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접 마승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마승은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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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은아 한번만 대주라 존나예뻐 ㅅㅂ










2. 


요 며칠 간 황제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마치 사냥을 끝내고 신선한 먹이를 포식한 맹수와도 같은 모습이었으므로 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태감총관은 마음을 놓았다가도 불안한 기분이 엄습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배부른 맹수는 위험하지 않지만 맹수가 언제 허기를 느낄지는 알 수 없었고, 거칠 것이 없는 황제라는 맹수가 누구에게 이를 드러낼 지는 더더욱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행을 나갈 것이다.”


“폐하, 하오나.......”


“무엇이 문제란 말이냐? 황제가 민심을 살피기 위해 잠행을 나가는 것은,”



황제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 잠행을 나가든 유람을 명하든 그것은 황제의 뜻에 달린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말이 많은 아랫것들을 위해 명분을 던져주듯, 홍력은 비웃음을 띤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 아버님과 내 할아버님도 잠행을 나가셨지. 옛 위대한 황제들도 그러했고.”



짐이 잠행을 나가서는 아니 될 이유라도 있는가? 시위총관은 어떤가. 아직도 반대할 마음이 드는가? 시위총관은 입을 다물었다. 허면 어전시위 중 뛰어난 자를 열 명 골라 폐하를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홍력은 가볍게 손을 저었다. 허락한다는 뜻이었다.



“양 태감.”


“예, 폐하.”


“잠행을 나갈 것이니 미복을 준비해라.”


“명을 받듭니다.”



나이든 태감은 허리를 숙여 물러났다. 어린것들을 시키느니 직접 챙기는 것이 황제의 역정을 막는 길이었다. 시위총관이 황제의 호위를 꾸리느라 물러가고 태감총관이 잠행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우자 황제의 주위가 비었다. 주위가 비었다, 라. 홍력은 재미있는 생각이 든 사람처럼 웃었다. 게 누구 없느냐, 황제의 낮은 목소리가 울리자 남아있던 태감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자가 나섰다. 허리를 깊이 숙인 태감을 보며 황제는 명했다.



“어전 시위를 비롯해 태감과 궁녀들을 모두 물려라. 내가 들이라 명하기 전까지 누구도 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예, 폐하.”



불과 며칠 전과 같이, 황제는 주위를 깨끗이 물렸다. 해가 지기 전이라 붉은 태양빛이 감도는 것만을 제외하면 대전은 깃털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조용한 사위까지 이전의 밤과 똑같았다. 모습을 보여라, 무명. 황제는 아무도 없는 정면을 똑바로 응시했다. 누구에게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선이었으나 명을 들은 이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공기가 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새카만 옷을 입은 남자가 황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움직임이 제법이구나.”


“황공하옵니다.”


“너도 귀가 있으니 들었겠지. 나는 오늘 밤 잠행을 나갈 것이다.”


“예.”


“어전시위 열을 데려갈 것이나, 너도 내 뒤를 따르겠지?”


“예.”


“허면 네 실력을 볼 수 있겠구나.”



검은 복면 뒤로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마치, 스스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이미 훤히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으나 그것이 여상하기 그지없어 무명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각에서 배운 바도 분명 그러했다. 황제는 숨만 쉬어도 생명이 위태로운 자리이다. 유난히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도, 유난히 좋아하는 옷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언제 올가미가 되어 목을 조여 올지 모르는 것이므로 그렇다. 무명의 사부인 무영은 그리 말했었다. 그것은 어떤 무영이던가. 전 대의 무영이던가, 이번 대의 무영이던가. 무영각의 각주는 대대로 무영이라는 이름을 물려받았으므로 무명의 생각은 마냥 의미 없는 것만은 아니었다. 억양이 없고 무감한 그 목소리들을 떠올리며 그는 몸을 더욱 낮추었다.



“명을 다해 폐하를 모실 것입니다.”


“당연한 말을 하는군.”



