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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온 장소가 성적 잘 나왔냐는 후거 눈도 안마주치고 몰라! 하고 문 꽝 닫고 방에 틀어박힌거야. 후거는 쟤가 또 왜저러나 하고 황망하게 쫓아들어온 건화를 보지. 건화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면서 꾸깃해진 성적표를 후거에게 건냈어. 아니 보나마나 전교1등일텐데 하고 펼친 석차는 놀랍게도 2등이었지

워후

후거는 진심 신기해서 그랬어. 내 아들이 2등도 할 줄 알고 드디어 인간미를..하는데 건화가 눈을 크게 뜨고 눈치를 줬어. 뒤를 돌아보니 장소가 어깨를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지. 후거가 호다닥 놀래서 성적표를 건화 수트 안주머니에 쑤셔넣고 장소를 끌어안았어.

아드님 속상하구나..그럴 수도 있어. 다음에..

장소는 엄마 품에 마음이 놓였는지 설움이 터져서 엉엉댔어.

내가 그 등신망충이한테 졌어. 곶감바보한테! 너무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어.ㅠㅠㅠ

후거는 장소가 너무 우니까 또 실신할까봐 필사적으로 어르고 달래며 건화를 매섭게 쏘아봤어. 멍때리지말고 애 좋아하는걸로 한상 차리라는 뜻이야. 건화는 어? 아 어! 하고 자켓만 벗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어. 후거는 장소의 작은 등을 도닥도닥하면서 다음에 이길거잖아. 장소 마음 먹으면 다 이루지요? 엄마는 장소가 최고라고 믿어요. 달래니까 조금씩 진정되는지 후거 옷깃을 꼭 쥐고는 어깨에 이마를 부벼댔어.

에휴. 나한테서 어떻게 이런 야심가가 나왔을까. 후거는 꼭 1등 아니어도 된다고 인생은 더 즐거운게 많다고 이야기 해주지만 그때마다 장소가 엄마는 너무 나이브해. 하고 오히려 인생강연을 시작하는지라 그 노선은 포기했어. 꼬로록 하고 장소 뱃속이 배고프다고 울었고 때마침 건화가 장소야 밥먹자 하고 부엌에서 나왔지.


이제 방학인데 장소가 밖에는 안나가고 공부만 한달까봐 걱정인 건화후거 부부는 장소를 2등으로 만든 1등 놈이 미웠어. 가족끼리 갈 곳 스케줄도 다 짜놨는데. 대체 어떤 괴물같은 놈이 우리 장소를 이겼담. 당신이 뒷조사 좀 해봐. 건화는 미간을 심각하게 좁히며 고개를 끄덕였어. 탈탈 털어올게. 그때 초인종이 울렸지.

장소야아 노올자아

우렁차기도 하지. 누구지 방학 첫날부터. 우리 아들이 인기가 좀 많긴 하지만 애들한테는 새벽이나 다름없는 시간에. 후거가 나가보니 농구공을 끌어안은 남자애가 또랑또랑 올려다보고 있어.

안녕하세요! 연성이라고 해요. 장소 있어요?

후거는 어딘가 건화를 닮은 남자애를 미심쩍은 눈으로 보면서 장소는 아직 자는데..들어와서 기다릴래? 했어. 연성이는 아 그럼 실례합니다 하고 쌩 하고 집 안으로 들어갔지. 허 참. 머리를 긁적이며 대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2층 장소방 커텐이 스륵 흔들렸지. 흠..아드님..

연성이는 벌써 식탁 위에 자리잡고 건화에게 뭐라뭐라 재달대고 있었어. 아침잠이 가시지 않은 건화는 까치집을 하고 낮선 꼬마애가 하는 소리를 듣는둥 마는둥 빵을 뜯고 있었어. 후거가 들어오는걸 보고 고개를 쭉 빼더니 뽀뽀해달라고 입을 내밀어. 후거는 손님 계시는데 주책이라고 등짝을 쳐줬어. 연성이는 저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요. 그런것쯤은 저도 장소랑...



어느새 내려온 아드님은 여느때 답지 않게 눈꼽도 다 떼고 단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어. 어 장소 벌써 일어났어? 하는 건화의 물음에 응, 잠깐 물 마시러. 하고 새침하게 손을 뻗었지. 건화가 물병을 들려는데 연성이가 더 빨랐어. 장소는 아침에 더 이쁘구나 헤헤. 건네진 컵을 흥 하고 받아들더니 나 공부해야하니까 너 집에 가. 하고 홱 돌아 2층으로 다시 총총총 올라가는거야. 연성이는 어깨가 축 쳐졌어. 전교 1등하면 방학때 매일매일 만나준다더니. 후거는 눈이 뚱그레졌어.

우리 아들이 그런 말을 했어?

연성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농구공을 끌어안았어. 사랑은 정말 힘든거 같아요.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네요. 아침부터 실례가 많았습니다. 어머님아버님 내일 또 찾아뵐게요.

너무 벙찐 나머지 건화후거부부는 연성이를 제대로 배웅하지도 못했어.

쟤가 그 곶감바보..? 전교...1등?
그런가봐...
우리보고 어머님아버님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나...

건화의 미간이 확 좁혀들었어. 후거는 아니 근데 그 전에 뭔가 중요한걸 놓친거 같아..뭐지..뭐랬더라..


장소는 커텐 사이로 멀어지는 바보의 뒷꼭지를 봤어. 흥. 휴대폰으로는 문자메세지가 와 있었지. 오늘 너무 예뻐서 볼에 뽀뽀하고 싶었는데 어머님아버님 앞이라 참았대.

흥흥.

장소는 메세지를 삭제했지. 건화가 갑자기 우당탕탕 하고 2층으로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서 침대 위로 몸을 던져 자는 척을 했지.


북연태자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