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28.5시
시간이 중요하다! 5시
주말에 5시라는 시간은 일요일 오후 쉬어줘야 하는데,
준비하랴, 공연집중도 잘 안되는 애매한 시간이라 하필 5시인가 했더니,
잊고 있었다. 그가 키신이라는것을..
5시에 시작한 공연은 앵콜까지 8시를 넘겼고,
예당 지하까지 이어진 사인회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음.
다행히 초반에 받긴 했지만, 이미 시작부터 키신은 그냥
로보트인양 마치 그의 피아니즘처럼 무심하고 유려하게
수많은 사인을 복사하고 있었음.
복사기라도 이정도 인원이면 고장날것 같다.
사인회는 언제쯤 끝났을까? 대략 10시 반정도??
합창석까지 콘서트홀은 꽉 들어찼는데,.
몇번의 공연을 볼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쇼팽의 녹턴 두곡으로 가볍게 시작햇는데,
첫곡은 녹턴 Op.55-1 F장조
Andante의 우아하고도 애상적인 멜로디임.
보통 감정이 좀 실리게 슬픔이 묻어나는듯한 연주가 많고,
예전 취미로 연습할때도 감정을 과잉해서 연주하곤 했는데,
오~ 의외로 이 곡을 키신은 상당히 담백하게 치더라.
약간 무미건조하다 싶을만큼 절제된연주를 하더니,
두번째 녹턴 Op.62-2 E장조
첫번째 녹턴과 다르게 한껏 감정을 듬뿍담아치니,
키신 특유의 소리와 유려한 스타일이 한껏 묻어나던 연주였다.
1부의 메인곡은 슈만 소나타 3번
원래 베토벤 함머 클라비어에서 변경돼서 너무나 아쉬웠던 선곡.
소콜로프 실황을 여행시차로 제대로 감상도 못하고,곡도 어려웠어서
이번에 키신오면 예습 빵빵하게 하고 잘 들어야지 했는데,
별로 안 좋아하는 슈만 작품이라니.
슈만은 교향곡도 그렇고,별로 손이 안가서,바꼈다니 며칠동안 들어보긴 했는데,
몇번을 들어도 귀에 착 붙지는 않지만, 계속 들어보긴 했음.
귀에 좀 익어선지 키신 연주가 고스란히 잘 들리긴 하더라.
1악장이 상당히 격정적이고 슈만특유의 화려한 비장미가 가득한데,
키신은 서두르지 않고,감정이 넘치지 않으면서도 1악장의 서사를
차분하게 풀어나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장미의 기사'의 음악분위기가 느껴짐.
옥타비안이 은장미를 전달할때의 영롱한 아름다움과 닮은듯한
낭만적인 연주였다.
섬세하게 읊조리듯 2악장을 지나,
가장 베스트는 3악장.
키신 피아니즘의 정수이자, 무르익은 듯한 그의 농밀한 음색의 절정이었다.
손가락 움직임이 마치 절지동물의 다리가 몸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듯,
손바닥에 붙은 그의 다섯 손가락들은 둥굴렸다 폈다 하는것이 그 자체가 예술이더라.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소리의 아름다움에
순간적으로 우주의 한 공간에 수많은 별들 한가운데 있는듯 했음.
키신이 피아노이자, 그의 손은 건반 그자체인듯,
음표들의 아름다운 향연이 쉴새없이 몰아치는데,
피아노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지싶다.
3악장 끝날때즘, 6마디 정도 화음이 포르테로 시작해서 점점 여리게 끝맺음을 하는데,
이 화음의 울림이 정말 예술이었음.
한음 한음 아주 심오하고 집중해서 건반을 눌렸다 내려놓는데,
건반에서 시작된 화음은 손을 뗀 순간의 소리의 공기울림까지 계산한듯,
수묵담채 농도처럼 귀에 닿을듯하다 아스라히 무한한 공간속으로 사라지는데,
Infinity sound가 바로 이런 느낌일까.
