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홍의 부친은 차에 조예가 깊었다. 아들인 원홍은 목으로 넘기는 거라면 물이든 차든 똑같다는 입장이었다. ‘사내가 목으로 넘기는 거라면 풀 끓인 물보다야 술이지.’ 그 덕을 본 것은 그래서 오히려 아들의 절친한 친구이자 어릴 적부터 스스럼없이 드나든 호가였다.
황산 일대에서 재배되는 황산모봉은 향이 짙고 맛이 깔끔했다. 호가의 손이 싱그러운 향의 개완을 말없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비와, 빗소리보다 더 적적한 일로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씻기는 기분이었다.
영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네. 한 차례 강한 바람에 창가에서 불안한 마찰음이 울린다. 제대로 닫히지 못해 반쯤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방 안 공기가 싸늘하더라니. 한숨을 쉰 호가는 다기를 내려놓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가 쪽으로 다가간 호가는, 그러나 창문을 닫는 대신 오히려 활짝 열어젖혔다. 마침 별채 마당 쪽으로 뛰쳐들어온 홍력의 모습에 그는 순간 자신이 꿈을 꾸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궁에 있어야 하는 자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거니와, 그 모습 역시 가관이었다. 그 비를 홀로 다 맞은 것인지 엉망으로 젖은 모습에 기가 막히다 못해 질릴 지경이었다. 그 뒤를 원홍의 집 시비들이 다 죽어가는 얼굴로 따라붙어 있었다.
“전하 그러지 마시고…….”
당장에라도 무릎을 진흙탕에 처박을 기세인 시비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헤매는 홍력의 시선이 창가에 서 있던 호가와 마주쳤다. 거짓말처럼 형형해진 기세에 호가는 저도 모르게 놀라 뒷걸음질 쳐 창가에서 물러섰다.
제 몸을 창가에서 떼 그의 시야에서 사라진 채, 호가는 고민에 휩싸였다. ‘무슨 일이지, 저 작자가 드디어 돈 것인가?’ 경악으로 입을 딱 벌린 채 바깥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 푹 꺼지듯 한숨을 내쉬었다. 양 손으로 감싸 쥔 얼굴은 더하고 뺄 거 없이 갈등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나가긴 해야 하는데, 정말 나가기 싫네.
이내 별채 문을 넘어선 호가는 멀리서 보기에도 마땅치 않은 표정이었다. 우산을 쓴 채 밖으로 나오는 그의 모습에 빗속의 홍력이 이를 악물었다. 잡고 있던 촉금 의상이 눈에 띄게 구겨진다. 호가의 등장에 시비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 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홍력은 한 손만 들어 그들을 물러가게 했다.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지만 호가는 이미 홍력의 등장만으로 사실 긴장한 상태였다. 그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는지 눈여겨볼 틈 없이 호가는 그에게 다가갔다. 신중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볍게 예를 취한다.
“궁에 이미 가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우산 위로 쏟아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물줄기 너머 호가의 모습은 홍력의 눈에 주렴 너머의 미인도마냥 그립게 다가왔다. 사무치는 마음과 달리, 호가의 질문에 홍력이 꺼낸 말은 그 답이 아니었다.
“호가(家)의 사람을 불렀는데, 소윤자란 자가 나오더군.”
호가의 얼굴 위로 당황이 스친다. 그 기미를 놓치지 않는 홍력의 시선은 흡사 맹수의 앞발과 같았다.
“왜 거절했나?”
맥락을 흩트리는 홍력의 질문에 호가는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홍력의 대답은 들고 있던 촉금을 발치로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호가는 잠깐 숨을 멈췄다. 기억 속의 비단은 무수한 빗속에서 이미 그 사치스러움을 잃은 채였다. 마음이 베일까 무서워 처음 봤을 땐 차마 손도 대지 못했던 것이다.
호가는 비단에서 시선을 뗐다. 여전히 대답을 부인하는 의연한 표정에 홍력은 웃었다. 물론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그대가 지금 구는 건 예의가 아니라 기만이지. 가증은 집어치우는 게 좋을 거야.”
나 역시 예의로서 그대를 대하길 그만뒀거든, 진작에. 바닥은 엉망이었다. 촉금 위로 스미는 진흙탕에 호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돌린다.
