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어느 피아니스트의 하루

그의 손가락은 젊을 때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운지가 특이했던 신동은 평범한 피아니스트가 되었고
피아노 학원에서 선생님들한테 키신이라 불리던
나는, 꿈을 잃고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예프게니 키신, 정신없이 몰아치던 그의 연주를
나는 열렬히 사랑했다, 쇼팽과 슈만과 라흐마니노프를
그 시절의 호흡으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그를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대학학원에서 재수하는 친구들끼리
설렁탕에 소주를 마시다 말고 흥얼거리는 콧노래처럼
첫사랑에게 차인 날 밤새 달래주던 수통골 물소리처럼
운지가 경쾌했던 신동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피아니스트가 되어 나타났구나, 러시아에서 대전까지
수천만 킬로미터를 파고드는 음악이여, 오래 잊었던 내 꿈을
그댈 통해 앵콜처럼 느끼는구나, 예프게니 키신.


후우. 오늘 공연을 보자마자 바로 시로 써봤다. 내 필력에 스팩(국립대 4년 올장학)이면 공연기획사에 지원해도 뽑히겠지? 내년 상반기에 3대 기획사(크빈마) 혹은 월간 객석에 취업하는 게 목표다. 상반기에 지원해서 다 떨어지면 하반기에 작은데도 넣어보려고 함.

한국 최고의 클래식 공연 기획자가 내 꿈이다. 키신의 다음 내한 공연은 내 손으로 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