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애덤스 The Chairman Dances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4번 G단조
베리오 Sinfonia
임윤찬, 피아노
BBC 싱어즈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
지휘 카즈키 야마다
로열 앨버트 홀에서 돌아와 촛불 아래 앉아 이 글을 쓴다.
창밖에선 배달 오토바이 소리, 셔터를 내리는 인도 음식점,
서늘한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는 연인들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샨도르 마라이와 헤르만 헤세, 그리고 베토벤을 떠올린다.
삶과 청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열정, 그리고 예술가의 영혼이 가진 무한한 연료를.
임윤찬을 처음 알게 된 건 반 클라이번 콩쿠르 때였다.
그때 세상이 그를 발견했고, 나 역시 그 이름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 늘 냉소적이었다.
회의와 불신이 얼굴에 새겨진 듯한 사람, 대중의 취향과 유행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완고한 고집쟁이였다.
“그래, 들어나 보자. 청소나 하면서.”
나는 곰팡이가 핀 보트의 벽을 문지르며 그의 연주를 틀었다.
또 한 명의 비르투오소, 빠른 패시지와 옥타브를 오르내리는, 그저 즐거운 배경음악쯤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청소용 장갑을 낀 손을 멈추게 된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음악이 너무도 깊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음악가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굴드와 젊은 포고렐리치에 사로잡혀 자랐고,
진정한 예술가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영혼 전체를 창조에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일찍이 배웠다.
(잠시 용서해주길. 문장에서 “그”라 했지만, 예술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이 없다.
둘은 춤추듯, 나선형을 그리며 하나로 섞이고, 빛으로 합쳐진다. 창조에는 언제나 양성이 공존한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예술을 신성하게 대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가?
건반에 손을 얹는 순간, 경건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연주자가 몇이나 되는가?
끝내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있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내 기준에 부합하는 이는 오직 임윤찬뿐이라는 사실을.
나머지들은 그저 무의미하게 망치질하는 기계적 연주자들에 불과하다.
임윤찬은 자신의 예술성으로 전례 없는 음악적 경지에 도달했다.
헝가리의 라프소디 선율, 장난스럽고 따뜻한 음색, 바그너의 힘과 강렬함이 극적으로 쌓여가는 음색 등
라벨, 거슈윈, 쇼스타코비치, 브람스, 심지어 스칼라티의 모든 것을 라흐마니노프에게서 들을 수 있다.
임윤찬은 수 세기에 걸친 음악 창작의 정신과 핵심을 아우르는 장엄한 태피스트리를 엮어 낸다.
그의 피아니시모는 여름밤의 은밀한 고요함 속에서 피어나는 나이팅게일의 노래와도 같다.
라흐마니노프의 네 번째 협주곡은 연주자에게도, 단순한 낭만적 선율을 좋아하는 청중에게도 쉽지 않다.
그러나 임윤찬은 사랑과 경외로 작품을 소화해내며,
늘 청중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프롬스 청중은 대체로 와인 향을 풍기며 바삭거리는 스낵을 즐기는 속물, 열성 팬,
그리고 전문 감식가들이 뒤섞인 군상이다.
공연 중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천장에서 파리 두 마리가 교미하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했다.
어린아이들조차 숨을 죽였다.
그러던 중, 1악장이 끝나갈 무렵 홀 안에 경보음이 울렸다.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누구도 대처하지 않자 지휘자 카즈키 야마다가 무대에서 퇴장했다.
그런데 임윤찬은?
그는 피아노 위에 손을 올린 채, 마치 재즈 클럽의 험프리 보가트처럼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전설은 전설처럼 행동하는 법이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차분히 기다렸다.
세상에 임윤찬 같은 사람이 더 많았다면, 이 세상은 분명 더 나은 곳이 되었으리라.
우리는 그가 다시 런던을 찾기를 기다린다.
해가 바뀌고, 비에 씻겨 새 생명이 움트는 5월의 봄에 말이다.

John Adams The Chairman Dances Rachmaninov Piano Concerto No. 4 in G minor Berio Sinfonia Yunchan Lim piano BBC Singers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nbs…
thebflatsheep.wordpress.com
임윤찬은 자신의 예술성으로 전례 없는 음악적 경지에 도달했다.
전례없는 음악적 경지 ㄷㄷ
임윤찬은 수 세기에 걸친 음악 창작의 정신과 핵심을 아우르는 장엄한 태피스트리를 엮어 낸다.
임윤찬은 사랑과 경외로 작품을 소화해내며, 늘 청중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다.
엄청난 찬사야
세상에 임윤찬 같은 사람이 더 많았다면, 이 세상은 분명 더 나은 곳이 되었으리라.
와우
이 리뷰 너무좋다
22222
이 리뷰는 평론가가 피아니스트에게 표할 수 있는 최고의 경의와 찬사다。참으로 임윤찬은 소중하고 귀한 예술가임
이런 수필같은 에세이식 리뷰 좋으네
와 평론가 글이 이 정도야? 처음 보는 글인데 엄청나다 역시 다들 느끼는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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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보도 라이버 (Laura Bodo Lajber) 헝가리 피아니스트 가문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그랜드 피아노 아래에서 놀고 낮잠을 자며 자랐습니다. 훗날에는 바흐의 파르티타 첫 네 마디를 완벽한 소리를 찾기 위해 여섯 시간 내리 연습하기도 했죠. 그 덕에 제 귀는 박쥐처럼 예리하고, 저의 판단력은 거의 30년에 걸쳐 다듬어진 정신의 산물입니다. 그 정신은 음악이 헌신적인 연주자/음악가의 예술과 기량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숭고한 힘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바쳐졌습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다분야 예술가
@o o(1.229) 저는 기대할 만한 수준의 탁월함과 인생을 바꾸는 감동이 있을 것 같은 공연만 관람합니다 (그 이하의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언제나 인생을 바꾸고, 언제나 황홀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제대로 연주된 것이 아니니까요).
건반에 손을 얹는 순간, 경건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연주자가 몇이나 되는가? 끝내 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있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내 기준에 부합하는 이는 오직 임윤찬뿐이라는 사실을.
이분 기준이 높으시네
이 평론가 부모님 두분 다 헝가리 출신 피아니스트 임 위그모어홀 바흐 골베 연주 직관하심
멋지다 림
위 평론가님
" 봄의 장미빛 가슴 한가운데에 " 위그모어홀 골베 리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classic&no=440795&exception_mode=recommend&page=19
이 분이었구나 ㄱㅁ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