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숨을 쉰 밤: 아우디토리움 파르코 델라 무지카에서의 임윤찬과 다니엘 하딩
15/11/2025 By Stella Camelia Enesc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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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의 G장조 피아노 협주곡이 연주될 순간이 찾아왔다. 
연주자는 21세의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 
어린 얼굴이지만, 이미 가장 험준한 레퍼토리를 지나온 사람의 고요한 눈빛을 가진 음악가였다. 그는 마치 아주 깨지기 쉬운 무언가를 살짝 스치는 것처럼 건반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되었다.

그의 터치는 놀라웠다.

깃털처럼 가벼운데 결코 약하지 않았고, 
다이아몬드처럼 정확했으며, 
고요하지만 절대적으로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현기증 날 만큼의 기교로 꽃피었다.

크로마티즘, 빠르고 투명한 글리산도는 매끈한 유리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처럼 미끄러졌다.
손이 교차되는 초고속 패시지도 전혀 긴장 없이 흘렀고, 왼손이 오른손 위를 뛰어넘는 장면은 눈길을 사로잡는 조용한 춤과 같았다.

그의 피아니시모는 숨결만큼 가늘고 거의 현실감을 잃을 정도였다. 마치 무(無)에서 갑자기 형체를 얻는 음들처럼.

그리고 소리가 커질 때조차 포르테는 밝고 둥글었으며, 
결코 “고함치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음악성이 기교에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고, 두 요소는 늘 함께 살아 있었다.
그의 자연스럽고 유려한 아고기크는 시간을 그의 손끝이 명령하는 대로 구부리고 빚어내는 듯했다. 음과 음 사이의 침묵조차 무게가 있었고, 의미가 있었다.

하딩은 주도적인 파트너를 따르는 무용수처럼 그를 따랐다.
조심스럽게, 존중으로, 지능적으로.
그의 제스처는 구절에 따라 색을 달리했다. 오케스트라가 펼쳐질 때는 넓게, 피아노가 홀로 숨 쉬는 순간에는 모아지게.
오케스트라는 반주하지 않았다.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관객은 스스로를 잊은 채 듣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폭발이 일어났다.
파도처럼 솟구친 박수, 즉각적으로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자기 자신을 잊게 만드는 환호.

임윤찬은 다시 무대로 나와 앙코르로 “Feuilles mortes(낙엽)”—프레베르의 시가 소리로 변한 작품—를 연주했다.
그것은 황혼의 숲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듣는 것 같았다.
가볍고, 쓸쓸하고, 아름답고, 건반을 누르는 그의 손끝에는 마법이 깃들어 있었다.

(중략)


기억 속에 오래 남을 밤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조율되어 있었다—
임윤찬의 경이로운 기교, 다니엘 하딩의 감성과 정교함, 오케스트라의 목소리,
그리고 그 경험의 일부가 되어버린 듯한 관객들의 숨결까지.

그것은 음악이 ‘들리는 것’을 넘어,
바로 일어나는 밤이었다.
스스로 현현하고,
그리고 남는 그런 밤.

많은 이들은 말을 하지 않은 채 홀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경험한 것을 기리는 유일한 방식이—
침묵인 것처럼.

진짜 음악은 그 홀 안에,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마음 안에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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