너도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머리라도 고쳐 묶어야 간만의 바깥바람이 반갑겠지. 황제는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웃었다. 명심하겠습니다. 황제는 홍소를 터뜨렸다. 재미있군. 진정 머리라도 고쳐 묶을 셈이냐? 허면 내 머리끈을 내려주지. 황제는 태감을 불렀다. 무명은 흠칫 놀라며 기둥 뒤 그림자에 몸을 숨겼다. 황제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는 검은 그림자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태감을 향해 명을 내렸다.



“머리끈을 가져와라.”



태감은 아무 말 없이 뒷걸음질을 쳐 물러났다. 곧 고운 비단천이 담긴 상자를 들고 돌아온 태감은 황제의 앞에 그것을 받쳐 올렸다. 몇 가지를 들여다보던 황제는 짙은 주사빛의 댕기를 집어 들었다. 귀족들도 쉬이 쓸 수 없는, 홍화로 몇 번이나 물을 들이고 헹구어낸 상등품의 비단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황제의 치장에 쓰이는 물건이므로 끄트머리에 금빛으로 수가 놓아진 용의 모습까지도 정교한 것을 집어낸 홍력은 이만 나가보아도 좋다는 말로 태감을 물렸다.



“네가 내 보기에 만족스러울만한 실력을 보인다면 이것을 상으로 내리마.”



기둥 뒤 그림자에 숨어 호흡조차 느껴지지 않게 기척을 죽였던 사내는 태감의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자 조심스럽게 황제의 앞으로 나왔다. 세상의 치장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는 이의 눈에도 황제의 손에 들린 얇고 긴 비단 조각은 귀한 것이었다. 황제의 단단하고 아름다운 손가락 사이에서 가볍게 휘날리는 붉은 천. 무명은 무어라 대답해야 할 지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였고, 그 때 태감총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폐하, 명하신 것의 준비가 끝났사옵니다.”


“이만 가도 좋다.”


“존명.”



황제는 들보 위로 사라진 그림자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잠행을 위해서는 나름의 준비가 필요한 법이었다. 황제는 건청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전과 황제의 침전은 제법 거리가 있어 홍력은 걸음을 옮기며 수십 수백에게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조아린 절을 받았다. 침전에 들자 지밀을 책임지는 여관이 옷을 준비하여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익숙하게 궁녀들의 시중을 받아 화려한 황제의 정복을 벗은 홍력은 궁녀들이 챙겨온 미복을 꼼꼼히 훑었다. 행여나 황궁에만 진상되는 비단으로 지어졌거나 황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값비싼 염료를 사용한 것이어서는 곤란했다. 태감총관의 눈을 거쳤을 것이나 명줄이 달린 것이었으므로 홍력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웠다. 화려하지 않으나 질만은 좋은 엷은 푸른색의 비단과 남빛 허리끈, 금낭까지 확인한 황제는 나머지는 태감이 다시 한 번 확인하라 명하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궁녀들의 손에 황제는 어느 대갓집 공자 정도로 외양이 다듬어졌으며 태감은 잠행에 필요한 보화를 담은 금낭을 올렸다.



“도성 안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삼경이 지나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어전 시위를 동원해도 좋다. 시위 총관,”


“예, 폐하.”


“알아들었는가?”


“소장 성심껏 폐하의 명을 따르겠나이다.”



황제를 상징하는 패를 품안에 챙겨 넣은 홍력은 주위를 둘러보고 면경에 제 모습을 비추어 확인했다. 만족스러울 만큼은 범인의 행색이 되었으니 황궁을 나서자마자 표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었다. 평범한 모습으로 분한 어전 시위 열의 얼굴을 확인하고 익힌 황제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떠올렸으나 이내 그의 모습을 지워냈다. 눈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복면 위로도 고운 태가 나는 얼굴이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홍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한미한 신분의 이들까지 꼼꼼히 떠올리는 성품이 아니었다.



“가자.”



