문 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소박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저 딱딱한 침상과 책장뿐인 집 안에는 집주인인 남자가 혼자 앉아서 술친구도 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내놔."
집주인은 청명의 단호한 요구를 못 들은 척 청명을 흘긋 보기만 하고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랐다.
"내놔."
"미쳤냐?"
청명은 집주인의 냉대에도 개의치 않고 집주인의 앞에 앉았다. 집주인 남자는 탁자에 엎어 두었던 잔을 하나 청명에게 건넸지만, 청명은 남자가 따라주는 술에는 눈도 두지 않고 남자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탁자 앞에 앉아 있는 자세이기는 했지만 남자는 키가 제법 크고, 어깨가 넓어 제법 듬직해 보이는 몸이었다. 그러나 남자의 얼굴은 거리에서 마주쳐도 머릿속에 남지도 않을 정도로 밋밋한 인상이었다. 다만, 사내의 눈빛에는 어딘가 인간 같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청명은 살아 있는 사람의 눈인데도 체온도, 생명력도,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눈에도 아무런 거부감이 들지 않는 듯 담담한 얼굴로 남자를 마주 봤다.
"내놔."
"그 남자가 죽은 게 그렇게 충격이야?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할 정도로?"
"무슨 헛소리야."
"시간을 되돌리려면 네 목숨을 내놔야 하는 걸 알잖아."
"그런 짓을 왜 해."
"시간을 되돌리려는 것도 아닌데, 그게 왜 필요해?"
"내 물건이고, 너한테 잠시 맡겨 놓은 것뿐이야. 일일이 허락을 구해야 할 문제가 아닐 텐데."
남자가 청명을 노려보다가 구석에 있는 책장을 가리켰다. 책장의 구석에는 아무렇게나 천이 덮여 있는 곳이 있었다. 청명이 그 앞으로 가 천을 걷자, 안에는 굳게 잠겨 있는 궤가 하나 있었다.
"그동안 맡아 준 보관료로 치고 말해 봐. 정말 시간을 되돌려 그 남자를 살려내려는 거 아냐?"
청명은 상자를 든 체, 탁자로 돌아 와 앉았다.
"시간을 되돌려도 달라지는 건 없어."
"뭐?"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다른 세상을 만들어 줘야지."
되살려낸다고 하더라도 아성은 여전히 자신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청명의 마음을 거부할 것이었다. 게다가 시간을 되돌려도 아성의 옆에는 여전히 명루가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는 아성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 그러니 시간을 되돌리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성도 말하지 않았던가. 다른 세상에서 청명을 사랑하겠노라고.
그렇다면 청명이 아성과 함께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야 한다. 대가를 치러야 하더라도.
8. 경염
경염이 눈을 뜨자 침상 옆에 앉아 있던 태자가 기척을 느낀 건지 경염을 돌아봤다. 경염이 서둘러 일어나려 하자, 태자 류연성은 지긋이 경염의 가슴을 누르며 다시 침상에 눕혔다.
"힘들 테니 일어나지 마시오."
"허나..."
"그대가 쓰러져 태의가 다녀갔소. 그동안 희락기를 조절하기 위해 억제제를 먹고 있었을 거라 하던데... 사실이오?"
"... 사실입니다."
"억제제를 장복해 온 데다, 먼 길을 오느라 여독이 쌓여 몸이 많이 약해져 있다고 하오."
경염이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자, 연성은 경염의 의지를 읽은 듯 이번엔 말리지 않고 부축해 앉혀 주었다. 경염은 침의뿐인 옷차림이었지만 제대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단정하게 자세를 갖춰 앉았다. 가까이서 보자 연성의 얼굴은 아성과 경염의 얼굴에서 보이는 차이 이상으로 청명의 얼굴과의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이목구비는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어딘가 모를 기묘하게 다른 느낌이 제 얼굴보다 더 강렬했다. 연성은 그 같지만 다른 얼굴을 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홑겹의 침의만 입은 경염의 어깨 위로 두툼한 옷을 걸쳐주었다.
