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든, 수십 년이 지난 뒤 조성진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전·중·후에 따르는 엄청난 압박 속에서 자신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사적인 모습까지 담아 상업적으로 공개한 DG(도이치 그라모폰) 제작진에게 그리 고마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렐류드(전주곡)들 속에는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제2번(가단조)의 노련한 템포 운용은 침묵조차도 강력한 극적 효과로 전환시킨다. 제4번(마단조)은 진정한 비애를 표현해내지만, 포르테 구간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그 절절함은 더 돋보였을 것이다. 제9번(마장조)에서는 불필요한 루바토가 흐름을 방해한다. 제18번(바단조)은 본래 강하고 단호하게 시작되어야 할 구절을 느리고 부드럽게 출발함으로써 전체 구성을 망친다.

예상대로 제24번(라단조)은 음 하나하나 정확하다. 전반적으로 조성진의 연주는 질감의 명확성이 돋보이지만, 음악적으로 고조되는 순간마다 그는 종종 속도를 높이고 싶은 젊은 유혹에 굴복하곤 한다. 이번 시즌 발표된 수많은 프렐류드 음반들 가운데 이 음반은 가장 기복이 큰 연주일지도 모른다.

조성진의 연주에는 격정적인 열정이 담겨 있지만, 내림나단조 소나타는 전체적으로 평범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만약 조성진에게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그것은 예고 없이, 그리고 뚜렷한 이유 없이 불쑥 나타나는 설명하기 힘든 리듬의 불안정성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단점은 C단조 녹턴(Op. 49 No. 1)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A♭장조 폴로네이즈의 트리오에서 왼손 피아니시모 옥타브는 완벽에 가깝지만, 정작 춤곡 본연의 특징들은 사라져 있다. 즉, 품격 있는 오만함, 우아한 프레이징, 그리고 제스처의 웅장함과 여유가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https://www.gramophone.co.uk/review/chopin-preludes-op-28-piano-sonata-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