황제와 측근의 호위를 담당할 열 명의 시위가 황성을 떠나고, 은밀히 백여 명의 시위들이 흩어지며 황제의 잠행이 시작되었다. 어스름이 내린 연경 도성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도 행렬을 따랐다. 지붕에서 지붕 위로, 골목에서 골목을 건너는 그림자는 범인의 시각으로 움직임을 파악하기에는 지나치게 날랬다. 감각이 예민한 어전 시위들은 그 기척을 눈치 채었으나 황제가 따로 부리는 음지의 존재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으므로 불필요하게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았다. 피부로 느껴지는 기운에 살기가 담겨 있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평온하군.”



선황의 치세에 힘입어 도성은 평온했다. 해가 거의 졌으나 시전의 분위기는 여전히 활기찼다. 상인들은 등을 켰고 해가 떠 있을 때와는 다른 물건을 파는 노점 상인들이 속속 등장했다. 낮 동안 차와 식사를 팔던 객점은 ‘酒’라고 쓰인 무명천을 깃발처럼 내걸고 옆에 푸른 등을 켜 달았다. 술을 팔고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었다. 

큰 거리를 따라 움직이던 홍력은 홍등이 주르륵 걸린 작은 골목 앞에서 멈추었다. 색주가였다. 그는 색주가 안으로 발을 디뎠다. 권력과 돈, 여인과 술이 뭉친 곳이었다. 거대한 규모의 객잔으로 꾸민 곳이 있는가 하면 흔한 여염집과 같은 곳도 있었고, 나이든 여인들이 모여 푼돈에 몸을 파는 허름한 곳도 종종 보였다. 미인도가 그려진 화첩을 든 어린 사내아이들이 손님을 찾아 거리를 떠도는 곳. 홍력은 가장 유명한 기방에 발을 들였다.



“애 공자님.”


“목소리를 낮추어라.”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기방의 주인인 진반약은 황자 시절부터 얼굴을 익힌 사이였다. 황제는 모르는 것이 없어야 하고 어느 곳에나 눈이 있어야 한다는 조부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른 홍력은 황자 시절 제 눈을 요소요소에 심는 것에 주력했다. 반약은 그런 눈들 중 하나였다. 기방 주인답게 화려한 옷을 걸치고 눈가에는 붉은 화장을 한 여인은 황제의 앞에 다소곳이 앉아 차를 따랐다. 아무렇지 않게 소매에서 은침을 꺼낸 홍력은 그것을 찻잔에 담갔고, 검게 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입에 대었다.



“소녀를 너무도 못 믿으십니다, 공자님.”


“내 집에서도 믿을 이가 없는데 하물며 밖에서는 오죽할까.”


“제 정보는 믿으시지 않습니까.”


“너는 내 눈이지 내 입이 아니다. 새로이 얻은 것이 있느냐?”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삼황자의 세력은?”


“선황께서 직접 사사하고 선원보에서 제하신 인물입니다. 무슨 인덕이 있어 그 세력이 남아있겠습니까. 허나 공자께서 마음을 쓰시니 소녀가 더 알아보겠습니다.”


“별 이야기가 없으면 이만 일어나겠다.”


“살펴가소서.”



차 한 잔을 겨우 비울 시간이 지났을까, 홍력은 금세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성은 넓었고 시간은 짧았으므로 한 곳에서 오래 지체할 수 없었다. 홍력은 부러 사람이 많은 곳을 골라 움직였다. 다만 자꾸만 부딪치는 이가 늘고 피부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황제는 몸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민들 사이에 섞여 있던 시위들은 황제의 움직임에 기민하게 반응하였고, 눈에 띄지 않을 만큼 황제를 둘러싸며 이동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야 한다.”


“예.”



시전을 한참 빠져나와 빈 집들이 있는 마을 가장자리로 나오자마자 살기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의 복색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신분이 노출되어도 하등의 문제가 없는 이들. 선황제부터 꾸준히 싸워온 북방의 적이었다. 황제는 여유롭게 웃었다.