"그동안 억제제를 먹고 있었던 이유가 특별히 있소?"
"전장에서 지냈던지라 사고를 막기 위해 먹었습니다."
"그랬겠군.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오?"
"물론 먹지 않을 것입니다. 북연의 태자비로서 저의 의무는 알고 있습니다.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성은 한숨을 쉬듯 조용히 웃었다.
"태자비로서의 의무... 회임은 안 해도 상관없으니 그 문제는 신경 쓸 것 없소."
"측비...들은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오. 나의 비는 그대뿐이오."
"황통을 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사야 어떻게든 되겠지."
"..."
"중요한 건 그대가 건강하게 내 옆을 지켜주는 것이오. 그게 태자비의 의무지."
태자비와 황후, 그리고 모든 비빈들의 의무는 황통을 잇는 것이다. 멋모르고 황궁에 들어오는 비빈들과 달리 경염은 황실에서 태어나 황실에서 자랐고 황실의 생리를 알고 있었다. 황제는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입고 그저 호사스럽게 사는 자들이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만만한 일이 아니고, 황제는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린다. 그런 황제가, 태자가 많은 비빈을 들이는 것은 색사를 즐겨서가 아니다. 황제의 의무에는 황통을 잇는 것도 포함된다. 경염은 연성의 말이 빈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습니다."
"그대의 몸이 아직 좋지 않으니 무리시키고 싶지 않으나, 혼례를 치러야 그대가 정식으로 태자비로 책봉될 수 있으니, 혼례는 미루지 않았으면 하오."
"체력은 자신 있으니 걱정 마십시오."
"북연에 오자마자 쓰러진 그대가 말이오?"
그건 눈앞에 고청명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경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잘 드시고 잘 쉬시고 체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주었으면 하오. 그대가 건강해야 나도 마음이 놓이니."
"네, 전하."
석반 때 다시 올 테니, 석반을 함께 들자며 일어서던 연성은 돌아서려다 말고 문득 경염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배웅을 위해 침상에서 내려섰던 경염이 연성을 바라보자, 연성은 손을 뻗어 긴 침의 자락 속에 감춰진 경염의 손을 꺼내 조심스럽게 잡았다.
"경염."
"네, 전하."
"와 주어서 고맙소."
경염은 미묘하게 달라진 얼굴을 하고도, 여전히 그때 그 세상에서처럼 진지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내도록 무표정한 얼굴로 경염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염은 청명의 웃는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고청명이 아닌 류연성이 어떤 얼굴로 웃을지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본 적이 없으니.
그러나, 자신이 아성이든 경염이든, 남자가 청명이든 연성이든, 대체 무슨 기적이 일어나서 두 사람이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나게 됐든.
- 다른 세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 그 마음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때 그 세상에서도 당신이 날 사랑해 준다면.
경염은 그때의 약속을 떠올리며 제 손을 잡은 남자의 손을 마주 잡았다.
기적은 일어났다. 이제 경염이 그 기적에 답을 해야 할 때였다.
"저도 뵙게 되어 기쁩니다."
당신을.
9. 경염
혼례식에 체력이 필요할 거라는 연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복잡한 절차대로 이루어지는 혼례식에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몇 번이나 연습을 해야 했고, 여러 겹을 겹쳐 입어야 하는 혼례복을 일일이 맞춰서 지어야 했기에 몇 번이나 천을 몸에 대 보아야 했다. 그렇게 꼼꼼하고 힘들게 준비를 했음에도, 혼례식은 경염의 각오보다 더 복잡하고 기를 빼 놓는 일이었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고, 대신들이 줄지어 선 사이로 대전 앞까지 긴 거리를 걸어가야 했다. 황제와 황후 앞에서 긴긴 혼례식을 마치고도 사당에 들어가서 선조들에게 인사를 드려야 했다. 그 긴 절차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건, 대전 앞에서 만난 이후로 내내 은은하게 자신의 향을 풀어 주었던 연성 덕분이었다. 연성은 혼례가 진행되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계속 경염을 감싸주던 연성의 향이 지친 경염의 몸과 마음을 지탱해 주었다.
