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왜 울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들어가서 자요.”
“너 이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자.”
키가 제법 큰데 어떻게 저렇게 작게 웅크릴 수 있는지 신기할 만큼 몸을 동그랗게 만 후거는 발갛게 오른 눈가를 부비며 고개를 저었다. 새벽 두 시, 옆자리에 있어야 할 한 사람분의 온기가 모자라 눈을 뜬 건화는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 죽인 울음소리에 완전히 잠을 깼다. 왜 저러고 청승맞게 우는 건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손아귀에서 사라져 버릴 뻔 한 것을 간신히 쥐어 온 터라 더욱 그랬다. 건화는 잠긴 목을 가다듬고 후거의 앞에 눈을 맞춰 앉았다.
“너 이러면 나 속상해.”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왜 그래.”
후두둑 눈물을 떨궈내며 고개를 젓는 녀석의 뺨을 양 손으로 감싸 쥐자 눈을 꾹 감는다. 얼마나 울었는지 연약한 피부가 발갛게 일어나 있어서 건화는 아프지 않게 소매로 조심조심 눈물을 눌러 닦았다. 따뜻한 손이 제 얼굴을 감싸며 당기자 그대로 스윽 끌려오는 어깨는, 예나 지금이나 야위었다. 재차 묻는 제게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꺼내지 못하는 꼴이 퍽 답답해서 건화의 눈매가 잠깐 사나워졌다. 지금껏 눈가에 담겨있던 걱정에는 그리도 무디던 후거는 건화의 얼굴에 번개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사나움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드, 들어가서 자요 우리. 얼른. 꼼지락거리며 일어나는 몸을 품 안에 꽉 안아 가둔 건화는 낮게 속삭였다.
“혼잣몸도 아닌 데 왜 그렇게 울어. 아가야, 말을 해야 내가 알지.”
“......그게.”
“괜찮아.”
건화는 순간 후거가 왜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아이를 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입덧은 유달리 심해서 요 며칠 통 무엇을 먹지 못한 참이었다. 건화는 순간 입꼬리가 풀리려는 것을 가다듬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나 다를까, 후거의 눈에서 눈물이 또 쏟아졌다. 뭐 먹고 싶은데.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건화는 입이 썼다. 원래 이렇게 눈치를 보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모질게 구는 알파 덕에 첫 아이를 가졌을 때는 임신 사실조차 말하지 못한 후거였다. 제 과거를 자책하며 조금 더 다정하게 후거의 어깨를 감싼 건화는 보드라운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알파의 페로몬이 제 오메가를 도닥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울음을 그친 후거는 들릴락 말락 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딸기 먹고 싶어요.”
“딸기?”
“응.”
안 나가도 돼요, 내일 내가 나가서 사 먹으면 돼. 들어가서 자요, 우리. 애써 입을 열어놓고는 안 먹어도 된다고 고개를 젓는 모양이 안쓰러워 건화는 얼른 지갑을 집어 들었다. 겁먹은 토끼처럼 후거도 건화를 쫓아 일어섰다. 말리려는 것이 뻔해서 건화는 후거의 팔을 잡아 침실로 밀어 넣었다. 단호한 몸짓에 떠밀려 후거는 몇 번이고 건화를 돌아보았다.
“얌전하게 누워서 쉬고 있으면 금방 올 거니까, 거기 있어.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 꼭 쥐고.”
“네에.......”
“얼른. 너 눕는 거 보고 나갈 거야.”
“하지만,”
“어허.”
얌전하게 침대에 누운 후거가 이불도 목 끝까지 끌어올리고 눈을 깜박이는 것을 확인한 건화는 문을 약간 열어둔 채 방을 나섰다. 닫힌 방 안에 혼자 있는 것을 싫어하는 후거를 아는 탓이었다. 그것도 아마 나 때문이지. 건화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별꽃처럼 반짝이던 아이였는데.
***
“....거, 후거.”