“배짱이 크구나. 아니면 그만큼 급한 것이거나.”



대답은 없었다. 황제를 향해 뿌려진 암기는 시위들의 칼에 튕겨져 나갔고 곧 소리 없이 혈전이 벌어졌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암살자들이 다섯 쓰러졌고 어전시위 역시 둘이 일어나지 못했다. 남은 것은 여덟,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무명이었다. 황제를 제외한 어느 누구에게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엄격한 규율이므로 어전시위들이 전부 쓰러지기 전까지 무명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자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명이 제 일을 하고 있음을 안 황제는 제 칼을 뽑아들었다. 황제를 위해 버리는 목숨이라지만 잘 훈련된 시위를 잃는 것은 아까운 일이었다. 


-


홍력은 뒤로 물러났다. 황제의 검은 피로 더럽혀졌고, 자신들의 세 배가 넘는 수를 상대한 열 명의 시위는 주검이 되어 나자빠졌거나 더는 칼을 휘두를 수 없는 꼴이 된 지 오래였다. 시위총관이 은밀히 흩어놓은 백여 명의 병력은 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눈앞의 흉적은 넷. 홍력은 날카롭게 감각을 가다듬으며 검을 들었다. 그 때였다. 검은 무복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 이미 대여섯을 힘들이지 않고 죽였으되 규율에 묶여 움직일 수 없던 무명이 나타난 것이었다. 황제의 앞을 가로막은 그는 검을 앞으로 흩뿌렸고, 한 명의 가슴을 뚫는 것과 동시에 다리를 휘둘러 다른 하나의 턱을 부수었다. 남은 둘은 칼을 단단히 거머쥐고 황제를 향해 달려들었다. 황제는 오른쪽에서 달려든 자의 허리를 베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흉적의 칼이 황제의 목을 내리치기 직전, 옆구리에 검을 찔러 넣은 무명은 혹시 모를 잔당이 있을까 경계하며 안위를 물었다. 옷은 조금 더러워졌고 숨이 약간 찬 것 외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는 홍력은 고개를 젓고 마찬가지로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리가 된 것 같으니 환궁한다. 썩 앞으로 나서던 홍력은 제 앞을 막은 무명을 보았다.



“아직, 아직 아닙니다, 폐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무 뒤에서 검을 든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명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날아오는 단도 앞에서 황제를 끌어내고 품에서 비수를 꺼내든 무명은 홍력을 완전히 가린 채 몸을 움직였다. 무명이 던진 비수가 허벅지의 근육을 찢었고, 무릎을 꿇은 괴한은 피에 젖은 검 앞에서 허무히 생을 마쳤다. 눈을 감지 못한 시신은 목이 잘렸음에도 치뜬 눈으로 황제를 보고 있었고, 그것을 불경하다 여긴 무명은 머리를 밟아 깨뜨렸다. 사방에 붉은 피와 뇌수가 튀었다.



“궁으로 모시겠습니다, 폐하.”



회궁은 어렵지 않았다. 무명이 마지막 남은 자를 처리하는 동안 흩어져 있던 시위들이 모였고, 황제는 그들이 끌고 온 말에 올라 속도를 내었다. 흔한 잠행의 결말이었다. 홍력은 첫 잠행을 떠올렸다. 3황자가 저를 경계하며 패악을 부리던 시절이었나. 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던 객점에서 독이 든 차를 마실 뻔 하였던 기억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소맷자락에 은침을 넣어 다니는 것은 그 때 생긴 버릇이었다.

환궁하여 몸에 묻은 피를 씻어난 황제는 침수에 들기 전 문득 생각났다는 듯 제 호위를 불렀다. 무명, 모습을 드러내라. 여전히 검은 옷과 검은 복면 차림의 사내는 소리 없이 황제의 침상 옆에 내려앉았다.



“네 것이다.”



가지런히 꿇은 무릎, 숙인 얼굴 앞에 붉은 비단이 내려앉았다. 끝에 금실로 용이 수놓인 것은 황제의 물건이었다.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황제의 용안을 곁눈질로 확인한 무명은 황제가 웃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그는 웃고 있었다.