3악장 예술이이었고, 4악장은 키신의 화려하고 유려한 피아니즘의 진수였음.
2부는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 Op.23 1-7, Op.32 10,12,13
총 10곡을 쉬지않고 한번에 침.
이미 슈만소나타를 집중감상한 후라 프렐류드는 편안히 들었고,
Op.32의 10, 12가 가장 좋았음.
* 앵콜
8곡이나 하다니!
지난번에 한 3-4곡 정도 했던것 같은데,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시작으로 한 30번정도의 커튼콜을 받으면서 보여준
화려한 앵콜 퍼레이드였다.
2번째 곡은 웬지 키신 자작곡 같더라니 역시 ㅋㅋ
오늘 앵콜 베스트는 쇼팽 폴로네이즈 6번 Op.53!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절로 인정되는
압도적인 화려함, 웅장함, 카리스마의 절정이었다.
그랜드 콘서트홀 구석구석까지 닿게 하려는듯
오랜내공으로 터듯한듯,소리를 또랑또랑 꽉꽉 채워서
피아노가 낼 수 있는최대치의 음량을 뿜어내니
먼 자리의 관객들도 충분히 그의 소리를 충분히 만끽했을듯.
커튼콜이 너무 길긴 하더라.
그런데, 30번정도 나올동안 키신 로보트인줄 ㅋㅋ
동영상 리플레이처럼 걸어나와서 정면 자리잡고,
미소 장착할 입모양을 맞춘다음,웃으면서 인사 두번 꾸벅,
합창석 보고 인사꾸벅하고 뚜벅뚜벅 들어갔다 나오기를
무려 30번이나 하다니 ㅎㅎㅎㅎㅎㅎ (세어 보다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 대략 30번은 하지 않았나 싶음)
그 수많은 인사중에 대부분 매뉴얼이었겠지만,
두,세번은 진짜 미소를 본것 같기도 하다.
이러고도 그 긴 사인회줄이라니~~~
세계 어디가도 이런 환호 당연하고, 늘상 하는 일이겠지만,
키신의 체력도 대단한듯.
올해 공연중에 얀손스,지메르만,키신이 베스트3 였는데, 얀손스 못보게 됐고 ㅠㅠ
지메르만은 취소되겠거니 맘 비우고 있다가 너무 잘 봤는데,
키신 공연은 티켓팅부터 당일 키신이 등장할때까지 며칠을 긴장타고 있었음.
공연 며칠동안 신경쓰고, 곡예습하고 다른 스케줄 안잡고 하니,
집에서 키신하고 같이 공연준비 하냐고, 협연같이 하냐고 놀렸는데 ㅋㅋ
키신같은 연주자는 경탄을 하면서도 몇 번을 봐도 아직 편하지가 않네.
벌써 3 ~ 4번은 본듯한데, 평양냉면 열번 먹어야 그 맛을 알아간다는것처럼
오늘 처음 보는듯한 키신의 소리와 피아니즘
비엔나 뮤직페라인에서도 키신 리사이틀 봤었는데,
1층 가운데도 평지라 앞사람 머리,등짝만 보이고 소리도 어렴풋이 들리고,
황금홀에서 키신연주 본 이미지가 클 뿐이고,
티케팅은 어렵지만,예당 잘 보이는 자리가 연주 제대로 듣기엔 더 좋다.
수많은 관중들과 그 열기, 수퍼스타이기에 키신의 공연은
아직 편하고 느긋하게 들어지진 않는다.
이제 몇 번을 봤으니, 다음엔 그의 연주를 몸에 힘을 쫙 빼고 편안하게 즐겨봐야겟다.
곧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의 리스트 협연이 있으니,
보기 힘든 키신을 일년에 두번이나 편하게 한국에서 볼 수 있으니
올해는 키신 풍년이구나~ ㅎㅎ
+ 8. 라흐마니노프 종
잘봤어. 클갤에 공연후기 ㄱㅅ.
잘 읽었다니 ㄱㅅ^^
ㄱㅅㄱㅅ 후기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