혼례가 끝나고 경염이 안내된 곳은 그동안 지내던 별궁이 아니라 태자비의 궁이었다. 경염이 혼례를 준비하는 동안, 태자비 궁의 침소도 잔뜩 힘을 주어 혼례를 준비하고 있었는지 온통 붉은색으로 꾸며진 신방은 매우 호화로웠다. 방에 들어간 경염은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도 여전히 무거운 혼례복을 걸친 채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합환주 병이 놓인 주안상 앞에 앉았다. 태자를 기다리며 먼 옛날 태자였던 소경우의 혼례식을 떠올려 보려 했지만, 그때는 형님의 혼례보다 무공 수련과 훈련에 더 관심이 많던 어린 시절이라 제대로 듣지 않았던 탓에 기억나는 게 없었다. 경염을 궁에 데려다 준 나인들이 곧 태자가 오실 거라고 하긴 했지만, 연성이 온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이어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합환주를 나눠 마실 뿐인 건지, 합궁까지 이어지는 건지 생각하고 있던 경염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흐트러진 적도 없는 자세를 재차 바로잡았다.
얼굴을 가린 붉은 비단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방으로 들어와 경염의 앞에 앉은 사람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 덕분에 연성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관을 벗겨 드리겠소."
경염은 연성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느끼며 어쩐지 숨을 멈췄다. 경염이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던 건 연성이 머리를 내리누르던 무거운 관과 시야를 답답하게 하던 붉은 너울을 걷어준 뒤 다시 경염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였다.
"이렇게 무거운 걸 종일 쓰고 있었다니, 고생이 많으셨소."
"아닙니다."
"오늘 식사는 하셨소?"
"네, 조반은 들었습니다."
"공복에 술을 마시는 건 좋지 않겠지만, 합환주는 들어야 하니 조금만 마십시다."
실제로 준비돼 있는 잔은 매우 작은 잔이기도 했다. 연성은 두 개의 술병에 든 술을 두 개의 작은 잔에 각각 따르고 작은 잔에 따른 술을 빈 병에 다시 부은 후, 두 가지 술을 혼합한 술을 다시 각각의 작은 잔에 따라 한 잔을 경염에게 건넸다. 연성이 자신의 잔을 손에 들고 경염을 바라보자, 경염도 두 손으로 잔을 들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술은 향긋했지만, 조금 독했다. 경염이 상 위로 술잔을 내려놓자, 연성이 우아하게 젓가락을 움직여 작게 자른 전을 집어 경염의 입에 넣어 주었다. 경염도 작은 떡을 집어 연성의 입가에 대 주었다. 말없이 받아먹은 연성은 처음 만난 날 그랬던 것처럼 경염의 손을 곱게 그러쥐었다.
경염은 은은하게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성의 향을 느끼며 몸에 힘을 주었다. 방 안에 가득 켜 둔 촛불들이 잡아먹고 있는 향은 오직 연성의 향뿐이었다. 경염은 음인으로 발현한 후에도 향이 거의 나지 않았다. 우성 음인인 황자인데도 늦게까지 혼례를 치르지 못한 건 그 탓도 있었고, 향이 거의 없는 건 아성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향이 나는 음인이 좋은 평을 받는 건 그 세상도 이 세상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성은 향이 옅은 탓에 좋아하는 조향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했었고, 경염은 전장에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적으니 잘 된 일이라 생각했다. 이날까지는...
"너무 긴장하지 마시오. 오늘 당장 합궁을 하는 건 아니니."
자신의 향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터라, 지례 마음이 가라앉은 경염이 작은 소리로 알겠다고 답을 하자, 연성이 손에 쥐고 있던 경염의 손을 토닥였다.
"북연의 풍습이오. 북연 황실에서는 태자나 황자가 혼례를 치르면, 반려의 첫 희락기가 오기를 기다려 그날 첫 합궁을 하도록 하고 있소."
"그렇습니까."
"다만."
"네."