“언사가 거치십니다. 먼 길 오시느라 피로하실 테니 그만 돌아가 쉬시는 게 어떠십니까. 남의 댁 식솔들에게 보이기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홍력의 고상한 이목구비 위로 흐르는 빗줄기가 서늘했다. 얼굴의 물기를 크게 훑어내는 홍력의 손짓은 가차 없었다. 그의 표정에 기만에 대한 경고를 한 자 치고는 그것을 아직까진 보아 넘길 수 있다는 여유가 묻어났다. 빈정거림에 가까웠다는 의미다.
“참으로 볼품없는 자가 아니던가. 그 반푼이가 찰 만큼 형편없는 눈인 줄은 몰랐소, 실망이군.”
“어엿한 한 집안의 장남이자 장차 가장이 될 이입니다. 무례하시군요.”
홍력의 비아냥거림을 대하는 호가의 대꾸는 경멸 그 자체였다. 홍력의 팔이 우악스럽게 호가의 팔을 잡아챘다. 어찌나 거친 힘이었던지 순간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호가는 놀라고 질린 얼굴로 떨쳐내려 했지만 오히려 제 쪽으로 끌어당기는 홍력의 힘에 속절없이 휘둘린다.
“후회할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소.”
“이미 그렇게 했지요. 그러니 당신을 거절하지 않았습니까.”
말을 마친 직후 호가는 순간 숨을 멈췄다. 홍력의 손아귀에 들어간 팔이 아려 얼굴이 희게 질릴 지경이었다. 뿌리치는 건 고사하고 말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호가가 뿌리칠 필요 없이, 홍력이 순순히 그의 팔을 놓았다. 호가는 통증에 몸이 절로 구겨질 정도였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억지로 억눌렀다.
그런 호가를 보지 못한 척, 홍력은 힐긋 별채를 둘러본다. 불현 듯 기가 막힌다는 얼굴이다.
“그 반푼이를 어찌하지 못해 온 곳이 다른 양인의 집이라.”
“오랜 친구입니다. 불필요한 오해는 거두십시오.”
“호가는 허난의 명문이라 들었다. 음인으로서 그대의 처신을 보니, 그 댁 가르침의 됨됨이를 짐작하겠소.”
호가는 숨을 들이쉬었다. 인내는 이미 닳은 지 오래였다. 이미 이 곳에 남아있었던 이유는 홍력에 대한 반발심이었는데, 이젠 그조차도 무의미했다. 다른 날이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 이미 마음이 지쳐있었다.
고개를 비껴선 호가는 체념한 얼굴이었다. 지친 목소리로 말하며 걸음을 옮길 때였다.
“지금이라도 아셨으니 다행 아닙니까. 오늘 헛걸음 하셨습니다. 돌아가시지요.”
잡아당기는 힘에 우산을 놓쳤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상박을 붙잡은 두 손은 거칠었고 부딪친 입술은 잔인했다. 입맞춤은 희롱이 아니라 폭력에 가까웠다. 으응, 읏. 홍력은 가차 없이 입술을 깨물었고, 호가는 비명을 지를 뻔 했으나 그조차 목구멍 아래로 쑤셔 박혀졌다. 혀로 입 안을 가지고 노는 소리에 살이 떨렸다.
한껏 가지고 논 후, 호가를 풀어주는 홍력의 몸짓은 선선했다. 빗줄기가 흐르는 턱선이 오만하게 치켜 올라갔다. 수치보다 그에 대한 분노에 호가의 눈에서 불이 스친다.
호가의 팔이 순간 거칠게 올라갔다. 홍력은 그런 그를 잔잔하게 바라볼 뿐이다. 망가지는 건 오히려 호가의 두 눈꼬리였다. 끝내 후려치지 못한 그 팔이 아래로 추락한다.
“수치를 당했다고 생각하나. 어째서?”
홍력은 희게 웃었다. 왕이 여인을, 음인을 취하는 방식은 간단했다. 그들이 원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가능한 법이다. 홍력은 그런 환경에서 자라왔고 당장 그의 아비가 그러한 자였다. 그는 손끝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그 누구도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았지만, 보지 않는다 한들 그 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네 몫으로 과분한 값이다.”
