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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적인 라벨, 진부해진 차이콥스키: 체코 필하모닉의 더딘 출발
프랭크 쿠즈닉 글 | 2025년 9월 26일


라벨 기념의 해를 한국 피아니스트 조성진만큼 열정적으로 받아들인 연주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작곡가의 음악으로 두 장의 음반을 발표했는데, 하나는 피아노 독주 전곡집이고, 다른 하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두 개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또한 그는 독주회에서 라벨의 전 피아노 작품을 모두 연주하고 있는데, 이는 무려 세 시간에 달하는 초인적인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체코 필하모닉의 시즌 개막 공연에서 라벨의 <em>피아노 협주곡 G장조</em>가 무기력하게 연주된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세묜 비치코프, 조성진, 체코 필하모닉
© 페트라 하이스카


조성진이 이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은 그의 유연한 스타일, 섬세한 터치, 그리고 절제된 템포 운용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음악은 세심하게 윤곽이 잡힌 흐름과 굴곡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리듬을 만끽하며 의자 위에서 박자에 맞춰 몸을 튕기듯 움직였고, 눈부신 패시지를 또렷이 잘라내듯 연주했으며, 선율 속에서 서정성의 흔적을 끌어냈다. 그의 연주에는 여유 있는 비르투오시티가 있었고, 특히 느린 2악장을 여는 독주 부분에서는 사려 깊고 섬세한 감각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요소—특히 재즈를 비롯한 다양한 영향의 눈부신 융합, 그리고 진지한 형식에 대한 가볍고 재치 있는 접근—은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평면적으로 들렸다. 기술적으로는 능숙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 충분했지만,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려 줄 반짝임과 활기가 결여되어 있었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그 생동감의 일부는 오케스트라 사운드 속에 묻혔을 수도 있다. 때때로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밝고 활기찬 반주를 만들어냈고, 특히 목관 악기군의 다채로운 연주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이 연주는 영감을 받은 연주라기보다는 평이한 연주에 가까웠으며, 무대 위에 오른 연주자들의 높은 수준에 걸맞지 않은, 지나치게 정공법적인 해석으로 들렸다.


이와 같은 평가는 음악회의 후반부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후반부에서는 비치코프가 잘 알고 있는 작품인 차이콥스키의 <em>교향곡 5번 e단조</em>가 연주되었다. 그는 악보 없이 지휘하며 교향곡의 어두운 요소들을 강조한, 장대한 해석을 이끌었고, 종종 폭발적인 힘을 사용했다. 세부 처리와 다이내믹에서 그의 전문성은 분명히 드러났으며, 겹쳐지는 선율들의 정교한 층위 구성과 능숙하게 그려낸 고조와 크레셴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러시아 출신의 거장이 끌어낸 만큼의 비애감을, 비원어민 지휘자가 더 많이 짜낼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기는 어렵다. 이 음악은 비치코프의 피 속에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