그새 까무룩 잠이 들었는지 후거는 제 어깨를 부드럽게 흔드는 손길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얼른 일어나려고 급하게 손을 뻗어 침대를 짚는데, 허둥거리는 손을 마주잡는 온기가 느껴져 후거의 어깨에서 긴장이 풀렸다. 건화였다. 이 밤중에 일어나 나갔다 왔는데도 약간 피곤해 보일 뿐 흐트러진 구석이 하나 없는, 잘난 제 알파. 후거는 헝클어졌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으며 나른한 잠기운을 털어내려 애를 썼다. 건화는 사이드 테이블에 올려둔 쟁반을 가리키며 후거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나 진짜 괜찮은데.......”
후거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어디를 다녀온 것인지 쟁반 위가 가득 차 있었다. 하얀 접시에 담긴 생딸기, 딸기우유, 딸기맛 초콜릿, 딸기맛 아이스크림, 딸기주스, 산딸기 설탕절임에 딸기잼까지 딸기가 들어간 것이라면 전부 사 온 것 같은 쟁반이었다. 뭘 잘못 삼킨 것처럼 목이 꽉 메었다.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던 후거는 드디어 대답에 성공했다.
“......나 저거 다 먹을래요.”
“이 밤에 그러면 탈 나.”
“그래도 다 먹을래.”
“......그래. 토스트 구워 줄까?”
후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팠다. 이번엔 슬퍼서가 아니었다. 기뻐서, 너무 기뻐서. 또 울면 싫어할 텐데, 하고 생각은 했지만 눈물샘이 고장이라도 났는지 결국 또 눈물이 났다. 깨끗하게 씻어서 꼭지까지 따 놓은 딸기를 하나 집어먹으며 후거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시트 위로 눈물이 번지고 입술에서는 짠맛이 났다. 왜 그래, 못 먹겠어? 역하면 치울까? 토스트를 구워 들어오던 건화가 놀란 말투로 물어보는데도 후거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행복해서 그래요.”
“후거.”
“당신이 사 준 거니까 다 먹을래.”
빨갛게 딸기 물이 든 입술에 건화는 충동적으로 키스했다. 흠칫 굳어졌던 후거의 팔이 건화의 목을 안았다. 딸기 맛이 났다. 새콤하고 달콤한 과일향이 화악 번진다. 건화는 딸기를 하나 더 집었고, 제 입술에서 반을 나누어 연인의 입 안으로 넘겼다.
“말만 하면 다 사줄 테니까, 울지 말고.”
“응.”
“자꾸 울면 애도 울보로 나온다.”
“......거짓말.”
“확인해보려면 계속 울던지.”
“못됐어요, 당신.”
입술은 달고 품은 따뜻했다. 고소한 토스트의 향기에 섞여 딸기향이 코끝을 적신다. 잼을 바른 토스트를 먹던 후거는 건화가 입에 대주는 딸기주스를 받아 마시며 한껏 편안한 기분이 되었다. 금세 졸린 기색이 내려앉은 얼굴을 본 건화는 후거의 손에서 남은 토스트를 받아들어 옆에 내려두었다. 그러고 자면 이 다 썩는다.
“......졸려.”
“양치하고 자.”
“나 너무 졸려요.”
“기다려, 그럼.”
칫솔에 치약을 묻혀 들고 돌아온 것은 곽건화였다. 입 벌려. 멍하게 입을 벌리며 후거는 눈을 깜박였다. 나 지금 꿈 꾸나봐. 진짜 꿈인가봐. 한 번도 남의 이를 닦아준 적이 없어 서툰 손놀림으로 후거의 이를 닦아주던 건화는 얌전한 후거를 보며 웃었다. 얌전하니까 좋네. 내, 내가 할게요. 얼른 칫솔을 빼앗아 들고 욕실로 향하는 후거를 잡은 건화는 욕실 의자에 후거를 앉혔다.
“너 그러다가 또 넘어져. 평소에도 넘어지면 안 되지만 지금은 더더욱 안 돼.”
