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건화왕카이
아니 그냥 갑자기 며칠 전에 노래 듣다가 아무 내용이나 끄적이고보니 여기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마저 썼음
기나긴 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여기에 있었다고 한다 16이라 하기는 조금 번외격이라 에필로그란 말이 더 잘 어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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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속이고 나를 속여야 하는 고통스러운 삼중생활을 하면서 막연히 이 모든 것이 끝난 뒤의 삶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명대는 몰라도 아성은 비밀 요원들의 결말이 어떤지를 대강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금의환향은 꿈도 꾼 적 없었고 환희나 칭송조차도 기대한 적이 없었다. 다만 모든 것을 버리면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가 밋밋한 삶은 살 수 있겠거니 했다.
아무리 영특하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도 미리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희미하게 달빛만 비쳐들어오는 독방 벽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으니 온갖 생각이 다 스쳤다. 아성은 제 몫으로 들어온 작은 구멍 앞의 식사도 마다하고 내버려두었다. 이 감옥을 설계한 사람은 다행히도 그리 매정하지는 않아, 독방에도 작게나마 창문이 있었다. 달빛은 어린 아이 머리카락처럼 가늘고 연약하다. 창살에 의해 엉망으로 끊겨들어오지만 그래도 감사했다.
전쟁과 전후의 알력싸움으로 국민당 내에서 첩자 명루와 아성을 아는 사람들은 모조리 죽어나갔다. 마음도 몸도 충분히 단단하다 여겼는데 고작 한 나절의 시간 동안 한간에게 가해지는 고문은 한도가 없었고 곧 아성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명루가 보고 싶었다. 동시에 그가 무사평안하기만을 바랐다. 생사를 모르는 명대도 그리웠고, 오래 전에 그들을 떠난 명경은 더더욱 보고싶었다. 그러나 당혹스럽게도 가장 간절한 것은 청명의 품이었다.
독일의 어느 새벽에, 좁은 침대에서 두 사람이 낑겨 겨우 잠들었을 때의 그 축축함과 답답함과 열기까지 모조리 그리웠다.
아성은 아직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그 빛바랜 반지만 엄지 끝으로 쓰다듬었다. 아성은 자신의 혐의가 완벽하게 벗겨지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때문에 그 누구도 이 혐의에 엮여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럼에도 그리웠다. 죽어나가기 전에 그 손 한 번만 잡아봤으면…….
깜빡 조명의 전기처럼 정신이 나갔다.
아성은 단백질이 타들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눈을 떴다. 고통은 이미 무뎌졌다. 그들은 아성의 얼굴을 모르지만 아성은 자신의 살을 지지는 사람의 살벌한 눈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 자는 일본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 국민당 내 대(對)공산당 쪽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이 자들이 죽이려는 자신은 신정부 비서로서의 명성이 아니라 공산당 측 요원으로서의 청자였던 모양이다. 머리 위에서 까딱이는 조명등이 기괴하게 비추고 있는 사람은 아성을 포함하여 넷이었다. 살벌한 눈 옆에 선 자는 그도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저 멀리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어쩐지 눈물이 왈칵 솟았다.
심문관은 아성이 줄줄 눈물을 흘리는 이유가 자신의 말이 정곡을 찔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어라 크게 소리치며 귀를 아프게 했으나 아성은 음영진 청명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살이 많이 내렸다. 얼굴은 그을렸고 그래서 여전히 잘생긴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주머니에 넣지 않은 손에 끼워진 은색 반지도 여전했다. 수 년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상상하면서도 변하지 않기를 바랐던 모습 그대로다.
그가 어째서 이 곳에 있을까?
눈 앞의 사람처럼 차라리 공산당 요원을 죽이려는 것이라면 조금 서글프지만 오히려 나을 것 같았다. 혹시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라면 뺨을 때려서라도 돌려보내고 싶었다. 이미 자신의 운명은 정해졌고 그가 그 험악한 운명의 타래에 이끌려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
아성이 모르는 왜소한 남자가 뒤를 흘긋 돌아보더니 그제야 청명의 존재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고장관님! 기겁하며 친 소리에 기술자의 고개도 돌아갔다. 고가(高家)는 여전히 국민당의 주요 돈줄이었고 최근에는 종종 발을 빼려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보여 흡사 나라 전체가 비위를 맞추고 있는 꼴이었다.
