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연주로 베토벤 비창 2악장에서는 위로의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악장은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익숙한 선율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단순함이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졌다. 감정을 강조하거나 드러내려 하기보다는 담담하게 흐름을 따라가며 음악 안에 머물러 있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듣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어느새 고요한 분위기 안에 스며들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마치 누군가에게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 말없이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주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안정감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소리의 볼륨이나 속도, 강약 사이의 여백이 충분히 살아 있어서 재촉당하지 않고 듣는 사람 스스로 충분히 음악을 곱씹으면서 본인의 감정을 느끼고 채워 넣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