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슈타드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하나의 기적이 태어나는 순간을 보여주다(À Gstaad, le pianiste Yunchan Lim donne à voir la naissance d’un miracle)


스위스 일간지 Le Temps



20세의 한국인 피아니스트는 그슈타드 메뉴힌 페스티벌에서 숨 막히는 리사이틀을 선보였다. 


2년 전, 미국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상에 알려진 그는 지금, 이미 피아노계의 전설 속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적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젊은 예술가를 처음 마주하면 ‘기적’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20세의 피아니스트가 이미 모든 것을 살아보고, 모든 것을 꿈꿔본 사람처럼 연주한다면?


그는 믿기 힘든 경이로운 테크닉을 지녔지만 그것을 과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섬세한 감성의 표현을 위한 도구로 사용해, 각 음마다 전에 없던 색과 뉘앙스, 의미를 불어넣는다.


이 표현의 성숙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작품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세밀히 다듬으면서도, 그 논리적이고 유기적인 흐름을 자연스럽게 재현하고 작품을 승화시키는 이 사유의 집중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날의 프로그램은 ‘회화적 이미지를 불러오는 음악들’ 로 구성되어 있었다.


 멘델스존과 차이콥스키의 곡들은 내면의 목소리와 사적인 정서를 불러온다. 


임윤찬은 이를 비단결 같은 터치로 표현하며, 피아니시모에서 메조포르테에 이르기까지 섬세한 색조의 층을 직조했다. 그가 엮어낸 선율과 대선율의 교감과 여운, 서정적 밀도는 경이로웠다.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모든 곡이 걸작이라 할 순 없지만, 그의 손에서는 모든 순간이 살아 움직이며 매혹적이 되었다. 


부드럽고도 절절한 서정성 속에, 때로는 번뜩이는 명료하고 경이로운 기교가 섬광처럼 빛났다 — 그날 밤, 단 하나의 음도 빗나가지 않았다.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무소륵스키의 비전이 깃든 이 작품에서, 임윤찬은 정복자로 변했다. 


라벨의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널리 알려진 이 곡의 원본 피아노 버전을 그는 끝까지 밀어붙이며 그 급진적 본질을 폭로했다. 


그는 「난장이(Gnomus)」에서 환각적인 에너지를, 「옛 성(Le Vieux Château)」에서 음산한 돌의 울림을, 「병아리들의 발레」에서 장난기 넘치는 기지와 생동감을 보여줬고, 「키예프의 대문」에서는 층층이 쌓인 거대한 힘을 폭발시켰다. 


그의 사운드는 티타닉한 규모임에도 결코 폭력적이지 않았다. 


이처럼 반항적이고 복잡한 작품을 이토록 높은 경지에서 연주한 피아니스트는 거의 없다. 


러시아의 거장들 — 호로비츠와 리히터 정도일까 — 만이 이런 경지에 도달했었다. 


이제 스무 살의 한국인 한 명이 그 반열에 올랐다.


 - Le Temps (2024.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