"희락기가 자연스럽게 빨라질 수 있도록, 반려의 희락기가 오기 전까지 매일 밤 태자와 반려가 함께 침수에 들도록 하고 있으니, 내가 이곳에서 그대와 함께 침수에 들 것이오."
"네."
"혼례를 위해 특별히 치장을 많이 한 옷이라 불편할 터이니, 잠들기 편하도록 차림을 좀 간편히 하는 게 좋겠소."
연성은 경염이 몇 겹이나 껴 입은 옷을 느긋하게, 그러나 능숙하게 하나씩 벗겨냈다. 그리고 침의만 남은 경염의 앞에 선 연성의 옷을 벗겨야 하는 건 경염이었다. 혼례식 준비를 하며 배운 대로 요대부터 시작해서 복잡한 연성의 옷을 하나씩 벗겨내 주자, 경염처럼 침의만 남은 연성이 천천히 다가와 경염을 끌어안았다.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소."
경염은 연성을 만난 적이 없었다. 사실은 그간 국가간의 왕래가 없던 북연의 태자가 대량의 황자에게 청혼을 넣은 것을 대량의 황실도, 소경염도 의아해 했었다. 경염은 북연에 온 뒤로 청명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연성을 보고서야 왜 연성이 자신에게 청혼을 했는지 이해했다. 아니,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을 되돌린 건 경염이 아니라 연성일 텐데, 연성은 내도록 낯선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되돌아온 시간에 대한 진실이 무엇인지 몰라서 여전히 혼란스러웠기에 경염은 오해와 의심을 살 수 있는 말을 함부로 내뱉느니 현명하게 입을 다물고 말을 돌리는 쪽을 선택했다.
"반려로 맞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없이 전하를 보필하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맙소. 나도 좋은 반려가 되겠소."
경염은 연성의 품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한 모란 향을 맡으며 눈을 감았다.
10. 연성
산으로 둘러싸인 나라인 만큼 북연은 겨울이 혹독한 편이었다. 고지대가 많아서 혹한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았고 산악 지방의 빈민 구제는 북연의 주요한 사업 중 하나였다. 올해도 겨울 기온이 낮아 땅이 얼어 버린 탓에 식량이 없어 고생하는 지역에 보낼 구제 물자를 준비하기 위해 각 지방에서 올라온 장계를 검토하던 연성은 태의가 들었다는 말에 고개를 들었다. 동궁에 든 태의는 태자비를 전담하기로 한 이였다. 태의는 동궁의 집무실에 들자마자 납작 엎드려 예를 올렸다. 태의는 지나치게 예를 갖추려 해서 오히려 무례한 예법을 보이고 있는 건 아는지 모르는지 고개를 들 생각을 하지 않아서, 연성은 며칠 전 호되게 혼쭐을 냈던 이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무슨 일이냐."
태의는 성품이 유한 현 황제와 달리 냉혹한 성정의 태자를 앞에 두고 납작 몸을 숙였다. 태자와 태자비를 담당하는 것은 권력의 최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지만, 태자의 잔인한 성품 탓에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태자비를 전담하게 된 태의가 태자비가 태자와 달리 온화한 성품이라 안심했던 것도 잠시, 결국 태자비에게 어떤 치료를 하든 어떤 약재를 쓰든 모두 태자의 윤허가 필요했다.
태의는 태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며칠 전 태자비의 희락기를 당기는 약을 지어 올리겠다고 했다가 목이 잘릴 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 터라, 그저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뿐인데도 흠칫 놀라며 고개를 더 깊이 숙였다.
"태자비 마마께서 약을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태자는 아무 말 없이 보고 있던 장계를 접었다. 분명히 종이일 텐데, 장계가 덮이는 소리가 칼집에서 칼을 빼는 소리처럼 들렸는지 벌벌 떨던 태의는 숨을 멈추고 머리를 더 깊숙이 숙였다.
"네가 목숨이 두 개가 아니라면, 희락기를 앞당기는 약은 아닐 것이고, 무슨 약을 써야 한단 말이냐."