아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진 손놀림으로 후거의 이를 마저 닦아준 건화는 이제 됐다며 물컵을 내밀고 한 걸음 뒤로 빠졌다. 팔짱을 끼고 후거가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는 눈빛이 달다. 얼른 입을 헹군 후거는 민망한 얼굴을 숨기며 건화의 옆으로 비켜나가려 했다. 그 순간 발이 쭉, 미끄러진다. 소리를 지를 겨를도 없이 일단 배를 감싼 후거는 바닥에 부딪치기 전 저를 잡는 손길에 긴장을 풀었다.
“말하자마자 넘어져?”
너 조심 안 하지. 후거는 훌쩍 큰 키에 비해 손발이 작아서 자꾸만 넘어지거나 걸음을 삐끗하고는 했다. 작은 손으로 꼬물대는 것도 귀엽고, 조그만 발로 종종거리는 것도 귀엽긴 한데 이렇게 자꾸 넘어지면 곤란하다. 건화는 침대까지 후거를 안전하게 이동시킨 다음 바닥에 앉아 조그맣고 하얀 발을 만지작거렸다. 안절부절 못하는 기색인 후거는 발을 내밀지도, 거두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뽀얀 발등과 반지르르하게 윤이 나는 분홍빛 발톱까지 샅샅이 주무른 건화는 작은 발을 제 다리에 얹어놓은 채 여전히 바닥에 앉은 자세였다.
“......저기, 무슨 생각해요?”
“어떻게 해야 덜 넘어지나 하는 생각.”
후거의 귓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가슴 속에 여전히 꽁꽁 얼어있던 어딘가가, 사르르 녹아내렸다. 밀려오는 사랑스러움에 후거는 마시멜로처럼 보들보들해진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행복의 예감 같은 것이 괜시리 설렘을 불렀다.
곽시발이랑 어린 나이에 정략결혼하고 냉대랑 무관심속에서 지내지만 후거는 어린시절부터 곽건화를 좋아했던 것이 로지컬하다. 어찌저찌 몇 번 치른 힛싸에서 아이 생기는데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고 들어오면 화를 내거나 비아냥거리는 남편한테 아무 말도 못 할듯. 문 닫힌 방 싫어하는 것도 몇번 동침하면 꼭 그 다음에 절대 옆에 안 있어주고 씻고 나가버리는 게, 건화 뒤로 닫힌 문이 자기가 열기 전까지 다시는 안 열리는 게 나중엔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그랬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대로 첫 아이 유산한 후거가 조개돼서 마음 꽁꽁 닫아걸고 도망가는데 뒤늦게 후거 찾아나선 곽건화가 바닷물속으로 걸어들어가는 후거 붙잡고 나왔으면 좋겠다.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녀석이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지르면 새파랗게 질린 입술로 웃으면서 그래서 들어왔다고, 수영할 줄 모르니까 여기선 도망 못 치잖아요. 하고 대답했으면. 내가 살아있으면 당신 재혼도 못하고 난 우리 애도 죽였으니까 죽는게 맞다고 놔달라고 버둥거리는데 어떻게든 다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겠지. 열심히 부둥거리면서 조금씩 조개도 해감하고 새로 아이도 갖게 되는데 아직 그 외로움과 두려움이 다 안 가셔서 뭐 먹고싶다고 말도 못 하는 후거가 보고싶었는데 발만 네개다 후조개 해감 끝났으니 이제 태교도 하고 출산도 하고 육아도 하겠지
응삼
크으 병병이 이 새벽에 달달사 해요ㅠㅠ범인은 시엔셩ㅠㅠ 태교출산육아하고 둘째 갖는 억나더 주세요ㅜㅜ
화후 과거부터 미래까지 억나더!
크 시엔셩 곽시발이 곽사랑꾼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예술이다ㅜㅜ 제발 어나더를 조우ㅜㅜ - dc App
크 아침부터 당수치 올라간다
억나더가 시급 프리퀄 시퀄
후거 과거 찌통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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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헉헉존좋
존좋
대작이다
이대로 가면 안돼 시엔셩 만남부터 자세히 압나더
과거부터 미래까지 33333333 그게 안된다면 마지막줄이라도 압해ㅜㅜ 이건 너무 하잖아 시엔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