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선거판에 단골 떡밥이 있다. 바로 ‘사직야구장 재건축’ 공약이다. 부산만큼 야구를 사랑하는 도시가 있을까? 출마자에게도, 유권자에게도 달콤하기 그지없는 약속이다. 한 후보가 돔구장을 발표하면, 상대 후보는 개폐형 구장을 약속했다. 한쪽이 재건축을 주장하면 다른 쪽은 신축을 내밀었다. 선거철마다 제각각 방안을 내놓았지만, 지난 15년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누구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창원 NC파크 사망사고 이후 사직야구장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직야구장 첫 개장이 1985년도이니, 벌써 마흔 살. 나이만큼 시설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다. 사직야구장은 이미 10년 넘게 ‘안전등급 C’ 판정을 받아왔다. C등급은 부재에 결함이 있으나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보수·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뜻한다. 하지만 어떤 부재에 결함이 있었고, 무슨 보강 작업을 시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부산시가 2년마다 시행하는 사직야구장 정밀안전진단의 결과 보고서를 ‘비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이 신문의 정보공개 청구에도 다시 한번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데, 그 사유를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2024년 한 해에만 123만명이 방문한 공공시설임을 감안하면 시민 불안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후보 시절 사직야구장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위치에 재건축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재선 이후인 지난해 11월이 되어서야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았다. 좌석 수를 2만1000석 규모로 줄이는 대신, 시설 편의성을 높이고 2031년까지 개방형 구장으로 다시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종잡을 수 없는 기후변화 시대에 개방형은 맞지 않는다’ ‘지금도 표 구하기 힘든데 좌석을 오히려 줄이는 건 야구 인기에 역행한다’ 등의 지적이 잇따랐다. 무엇보다 그동안 정치인으로부터 수많은 공수표를 받아본 시민들로서는 ‘삽 뜨기 전엔 안 믿는다’라는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부산시가 사업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국비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어 행정안전부도 중앙투자심사에서 사직야구장 재건축안을 반려했다. 예산 확보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였다. 박 시장은 추경 예산 확보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반영에 실패하더라도 재건축 예산 3400억원 중 국비 비율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비로 대체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말 역시 믿는 시민은 거의 없다. 선거철이 돌아온 만큼 부산 선거판에서 사직야구장 재건축 공약이 재탕되어 유권자는 또 희망고문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에 달리는 댓글들
부산시는 사직야구장을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롯데 자이언츠가 승리할 때 터져 나오는 ‘부산갈매기 떼창’은 촌스러운 애향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직야구장은 부산을 상징하는 관광 자산이자 시민의 자부심이라 표현되곤 했다. 사직야구장 사업 추진 관련 발표가 있을 때마다 댓글창에 시민들의 수많은 아이디어가 달리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북항 재개발 지역에 야구장을 신축하자, 오션 뷰의 멋진 구장이 될 것 같다, 사직구장을 돔구장으로 재건축해 전통을 이어가자’는 등 시민들은 저마다의 ‘야구장’을 그린다. 그리고 이런 기사가 뜰 때마다 빠지지 않는 댓글이 있다. “이제 선거철인가 보다.”
윤파란 (부산MBC 기자)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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