“진 차장님.”
오랜만에 들은 고청명의 목소리는 약간 허스키했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목이 상한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아버지로부터의 전언이 있어 왔습니다.”
“말씀하십시오.”
“제가 상해에 있을 때 76호에 잡혀갔던 것은 아실 거라 믿습니다. 이 자는 그 때 제 목숨을 살려줬습니다. 쓸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똑같이 목숨은 살려 내보내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냐 하셨습니다.”
아버지로부터의 전언이라면서 나오는 말은 고청명 본인에 관한 것이었다. 의아해진 진차장은 조금 꼬투리를 잡아보기로 했다.
“물론 그래야지요. 그런데 이제 심문을 시작한 지 반 나절도 안 되어서요. 이틀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고문은 안됩니다.”
“고문을 안 하고 어떻게 심문을 합니까.”
고청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 탁 숨을 뱉었다. 그는 느릿하게 자리에 앉아 손톱 정리를 시작했다. 소인배와 같은 행동과 달리 몸에서 배어나오는 귀족적인 풍모와 여유로움은 그 공간에서 그만 깔끔하게 유리시켰다.
“아니면 제가 심문을 해볼테니 신병을 넘겨주시던가. 저는 고가의 아들이기도 하지만 엄연한 장교입니다. 당신보다 계급이 높다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진 차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돈으로도 다른 무엇으로도 그가 고청명의 말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그는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했다.
“하루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 저녁.”
오늘 저녁이라면 두 시간도 남지 않았다. 진 차장은 이를 뿌득 갈았다.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자기 선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답을 주기보다는 그냥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진 차장이 서류를 작성하러 문을 열고 나간 사이 고청명이 아성의 앞으로 다가왔다.
“반지…….”
끊어질 듯 희미한 목소리가 물기를 머금어 번져 있었다. 눈은 보송보송한 고청명은 별 허락도 없이 그 손에서 반지를 대신 빼 주머니에 넣었다. 금방 돌려줄게. 아성은 한동안 그 반지가 남의 눈에 뜨일까 두려웠었으나 이제 걱정이 없었다.
아성은 버젓이 충칭으로 옮겨졌다. 명목상으로는 고청명으로 담당자가 옮겨간 것이었고 이미 이후에 어떻게 처리될 지까지 다 정해져 있었다. 그는 해외로 추방될 것이다. 그러나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그 날짜는 고청명의 머리 속에만 있었다.
삼 일동안 눈이 오고나서도 간간이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보스턴 항구가 낯설었던 것은 아니다. 아성은 파리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도 이보다 더 평온했으니까.
오랜 선상생활은 아성의 머리와 내장을 뒤흔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만 했다. 공산당 요원을 자본주의의 선봉자 미국으로 추방하는 그 어이없는 모순에 대해서 언급할 틈도 없이 귀빈처럼 곱게 모셔진 탓이다. 구할 수 있는 최고의 식품과 공산품이 아성 앞으로 대령되었다. 명가에서도 감히 한 번도 누리지 못했던 호사였다.
앞으로의 삶을 이어갈 새 땅에 발을 딛고 나서 처음 생각한 것은 날씨가 참 흐리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춥다고. 눈은 어정쩡하게 내렸고 구름은 개지 않은 데다가 보스턴의 위도는 명백히 상해보다 위였다. 그러나 아성은 하선을 준비할 당시 선원에게서 자신이 챙긴 적 없는 두툼한 남색 코트를 받은 바 있었다. 그는 별 질문을 하지 않고 그것을 걸쳤었다.
입국장에서 나와 해안의 수직 방향으로 한참을 걸었다. 지난 번에 배가 잠시 땅에 정박했을 때 온 전화가 기억났다. 고청명이 제 주변에 심어놓은 사람은 참으로 일을 열심히 하는 모양이었다. 그 전화는 보스턴의 한 가게 상호와 위치를 말해주었다. 아성은 달리 할 일도 없어 일단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별로 고청명의 말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 가게는 식당이었다. 간판은 금빛으로 반짝였고 날이 추워 아무도 앉지 않을 것 같은 야외 테라스는 온통 붉은 색이었다. 그 붉은 테라스에 앉아 신문을 펴든 남자의 좁고 겅중한 잿빛 바짓단과 그 아래 매끈한 검은 양말과 구두가 마음에 들어 잠시 눈길을 준 아성은 이내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에 달린 종이 쨍그랑 울렸다.