"태자비 마마께서 체온이 너무 낮으십니다."
연성은 목까지 차오르는 분기를 누르며 눈을 감았다. 안 그래도 자신을 볼 때마다 지나치게 떠는 모습이 보여 자칫 겁을 먹어 태자비를 살피며 실수하지 않을까 우려하였더니, 우려가 사실이 되었던 모양이었다.
"비는 나와 함께 침수에 들고, 함께 식사를 한다. 지난밤도 함께 침소에 들었고, 오늘 조반, 중반을 함께 들었는데 갑자기 체온이 낮아졌다?"
"아닙니다. 갑자기 그러신 것이 아니라 계속 그러셨습니다. 먼 길을 오신 데다 혼례식의 피로가 덜 풀리셔서 그러신 것인가 하였는데, 아무래도 체온이 돌아오지 않는 것이, 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냐. 그 이는 원래 몸이 차다. 옛날부터 그랬는데 그게 병이란 말이냐."
"비 마마께서 어린 시절부터 몸이 차다고 하셨습니까?"
"예전부터 내가..."
연성은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원래 몸이 차다? 예전부터? 연성은 자기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연성이 경염을 처음 본 건 오래 전 어느 전장 근처였지만, 경염과 직접 몸이 닿은 건 경염이 북연에 왔던 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왜 경염의 몸에 닿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전하?"
"아니다. 그저 몸이 찰 뿐인데, 그게 문제인 것이냐?"
"사람에 따라서 체온이 조금 높거나 낮은 경우가 있긴 하지만, 체온이 지나치게 낮으면 병에 쉽게 노출되실 수 있으시고, 병을 이겨내기가 힘드십니다."
"아니다."
"전하?"
"그 사람은 원래 몸이 차다고... 하였다. 어릴 적부터 그러하였노라고..."
-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체온만 조금 낮을 뿐, 건강이 좋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런 말을 들었었다. 분명히. 분명히 들었는데 왜 꿈처럼 느껴지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11. 청명
청명은 궤를 열어 안에 들어 있던 커다란 구슬을 꺼냈다. 청명의 큰 손으로 잡기에도 지나치게 큰 구슬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집 안에서도 기묘하고 다채로운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청명이 묘하게 뜨거운 구슬을 손에 든 채로 그 열기를 느끼다가 다시 궤에 넣고 궤를 허리춤에 끼고 돌아서자, 여전히 술잔을 들고 있던 남자가 청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세상의 문을 열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지?"
"..."
"영생을 버려야 해. 네 삶은 그 세상에서 끝날 거야."
"영원히 사는 삶이 지겹다고 노래를 불렀던 건 너 아니었나?"
"나야 지겨워했지만, 넌 아니었잖아."
"이대로 영원히 홀로 사느니, 그 세상에서 그 사람과 함께 살고 함께 죽겠어."
"다른 제약도 알고 있지?"
"..."
"넌 네가 다른 세상을 연 이유도, 그 남자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그런데 다른 세상을 여는 의미가 있어?"
"상관없어."
"어이?"
처음엔 재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아성은 유능한 만큼 거만했고, 술수에 능했다. 비겁한 수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 청명에게 아성은 깊이가 없어 보였고, 그저 이번 작전만 잘 끝나면 다시 보지 않을 사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그런데 아성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던 게 언제부터였을까. 술수를 가리지 않는 아성은 그러나 지켜야 할 것과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에, 넘지 않는 선이 분명했고, 오만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차가운 표정 아래 감춰진 외로움이 있었다. 손이 차가운 사람은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누이가 읽던 연애소설에서 봤던가. 누이에게 들었던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저 흘려들었던 그 말이 떠오른 건 우연히 닿은 아성의 손이 차갑다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나중에 아성과 가까워지고 난 후, 아성은 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체온이 놀랄 정도로 낮아서 몸 전체가 차다는 걸 알게 됐지만, 처음 아성의 차가운 손과 닿았을 때, 왠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던 기분만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너무 낮은 체온이 걱정됐으나, 아성은 언제나처럼 씩 웃으며 근심을 지워줬다.
