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공간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아파트는 효율과 수익을 기준으로 배치되면서, 도시 차원의 질서보다는 단지 내부의 최대치만을 추구해 왔다. 그 결과 도시는 고슴도치처럼 뾰족해졌고, 바람길은 끊기고, 시야는 막히며, 교통은 특정 지점으로 몰린다. 단지 밖으로 나서는 순간 맞닥뜨리는 혼잡과 소음은, 집이 휴식의 공간이라는 기본 전제를 무너뜨린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매우 일관적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쉽게 신경질이 나며, 타인에게 관대해질 여유를 잃는다. 문제는 이 현상이 개인의 성격이나 인내심 부족으로 설명되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환경적 결과다. 계속해서 압박을 가하는 구조 속에서 사람은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없던 병이 생길 것 같고, 실제로 몸이 먼저 반응하며, 삶의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는 느낌을 받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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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1. 미어터지는 수도권, 2030년까지 135만호 공급을 한다고?

도시는 단순히 사람이 모여 사는 장소가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감각과 행동을 매일같이 조율하고, 서서히 재형성하는 환경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도시의 품질은 건축의 미학이나 개발 규모 같은 표면적 지표로는 거의 설명되지 않는다. 실제로 사람의 삶에 깊게 작용하는 것은 밀도, 속도, 자극의 총량이며, 이 세 가지가 어떤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에 따라 도시는 회복의 공간이 되기도 하고, 소모의 기계가 되기도 한다. 한국의 수도권은 이 균형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다. 인구밀도는 이미 극단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이를 감당할 물리적 여유는 거의 제공되지 않았다. 도로는 좁고, 보행 공간은 불연속적이며, 차량과 사람은 항상 같은 공간에서 충돌한다. 평균 용적률은 계속 높아지지만, 그에 비례하는 도로나 공공 완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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