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어진 자세에서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이 어두웠다. 엉거주춤 일어나는데 손 옆으로 묵직한 무게감이 치인다. 액정을 튼 핸드폰은 배터리가 간당간당했다. 그 어떤 부재중 통화도 메시지도 없었는데 아이러니하게 직전의 상황이 떠올랐다. 호가는 우울한 얼굴로 충전기에 꽂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갔으려나. 바깥에 인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당연했다. 지금은 새벽 네 시다. 침대 옆에 우두커니 선 채 호가는 마른세수를 했다. ‘갔겠지, 당연히.’
까무러치듯 잠에 든 건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감정 해소 효과조차 없었다. 중단된 필름이 다시 재생하듯 기분은 도로 곤두박질쳤다. ‘나쁜 자식.’ 혼자 죄의식에 시달려 불구 흉내를 내는 건 좋은데, 그걸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느냐고.
심지어 정작 양다리는 호가 본인이 걸치고 있는 상황임에도. 성질이 치솟은 기세로 그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곽건화가 회사 상사라는 데서 오는 부담감도 이해하고, 이 관계 자체에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둘만 있는 상황에서까지 곽건화를 우선시하는 태도만큼은 호가의 인내심을 닥닥 긁어놓았다.
호가는 문을 벌컥 열었고 벽에 기댄 채 웅크리고 있는 인기척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뒤로 자빠질 뻔 한 것을 잡고 있는 문고리 덕분에 모면했다.
아니, 왜 여기서 자고 있대? 세운 무릎에 이마를 박고 있는 천우를 내려다보는 호가는 어이없다는 얼굴이었다. 발치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슬그머니 나오더니 구르르르 목 안을 울리며 기지개를 켰다.
“벌 서는 것도 아니고.”
깨워야겠지만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천우의 얼굴을 마주보는 건 호가로 하여금 심사를 복잡하게 했다(아직까진). 호가는 문틈에 기댄 채, 잠에 짓눌린 정수리를 내려다보았다. ‘잡히지 않는 거야 그렇다 치지만, 아주 눈앞에서 도망가는 건 안 되는데.’
호가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4시 반. 내일 아니 오늘은 평일이고 어쨌든 그는 출근을 해야하는 직장인이었다. 호가는 그를 슬쩍 밀었다, 발로.
“일어나요.”
두어번 두드려도 깰 기미가 보이지 않기에, 좀 힘을 실어 밀었더니 그대로 기우뚱 넘어지려 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천우가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바닥에 땅을 짚고 버틴 탓에 그의 자세는 엉거주춤했다.
호가를 올려다보는 천우의 얼굴은 잠에서 덜 깨 정신이 하나도 없어보였다. 그것도 잠시고, 서서히 호가의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해진다. 그는 비실비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일, 일어났어요?”
“왜 여기서 자고 있어요? 벌서고 있는 것처럼?”
호가의 목소리는 한기로 흘러넘쳤다. 팔짱까지 낀 채 내려다보는데 천우는 일어나다 말고 도로 주저앉을 뻔했다. 천우는 잠깐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맸다.
“아 시간이...?”
호가는 말없이 턱으로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킨다. 시각을 확인한 천우의 얼굴에 은은한 비애가 감돌았다. 그의 집은 이 곳에서 최소 삼십분 이상 거리였다 오늘 출근은 다 했구나. 천우의 한숨에 호가가 고개를 까딱였다.
“늦었는데 자고 여기서 가던가요.”
“아니요 지금까지 너무 폐를 끼쳤는데,”
까지 조건반사적으로 대답하던 천우가 아차 싶은 마음에 호가의 얼굴을 살핀다. 호가는 여전히 좀 전 그대로 비쭉거리는 얼굴이었다. 그는 가볍게 문틈에서 몸을 떼고는 바르게 섰고, 차가운 시선으로 쏘아붙였다. 마음대로 하시던가.
소리 나게 문을 닫고 들어가는 호가를 보며 천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내 팔자야. 거실에 대충 던져두었던 가방을 챙겼다. 재킷을 팔에 걸치곤 시간을 다시 확인하니 그 사이 십 오분이 더 지나 있었다. 쭈그리고 앉아 조느라 뻐근해진 몸에, 지금 집에 들어가면 씻고 한 시간이나 눈이라도 붙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전철은 이미 끊겼으니 택시를 부르기 위해 번호를 찾을 때였다. 들어간 것만큼이나 요란하게 호가가 방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두툼한 야상 차림의 그는 마치 마대자루 하나 뒤집어쓴 꼴 같았다.
