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얏트에서 새벽 4시〉
– 하루키풍 내레이션 시나리오 –
남산 자락의 바람이
유리창에 부딪혀 흔들릴 때,
나는 이곳이 호텔인지
아니면 탈출구인지 헷갈렸다.
복도 끝 룸서비스 카트에는
반쯤 남은 와인잔,
그리고 누군가의 이름표가 놓여 있었다.
이 도시의 고급스러움은
언제나 피로와 맞바꾼다.
하얏트의 조명은 따뜻하지만,
그 불빛 아래선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
새벽 4시,
나는 잠결에 누군가의 구두 소리를 들었다.
너무 가벼워서, 도망치는 발자국처럼 들렸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사랑 대신 계약을 나누고,
휴식 대신 역할을 연기한다.
침대 시트는 부드럽지만,
그 위에서 쉬는 사람은 없다.
나는 문득,
진짜 숙박이란
어쩌면 ‘떠나지 않아도 되는 곳’을
찾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곳엔 그런 방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벽마다 도망친다.
럭셔리의 끝에는,
아무도 묵지 않는 방 하나가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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