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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머리가 긴 삼촌이 어머니 휴대폰에 깔아준 게임.
그 때는 가족은 거지가 아닌데 나한테는 돈없다고 중학생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휴대폰이 폴더폰이여서 아무것도 못했고, 클오클류의 게임에 접한 적이 없어 클오클에 대한 흥미보다는 스타크래프트2가 더 좋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고작 두 달 게임하고, 6홀 초에서 끝마치며 마녀가 나왔다는 것 정도만 알고 다시 삭제를 했다.

그렇게 잊혀지고 고1에 들어간 2014년, 머리 뒤통수가 납작한 삼촌이 클래시 오브 클랜을 소개시켜주었다. 다시 해보는 거지만, 여전히 어머니의 폰에서만 할 수 있다는 점이 갑갑했고, 집에는 와이파이가 없었다. 다만, 바뀐 점은 고등학생이 되어 야자를 시작하게 되면서 스타크래프트를 할 시간따윈 없었다는 점.
클오클은 짧게 하기에 괜찮은 게임이었고, 고장난 컴퓨터가 나에게 클오클에 대한 동기부여(?)를 만들어주었다.

고등학생이기에 게임할 시간이 부족해 홀을 따라잡기가 어려워 오버홀을 강행했고, 그 땐 삼촌도, 그 누구도 함께하지도, 도와주지도 않아 혼자 게임했기에, Iris라는 클랜에서 처음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클랜에서 혼자 몇 개월 고전하고 있던 터에, 고등학교에 친구들이 생기고, 친구들이 친구들을 연결해주면서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게임은 나한테 있어 인생 게임이 되어주었다. 7홀에 들어온 후, 그리고 함께했던 클랜에서 떠나 학교 친구들끼리 만든 스타리그 클랜에서 난 다단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클래시 오브 클랜을 즐길 수 있는 휴대폰이 생겼고, 블루스택에 대해 알게 되었고, '다계정'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친구들과 만든 클랜은 성공적이었다. 다른 반 친구들을 연결하고, 다른 학교 친구들까지 데려오고, 그리고 학교와는 관련없는 외지인들이 함께한 클랜은 22연승을 달성했고, 미국 클랜에게 패배하며 연승이 끊어졌다. 와이파이가 없으면 친구에게 부탁해서 빌려서 쓰고, 공격 안한 친구들한테 알려주고 그 친구가 공격하는 걸 다같이 구경하기도 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같이 게임하는 것이 처음으로 행복했었다. 스타크래프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재미였고, '친구'라는 것이 중요했던 나에게 있어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어준 게임이었다.

그러다가 팀이 점점 깨지게 된 건 15년도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확히는 클랜에 레벨 시스템이 도입되고 난 이후부터, 우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 전부터 친구들은 점점 다른 게임들을 찾아 떠날 시기, 점점 클오클을 접거나 뭉쳐서 떠나게 되어버린다. 모든 게임들이 맞이한 결말이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좀 뼈아팠다.
남은 친구들마저 완파할 실력이 부족했기에, 난 다계정을 만들기 시작했고, 다계정으로 간신히 버티기에 급급했었다. 그리고 이게 나한테 거는 저주가 되어버렸다.

클랜은 레벨링 시스템이 도입된 후, 필리핀, 말레이시아 클랜을 단 한 번도 못이겨본 채로 해체되었고, 뿔뿔이 흩어져 게임을 접거나 조금이나마 함께 하다가 간 친구들밖에 없었다.
간당간당하게 버텨주는 친구 두 명과 함께 명성황후 클랜으로 갔고, 한 명은 중간에 나가떨어졌고, 남은 한 명은 클랜을 떠나 내 다른 계정들과 함께 새 클랜을 만나 거기에 둥지를 트고 같이 했었다. 그리고, 나도 결국 오래 버티지 못하고 클랜을 나오게 된다.

2016년부터는 혼자만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클랜에 소속된 건 좋았지만, 다계정을 만든 난 저주받은 사람처럼 클랜전을 하고, 패배에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하고, 승리하는 것에 목메달고 살고 있었다. 실력도 없는데 내 실수로 패배하면 자책하고, 그 끝에 달하면 혼자 만든 클랜을 다시 혼자 만드는 클랜으로 교체하기를 반복, 2016년의 나는 수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미쳐가게 되었다.

2017년, 대학생이 된 나에게 방해하는 요소가 사라졌다. 다계정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고, 학교 생활에 대한 압박이 완전히 사라진 내 모습은 광기 그 자체였다. 그래도 대학 생활을 같이해주는 고등학생 친구가 있어 그나마 그 모습은 덜할 수 있었다.
그래도 열정이 불타올라 있던 건 확실했다. 본계정 킹퀸워든 영웅 만렙을 찍었고, 오버홀이었던 계정을 18년도 초까지 정상적으로 복구시킬 수 있었다. 열정 하나로만 성공했다.

18년도 6월, 군대가기 일주일 전에 12홀이 나왔고, 면회 때마다 클오클을 하고, 클랜전 리그가 나왔다는 것을 사지방을 통해 확인하고, 전역하자마자 실력이 걸레짝이 되었고, 13홀이 출시되었고, 20년도 코로나 시기가 다가오게 되자 대학교에서마저 해방되고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클오클만 주구장창 돌리고...

많은 기간들을 거치고 난 2021년, 내 손에는 420개의 구글 계정, 14개의 휴대폰, 그리고 난, 내 계정들만으로 30인으로 마스터 3에 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오버홀 계정들 30개로 마스터 3을 가는 과정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달마다 2등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극한으로 게임을 돌린 덕에 올라갈 수 있었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난 모든 것을 잃었다.