-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체온만 조금 낮을 뿐, 건강이 좋지 않은 건 아닙니다.
언제나 강한 표정을 하고 있는 외로운 사람. 청명은 왠지 그 괴리감에 끌렸고, 언제나 눈으로 아성을 쫓게 됐다. 처음 계획을 짤 때는 아성의 목숨은 아성이 알아서 챙길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성이 위험해질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계획도 승인했었다. 나중에 청명이 그 단계 계획을 수정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때였다. 아성은 청명의 고백을 거절했지만, 청명은 아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아성이 죽지 않기를, 아성이 건강하기를, 아성이 제 옆에서 함께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버리려 해도 버릴 수가 없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자신조차도 이상했지만, 청명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밤 눈을 감는 순간까지 24시간 내내 아성을 생각했고, 아성을 바라봤다.
그런 남자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다고? 그럴 수 있을 리가.
"기억을 잃어도 난 그 남자를 알아볼 거야. 분명히."
언제 어느 세상에서 그 사람을 만나도, 자신은 알아볼 것이다. 이렇게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인데, 고작 세상 하나가 달라졌다고 못 알아볼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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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을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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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청명이 순정에 눈물이난다ㅠㅠㅠㅠ이시엔셩은 내꺼야ㅠㅠㅠㅠ
내자기 왔어?ㅠㅠㅠㅠㅠㅠㅠ
센세 지하실밖은 위험하니까 나가면 안된다고 했잖아. 센세 손발에 묶을거 더 튼튼한 걸로 사놨어ㅠㅠㅠㅠㅠㅠㅠㅠ
아 해봐. 아침은 속 꽉채운 군만두야
내 시앤셩이 오셨다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역시나 존잼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엔셩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ㅠ
존좋! 센세 필력 ㅎㄷㄷ
센세 어나더!!
워더시엔셩 오셨다 ㅠㅠㅠㅠㅠㅠ
~나와 시엔셩의 결혼식 하객명단~
ㅁㅊ대작ㅠㅠㅠㅠㅠㅠㅠ
아성이 다른 세상을 말한 것 때문에 영생도 포기한 청명이ㅠㅠㅠㅠㅠㅠㅠ 기억을 잃어서까지도 다 알아보는 거ㅠㅠㅠㅠㅠㅠㅠ
희락기 빨리 와서 합궁해ㅠㅠㅠㅠㅠㅠㅠ 센세 필력의 상태가? 존좋ㅠㅠㅠㅠㅠㅠㅠ 센세 군만두와 웰치스가 샘솟는 지하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우리 신혼집이야. ㅇㄴㄷ ㅇㄴㄷ 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부터 대작을 보니까 벅차다ㅠㅠㅠㅠㅠㅠㅠㅠ
대작의 어나더에서 기념촬영 찰칵 v
삼나더 못보면 병병이 죽어요....
필력에 지려따
청명이 순정 눈물겨워ㅜㅠㅜㅠㅠㅠ
시엔셩 억나더ㅜㅠㅜㅠㅠㅠ
마지막 구절 여운... ㅠㅠㅠㅠ
기브미 억나더 시엔셩
ㄹㅇ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선생님 어나더가 너무 보고싶습니다
허미허미 내아내가 왔다니
합궁 희락기 신나는 노래. 나도 한번 불러본다ㅠㅠㅠ 대작 하읏! 어나더!
내아내 병병이들 잊지 않고 왔구나 병병ㅇi는 오늘do ㄱi쁨의 눈물을 흘린ㄷr☆
병병이는 배움이 짧아 시엔셩의 대작에 오 개쩐다 오 씹고퀄 오 와 시엔셩 필력 미쳣내 같은 말로 밖에 표현을 못해오 병병이는 ㅇi런 ㄴh가 싫ㄷr 하지만 ㄱh추 백번 못 누르게 하는 윾식ㅇi가 제일 싫ㄷr 시엔셩.기다린다.집앞에서.억나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