“늦었잖아요,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호가는 천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슈즈 발코니까지 척척 걸어갔다. 천우는 당황해서 순간 그를 제지할 말을 꺼내지 못했다. 호가가 신발장 위에 올려둔 차 키를 잡을 때서야 뒤따라온 천우가 그의 팔을 잡았다.
“아니 그러지 말아요. 너무 늦었고...그렇게까지 하면 제가 너무 미안해서...”
호가는 가만히 제 팔을 잡은 천우의 손을 바라보다 소리 나게 쳐냈다.
“그럼 그러던가요.”
그대로 자신의 옆을 치고 지나가는 호가를 천우가 다시 붙잡았다. 그대로 보내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지 모른다는 본능적인 위기감이 일으킨 조건반사였다. 이번만큼은 호가도 그를 내치지 않았다. 가만히 천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노려보는 것에 가까웠다. 거의 바늘에 얼굴이 찔리는 기분이었고, 맞서는 건 의연한 용기를 요하는 일이었다.
천우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내가 잘못한 거...맞죠? 화난 것도.”
호가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거의 후려갈기는 수준이었다.
“그럼 내가 잘못했어요?”
엉거주춤 잡고 있던 천우의 손이 떨어져나갔다. 기류는 둘 사이의 거리만큼 어색했다. 그래도 말은 해야겠다. 아마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겠지만.
“솔직히 잘못했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앞으로 그러지 않을 보장을 못하겠어서.”
말을 하면서도 한 대 맞을 각오를 했는데 의외로 호가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그건 천우에게 있어서 반은 희망이었고, 나머지 반은 불안이었다(나중에 더 크게 터지려나?). 땀이 차는 손바닥을 허벅지에 문지르며 그는 어렵사리 말을 이어간다.
“그래도 화는 풀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화나게 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내가 화내는 건 싫어요?”
“....어차피 나한테 제대로 화도 못 내잖아요.”
천우는 슬그머니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호가는 기가 막힌 기분에 입을 딱 벌렸다. 진짜 어디서 이런 게 떨어졌지?
현관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기에 마땅한 시간은 아니었다. 새벽 다섯 시. 호가는 흘깃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 상황 자체가 이젠 우스워졌다. 화가 풀렸다 라기 보단 화조차 지쳤다.
호가는 현관 문 쪽으로 다가갔다. 문에 등을 기대고 선 그를 천우는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은 안 풀어요.”
‘내 허락 없이는 이 문 안 열어줘.’ 이제는 천우도 대강 호가의 패턴을 파악했고 놀랄 단계는 지났다. 그는 잠깐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을 했고, 대강 마음의 준비를 했다. 들고 있던 재킷과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호가 쪽으로 다가갔다.
호가는 여전히 턱을 내민 채 눈을 삐쭉이고 있었다. 파고들기 적절한 각도를 재듯, 천우가 고개를 비틀곤 다가선다. 그의 손끝이 호가의 턱에 닿았다.
“집에 가긴 너무 늦어서, 그냥 자고 갈게요.”
아니.. 잠깐만... 시엔셩???!!!!! 시엔셩 미국 갔다 오셨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아침댓바람부터 병병이 좋아 죽어욧 ㅜㅜㅜㅜ
화풀어 후거!!! 천우 자고 간대잖냐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시엔셩 이제ㅜ어디가지마 ㅜㅜㅜㅜㅜㅜㅜㅜ더이상의 미국행은 네이버 ㅜㅜㅜ
허미 시엔셩이 귀국해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천우 자고 간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밀땅하는거 조아 쥬그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억나더!!!!
후거 마니 달아올라버렷!!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엔셩 어나더가 시급합니다
여권은 압수됨
시엔셩 왜이제와써 광광 매일기다림
여권이리내 아무데도못가
선생님..? 저희집 지하실 리모델링했는데.. 공기청정기도 최신식으로 들였고 곧 에어컨도 들일예정인데 일단 들어와봐... 하룻밤만 자고가
시렌셩 미친 팔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두번다시 미국 가기만해 여권이고 비행기고 죄다 없애버릴 꺼니까
으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 천우후거 너무 좋다 시발 뿌순다 광광
하... 개추 백만개 누르고 싶다 진짜......
왜 개추는 한 번 밖에 못하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