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평단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평론가 양반들이 악보를 무슨 헌법처럼 모시고 앉아있음. 연주자가 작곡가 말 잘 들었냐, 역사적으로 맞냐 틀리냐 이것만 주구장창 따짐. 그냥 채점표 들고 설치는 꼰대 선생님 마인드임. "여기서 포르테 안 지켰네 감점" 이러고 앉아있으니 누가 좋아함? 그건 비평이 아니라 그냥 꼬투리 잡기임.


반면에 그라모폰 형들 봐라. 메인 필진 과반수가 옥스브리지 음악 관련 출신 고인물들인데 악보 볼 줄 몰라서 분석 안 하겠냐? 걔네는 악보에서 중요한 포인만 언급하고 미시적인 거 넘어서서 "이 연주가 음악사에서 어떤 위치냐"하고 좌표를 딱 찍어줌. 맞냐 틀리냐가 아니라 "이 해석이 왜 설득력 있는지" 썰을 풀어서 독자를 납득시킴. 이게 바로 담론 형성이고 판을 짜는 능력임.


독일 애들이 "이거 고증 틀렸음 듣지 마" 하고 꼰대짓 할 때, 영미권은 "이건 과거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한 새로운 기준임" 하고 좌표를 박아버림. 시장은 결국 정답 강요하는 훈장님이 아니라, 가치를 찝어주는 큐레이터를 따라가게 돼 있음.


결론은 독일 비평의 몰락은 자업자득임. 본고장 부심 부리면서 정답 찾기 놀이하다가, 주도권은 도버 해협 건너편이랑 라인강 서쪽으로 다 넘어감. 비평은 분석이 아니라 소통이고 설득인데 독일 애들은 그걸 몰랐음. 그러니까 발전이 없지.


그리고 영국은 평론가들끼리도 하극상이 일어나는데 독일은 한번 자리잡으면 계속 대우받으니까 저 지경이 된 것이지.


영국(영미권)은 기본적으로 프리랜서 경쟁 체제임. 아무리 날고 기는 네임드 평론가라도 감 떨어져서 헛소리 계속하거나, 독자들한테 안 먹히는 지루한 글 쓰면 가차 없이 지면 뺏김. 편집장들이 더 젊고 감각 있는 애들로 바로 갈아치워 버림. 거기는 글 한 편 한 편이 자기 증명이라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음. 


반면에 독일은 '타이틀'과 '철밥통' 문화가 강함. 박사(Dr.) 학위 있거나 주요 일간지(FAZ, SZ 등) 정규직 에디터 자리 하나 꿰차면, 그때부터는 그 사람이 곧 법임. 글이 아무리 재미없고 꼰대 같아도 "이건 학술적 깊이가 있는 거다"라며 포장해줌. 자리가 사람을 보호해 주니까 도태되지 않고, 굳이 트렌드 따라가려고 아등바등할 필요도 없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