수치스러울 테지, 자존심이 망가지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무너지는 기분이겠지. 호가의 마음 정도야 손바닥 보듯 짐작 가능했다. 그렇기에 더욱 가차 없이 굴었다. 점잖은 구애는 이미 집어치운 지 오래다. ‘주제를 모르는 건방진 음인.’ 남아있는 방법은 억지로 무릎을 부러트려 굴복시키는 것 외엔 없었다.
“한 손으로 들기도 무거울 테지. 그러니 주워.”
“내가 왜 저걸 입어야 해?”
떨리는 팔을 다잡듯. 제 몸을 스스로 옥죄듯 호가는 제 손으로 다른 팔을 억세게 붙잡았다. 분노가 깊으면 절망에 닿는다. 눈앞이 무너져내렸다.
“당신이 뭔데 나에게 이걸 입혀! 그깟 양인이 뭐라고!”
당신 눈엔 내가 음인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호가는 입술을 깨물었다. 홍력이 왜 증오스러운지, 그 진짜 이유를 호가는 모르지 않았다. 옥요가 정혼한 이는 양인이었다. 호가는 그녀에게 우애의 축하조차 전하지 못하는 입장이 되었다.
거울 속에 비춰진 내 모습은 어제와 그대로인데 어째서 어제의 내가 아니라고 하는 거야. 눈 앞의 이는 죽어도 모를 절망이었다. 납득하고 이해하길 바란 건 아니었다. 단지 그의 감정놀음에 휘말리지 않을 뿐이었다. 아니, 그것이 놀음이 아니라 더 큰 무엇이라 해도.
호가는 숨을 고르고 표정을 가다듬었다. 홍력은 표정 없이 그를 바라본다.
희롱으로 붉게 달아오른 입술이 힘겹게 움직인다. 호가는 무슨 정신으로 자신이 말을 만들어내는지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듯 했다. 아마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어차피 비에 파묻혀 드러나지도 않았겠지만.
“다시는 보지 않기를 바랍니다.”
바닥에 뒹구는 우산이 애처롭다. 허리를 숙여 떨어진 우산을 주은 뒤 호가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에 닫혀진 문은, 지금이라도 원하면 힘 한 번 쓰지 않고 열 수 있었다. 홍력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홍력이 억지로 그의 문을 열 수 있는 것만큼이나, 호가 역시 절대 홍력에게 그 스스로 문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호가는 떨어진 제 우산을 주울 수 있었지만 홍력은 촉금 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못했다. 바닥에 처박힌 비단은 제 마음이었다. 비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빗속에서 보이지 않던 홍력의 얼굴이 조금씩 드러난다. 그 누구보다 참담한 절망이었다.
헐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다 ㄷㄷㄷㄷ 센세 센세야?ㅠㅠㅠㅠㅠㅠ 흐너어어어ㅓ엉
ㅁㅊ 입갤하자마자 시엔셩 무순이라니ㅠㅠㅠㅠ 선개추찍고 정독하겠읍니다ㅠㅠ
허미 시엔셩 이게 뭔일이여 시엔셔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선설리
ㅠㅠㅠㅠ 홍력 이 미친놈봐 존꼴이야 굿
감개무량해서 선설리 하나만 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나더!!!!!!!
하흣 홍력 밀어붙이는거ㅌㅌㅌㅌㅌㅌㅌ홍력 미친자 존좋
워더시엔셩 끊는 타이밍 오지는 것ㅠㅠㅠㅠㅠㅠ가지뭬 빨리와
ㅇ ㅓ ㄴ ㅏ ㄷ ㅓ
복습을 하니까 내 시엔셩이 왔어 으아아아아 ㅠㅠㅠㅠㅠㅠㅠ
시엔셩... 사랑해... 우리 영원히 어나더 길만 걷는거야.....
이게 무슨일이야 시엔셩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둘 다 너무 짠내난다.. 광광ㅠㅜㅜ제발 어나더길만 걷자
시엔셩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홍력 존나 좋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ㅌㅌ
어나더
센세ㅠㅠㅠㅠ 진짜돌아온거야?? 실화야??ㅠㅜㅠ
ㅠㅠ시엔셩 어디갔다왔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