스물도 안 될 것 같은 사내애 하나가 마른 걸레로 유리잔을 닦고 있었다. 종소리에 아성을 본 소년은 눈만 댕그랗게 떴다. 서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지 어색한 침묵만 길었다.
“아직 영업시간 아닌데요…….”
“죄송합니다, 잘못 들어왔네요.”
아성은 문을 잡은 그대로 몸을 뒤로 뺐다. 볼일은 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 신문을 내린 남자는 검은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오똑한 코만은 가릴 수 없었다. 아성은 신경질적으로 그 모자를 벗겨버렸다.
“아! 왜 그래.”
모자에 푹 눌린 머리가 볼품없었으나 그래도 잘생겼다.
“올 거면 온다고 말을 하던가.”
고청명은 자신도 미국으로 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아성은 억울해졌다. 중국을 떠날 당시 다시는 볼 수 없다 생각한 자신이 뿌린 눈물과 회한을 이 앞의 남자는 멀쩡한 두 눈으로 봤던 것이다. 이제 보니 그는 오래 전부터 오늘 일을 계획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는 돈도 내지 않고 남의 가게 의자를 마음대로 점거한 데다가 테이블에는 제 짐가방까지 올려놓았다. 아성은 그 무심한 행동거지와 잘난 얼굴에 끔찍하게 부끄러워졌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고청명은 태연히 자신의 눌린 머리를 헝클어뜨리더니 말했다.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안 가.”
“왜 안 가?”
“할 일이 많아. 내가 너 같은 줄 알아? 추방당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준비를 못 한단 말이야. 잘 데도 구해야 하고…….”
“아까는 그랬을 지 모르지만 이제는 내가 있는데 뭘 걱정해? 가자.”
아성은 자기가 속끓인 것이 억울해서라도 고청명과 동거하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는 아니고, 적어도 한 일주일 정도는…….
“싫다니까.”
“아참.”
고청명은 자신의 품을 뒤져 네모난 벨벳 케이스를 꺼냈다. 아성의 심장이 예전 빛 들어오는 명공관에 단 둘이 있었을 때처럼 두근두근 뛰었다. 고청명은 얄밉게도 씩 웃어보였다.
“이게 없어서 그러는 거군.”
고청명은 이미 제 몫을 반지를 끼고 있었다. 아마 처음 낀 날 이후로 뺀 적이 없을 것이다. 그는 이제 채 주인을 찾지 못했던 남은 반지를 알맞은 곳에 되돌려놓았다. 아성의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 위에서 반지가 곱게 빛났다.
고청명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과장된 동작으로 서양식 절을 했다.
“그럼 신혼집으로 먼저 가실까요?”
이번에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아성은 내민 그의 손에 제 손을 얹어놓았다. 명대는 아직 잘 지내고 있을 것이고, 명루에게 있던 혐의는 자신이 다 뒤집어 썼던 탓에 그는 깨끗했다. 내일은 편지를 써야겠다. 아성은 케임브리지에 가서 하버드도 둘러보고 싶었다. 명대가 발을 뺄 수 있다면 이 곳에서 공부를 마저 하는 것도 썩 괜찮을 것 같았다.
둘은 나란히 짐가방을 들고 택시를 탔다. 일단 신혼집 침대에서 좀 뒹굴었으면 좋겠는데. 아성이 생각했다.
어나더 없으면 시엔셩도 나도 죽는거야..... 같이 죽는거야.. 어나더 없는 갤은 상상할 수 없어.. 시엔셩 우리 함께야..
시엔셩 새업튀는 없다ㅠㅠㅠㅠㅠㅠ 만리장성 쌓아줘라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존나 좋아요 센세ㅠㅠㅠㅠㅠㅠㅠ둘이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ㅠㅠㅠㅠ
미국에서의 신혼생활로 돌아올거지???시엔셩 믿는다 응!!!!
ㅜㅜㅜㅜ
이제 신혼생활을 풀어줘야지.. 시엔셩 사랑해
이 한밤중에 광광웁니다 엉엉ㅠㅠㅠㅠㅠㅠ존나다행이야 광광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엔셩!! 사랑합니다!! 제발 신혼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