밖에 나가면 조금만 걸어가도 글자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고, 목은 점점 망가졌으며, 편의점에서 차곡차곡 쌓여진 스트레스와 분노, 그리고 내 마인드...
'게임에 내 시간과 몸을 모두 바칠 만큼 의미있는 게임인가?'

많은 것을 놓쳤다. 편의점 사장, 클오클을 얻은 대신, 난 날 짝사랑해준 누나, 동생과 시력, 청각, 정신력, 건강 상태, 그리고 시간을 잃었다.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고, 더 좋은 미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현실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나에게 있어 더 이상 클오클은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걸 깨달은 건 2021년이 끝나고 나서였다.

2021년 겨울, 난 내 인생의 테마를 '회복'으로 정하고, 병원 정신과에서 스트레스때문에 약물 치료를 받았고, 시력을 회복하고 싶어 게임을 중단했다. 2022년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정해놓고, 편의점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더 할 수 있는 건 없는 지 찾아보고, 손님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섰다. 바깥에 있는 아이스크림 통의 불빛이 고장나서 전등을 달아놓았다. 알바하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무언가를 더 하려고 했다. 운동도 꾸준히 했고, 그게 더 기분이 좋거나 하진 않았지만 현실은 더 개선되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클오클과도 점점 멀어졌다. 그건 확실했다. 근데, 다계정에서는 못빠져나왔다. 클오클을 시작할 때, 리그전을 시작할 때마다 난 지금까지 키워왔던 31계정을 다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과, 혼자 게임하고, 혼자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에서는 전혀 못빠져나왔다.
그래서 2022년의 나는 클랜전 리그만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마스터 티어 2에서 리그전 돌리면 망치 2개는 살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새 클랜, 클랜전전용에 들어갔고, 고홀 분들과 함께 마스터 1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쉽게 떨어져 마스터 2 상위권만 계속 달성했다. 파밍 없이 리그전만 참여해 성공을 했으니 욕심이 났지만, 결국 더 성장하려고 무언가를 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런데, 2022년에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된다. 클랜 캐피탈이 등장했다. 캐피탈 메달의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해서 처음으로 디시인사이드에 들어와봤고, 처음으로 글을 써봤다. "@개 받았습니다.(557개였나...)" 했더니 그게 가장 많은 거였고, 그래서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캐피탈 1등을 붙잡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본 마을에서 최고점을 찍어본 적이 없던 것 때문일까, 정신줄을 놓고 다시 계정을 꺼내 캐피탈에 집중했다. '이 세계에서라도 1등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 동안 내가 투자한 시간이 헛되었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집중하니 같은 클랜원 분들이 잘 못하셔도 메달 개수는 점점 올라갔다. 그래서 더 주목받는 것에 성공했고, 그래서 그 열정이 다시 올라왔다. 내가 캐피탈이 마음에 들었던 다른 이유는, '다크 엘릭서와 교환 가능'한 것이었다. 캐피탈에만 노력해도 쉽게 영웅 풀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보았고, 그래서 주말마다 일하면서 캐피탈을 진행하는 데에 급급한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분노 아쳐로 시간을 낭비하는 자신의 모습이...

2022년 11월, 캐피탈 랭킹 시스템이 도입되고 국내에서 1등을 먹었다. 9홀로도 1등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10홀이 되면 무조건 1등 밀고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체력에 한계가 왔다.
국내 1위를 놓친 이후로는 쭉 나락을 갔다. 클랜전 리그에 참여하지 못해서 제 발로 클랜에서 뛰쳐나왔고, 자원은 1회로 한정되어서 거기서 다시 무너지게 되었다.

2023년은 클오클에 손을 놓은 시기였다. 15홀 업데이트는 난이도가 어렵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영웅 레벨 리미트가 올라갔는데 상위 12개의 계정을 제외하면 영풀이 한참 남아있었고, 클오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던 때기도 했다. 친구들하고 시작했는데 결국 혼자 덩그러니 클오클하는 모습이 씁쓸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브롤스타즈를 했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었다. 그게 날 흔들었다. '게임은 이런 거지! 친구들하고 웃으면서 게임할 수 있는 게 진짜 게임이지!' 라는 생각을 가지니 클오클을 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클오클을 하는 게 심적으로 힘들어졌다. 들어올 때마다 도망쳤다. 리그전은 돌리는 척 대충 공격갔고, 열정있는 척만 하고 발전이 없었고, 그래도 클랜전 가끔 돌릴 때 게임은 이기니까 묘했고...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1년 내내 그랬다.
계정 수가 문제인가?라고 생각해보기도 했고, 새 마을 키워볼까? 해서 새 마을도 키워봤는데, 그 것도 정답은 아니었다.

그리고 결국 2024년...구글 계정을 하나만 남기고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1월 8일부터 시작해 20일에 본계정 딱 하나 놔두고 나머지는 다 삭제했다.
클오클에서 내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같이 할 친구도 없고, 게임의 재미를 사실 지금은 느끼기 힘들다.
그래도 화살은 얻어야하지 않나...? ㅋㅋㅋ


-일기장 끝-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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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계정 도전 일기. 4일만에 600개 만들었는데 12시간 편의점 일하면서 하루 150개 만드는 게 말이 안되게 힘들긴 했다. 작년에 작업했는데, 작년에는 접속하는 것마저 정신적인 압박감이 너무 심해서 결국 키우진 못했고, 게다가 해당 구글 계정이 삭제되어서 이제 못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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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계정들 스탯이 화려했다... 것도 삭제되어서 이제 없다. 구글 계정은 복구시킨다고 하면 당장 복구는 가능한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다들 누군가의 맛집으로 행복하게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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