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2000년대생 피아니스트로 이혁·임윤찬·김세현이 떠오르듯, 일본 피아노계의 라이징 스타는 마사야 카메이다. 2022년 롱티보 콩쿠르 공동우승(이혁), 산토리홀 데뷔 독주회 전석 매진 등 다부진 눈매의 마사야는 여전히 커리어의 확장 가능성을 품고 있다. 첫 내한 당시 “경험이 쌓이면 독창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작곡을 계속하고 있다”며 “언젠가 가치 있는 것을 창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그는, 이번 내한 독주회에 자신이 작곡한 연습곡(에튀드) 세 곡과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음악사를 살펴보면 피아노를 잘 다루는 작곡가에게 ‘연습곡(Etude)’은 매우 상징적인 장르였다. 24곡의 연주회용 연습곡은 쇼팽이 시작했고, 이후 라흐마니노프·스크랴빈·리게티·카푸스틴까지도 이어졌다. 이 계보 속에서 본인의 연습곡은 어떻게 이해되나?

많은 작곡가에게 연습곡은 자기 음악 언어를 확립하는 수단이었다. 피아노 테크닉을 확장하는 동시에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가 지닌 잠재력을 탐구하는 장르이며, 이 과정이 곧 작곡가의 정체성을 형성해 준다. 나 또한 연습곡이라는 장르를 통해 고전적 어법부터 프랑스나 러시아 화성의 색채, 더 나아가 현대적인 도전적인 스타일까지 실험해보고 싶다. 이를 통해 나만의 음악 언어를 분명히 찾고, 궁극적으로는 작곡가로서의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 이번 독주회에서 연주할 세 개의 연습곡은 프로그램 전체, 특별히 라흐마니노프의 연습곡과 어떻게 대비 혹은 공명할지를 고민하며 마지막까지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2023년(서울·통영), 2024년(서울·인천)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내한 독주회다. 서울의 여러 공연장은 물론, 통영에서도 연주 경험이 있는데, 그간 한국에 대해 어떤 것들을 경험했나?

한국 관객은 무척 열정적이었다. 처음 보는 연주자임에도 따뜻하게 환영해 줄뿐더러, 음악에 정확하게 집중하고 반응해 주니 연주가 진심으로 즐거웠다. 통영국제음악당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장소 자체가 가진 아름다움과 음향만으로 영감받을 정도였다. 한국 음식도 정말 좋았다. 한국에 머무는 5일 내내 매일 한국식 바비큐를 먹었던 것 같다.

인상 깊은 한국인 연주자가 있다면?

한국에 왔을 때 임윤찬과 정명훈의 공연을 관람한 것 또한 매우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임윤찬이 보여준 분명한 음악적 의도와 안정된 테크닉,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에서 만들어가는 설득력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음악에 깊이 공감하게 됐다.

일본 클래식 음악계는 튼튼한 내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자국에서만 10회 이상의 독주회 투어가 가능한 연주 환경은 연주자의 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듯하다.

같은 프로그램을 다양한 공간에서 연주해 볼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 작품에 대한 해석의 기틀이 단단해짐과 동시에, 공연마다 연주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해 볼 수 있게 된다. 어떤 공연에선 음악의 전체 구조에, 어떤 공연에서는 음색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보는 식이다. 청중의 반응으로 새로운 관점을 얻기도 한다. 일본 전역에 수준 높은 공연장들이 있고, 지역에서도 회당 약 2천 명 규모의 관객이 모인다는 것은 연주자로서 감사한 부분이다.

2023년부터 카를스루에 국립음대에 재학 중이다. 이번 내한 독주회 전반부에서 다룰 슈만은 독일 문학 감수성이 강한 작곡가인데, 독일에 거주하며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가 있나?

학교에서 슈베르트·슈만의 작품을 포함해 독일 예술가곡에 대해 꽤 많이 다뤘다. 독일어가 노래에서는 어떤 리듬과 강세로 사용되는지를 배웠고, 특히 음악과 언어 사이의 깊은 연관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선율을 만들 때도 독일어 특유의 발음 이나 말하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적용하고 있다.

카를스루에에서는 고다마 모모코를 사사하고 있다.

현역 연주자로서 무대에 꾸준히 서는 음악가만이 가질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시각을 배우고 있다. 악보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그 해석이 현대적인 콘서트홀에서 모던 피아노로 어떻게 전달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균형 감각을 가진 분이다. 그간 직관에 의존해서 연주하는 편이었다면, 최근에는 몸의 사용 방식이나 소리를 만드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명확한 의도로 음악을 구축하고, 청중에게 이를 전달하기 위한 기술적 도구를 배우고 있다고도 느낀다.

 

마사야 카메이(2001~) 2022년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청중상·평론가 상을 받았고,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5위를 수상했다. 산토리홀 데뷔 리사이틀 전석 매진, NHK교향악단·도쿄필하모닉 등과의 협연 외에도 라 로크 당테롱 피아노 페스티벌 등에도 초청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