“내 쓸 만한 호위를 얻게 되었군. 약속된 상이었으니 이제는 네 것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허면 내 너에게 명할 것이 있다.”


“하명하소서.”


“얼굴을 가린 것을 벗어라.”



수그린 어깨가 움찔 떨렸다. 소신은 훈련받은 호위무사로 얼굴을 보이지 않습니다. 폐하의 옥체 보존을 위한 것이니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옵소서. 무명은 무감한 목소리로 외우듯 용서를 구하는 말을 읊었다. 황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손에 쥔 붉은 댕기가 천근처럼 무거워 무명은 고개를 조금 더 조아렸다. 기실 마음만 먹으면 무명은 황제의 숨을 언제든 거둘 수 있었으나, 만인지상의 자리가 갖는 무거움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감히 검 한 자루로 그것에 대항할 수 없어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얼굴을 가린 것을 치우라 하였다.”


“하오나.......”


“허면 네가 역도의 무리라 하여 내가 너를 이 자리에서 베어도 되겠구나.”



그렇지 않으냐? 그 자리에 있던 무리 중 하나가 너를 죽이고 네 옷을 입었다 해도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말이다. 황제의 목소리는 서늘했고 무명은 제가 더 이상 항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흰 손이 뒤통수에서 얼굴을 가려 묶고 있는 검은 천의 매듭을 풀었다. 단단히 묶인 매듭을 끄르자 지탱할 곳을 잃은 검은 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어라. 황제의 준엄한 목소리에 숙였던 고개가 천천히 들렸다. 이마를 가리며 드리워진 앞머리 아래로, 빛을 받지 못해 새하얀 낯빛이 도드라졌다. 먼 거리에서도 선명하던 말간 눈매와 복면 아래로 가려졌던 하관이 온전히 드러났다.



“가까이 오라.”



허리를 굽히고 황제의 곁으로 다가간 무명은 턱을 잡아채는 억센 아귀힘에 속절없이 끌려갔다. 동자가 크고 뚜렷한 황제의 눈에서 언뜻 즐거움이 비쳤다. 차마 버둥거리지 못한 탓에 아프도록 꽉 쥐어진 턱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당황하여 수없이 깜박이는 눈동자를 들여다보던 홍력은 천천히 손에서 힘을 뺐다. 



“오늘 내 목숨을 구했으니,”



어디 내 마음도 한 번 구해 보거라. 후궁에는 기백이 넘는 수의 꽃과 같은 음인들이 있으나 아직 나를 제 치맛자락에 휘감은 당돌한 자는 한 명도 없지. 그러니 네가 해 보아라. 육신을 구하는 자인데 마음은 못 구할까. 도통 알아듣지 못한 듯 멍하게 눈을 깜박이는 이에게 홍력은 꽂아 넣듯 말을 단단히 하여 내뱉었다.



“내 밤시중을 들라는 말이다.”











* 애신각라 홍력은 황위에 오르기 전 3황자인 형 홍리에게 견제를 당했음. 그런데 아버지인 옹정제가 홍리가 홍력을 견제하는 것을 싫어해서 홍리는 눈밖에 나고 옹정제로부터 사사당한 후 황실 선원보에서 제함.

** 청대에 강희제-옹정제-건륭제(홍력)에 걸쳐서 몽골의 후손이고 유목민족인 준가르 정벌이 계속 있었음. 이전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건륭제 대에서 대승(이라기엔 멸종에 가까움)하고 영토를 복속시키는데 ㅁㅅ에 나온 자객들은 준가르의 자객들. 씨발 한자로 쓰면 '준갈이'라서 뭔 분갈이도 아니고 도저히 쓰고싶지 않았읍니다.... 영토는 지금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쪽.









보고싶은 건 이런게 아닌데 설정충+설명충 = 멸망의 늘어짐



건화후거 응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