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보고 떠들러 오라던 약속 지키러 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늘 슈베르트 소나타
롯콘 대구 부산 통영 중 내 기준 가장 먹먹했음
1악장은 이전 연주들이랑 전체적인 분위기를 비슷하게 가져갔음
내가 말하고 싶은건 2악장 부터임
여태 들은 버전 중 가장 찡함
1악장 끝나고 내 체감으로 좀 더 긴 침묵을 두고 조심스럽게 시작함
허밍을 노래처럼 하면서 시작했는데 첫 멜로디가 두번째로 나오는 부분부터 뭔가 마음이 이상해지기 시작했음
평소랑 다르게 약음으로 거의 들릴 듯 말듯 처리한 음에선
아닌척 담담하게 말하다 순간 감정이 올라와서 목이 매어 목소리가 안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음
계속 듣다보니 그건 자기 생에대한 담담한 회고였던 것 같음
투병중이던 슈베르트가 자기 시간이 얼마 안남은걸 직감하고 담담하게 말하다 목이 맨거임
절제된 슬픔이었음
이번 생엔 기쁨보다 마음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이 더 많았지만
그래서 순간의 짧은 행복이 더없이 소중했다고
곁을 지켜준 당신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한 기억만 가져가고 싶다고
애써 담담하게 말하는 슈베르트의 슬픈 미소가 보였음
마지막 삼연음이 점점 느려지며 작아질 땐 촛불이 일렁일렁이다 스르륵 꺼지고 연기가 샥 올라가는 것 같았는데
마치 영혼이 육체에서 스르륵 빠져나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음
3악장도 그 슬픔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지금 여기 이곳의 자연이 내가 돌아갈 곳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네
지금 바로 여기 다시 오지 않을 이 순간을 즐길래
창밖의 풍경들 들판의 이름 모를 꽃향기 날아가는 새들 상쾌한 이 공기가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음
4악장 론도에선 어제처럼 4명의 등장인물이 나왔는데
어제는 가족이 된 네명을 미리 보여준 거였음
처음엔 연인이 먼저 나왔음
연애 초의 달달한 커플의 대화였음
단조로 바뀌는 부분에서 여자가 토라지면 남자가 아니 내가 잘못했어 무조건 잘못했어 달래느라 바쁨 (지들끼리 아주 난리났음)
그러다 갑자기 쫑알쫑알 거리는 소리가 들림
후반부 빠른템포로 변주된 멜로디는 아이들이 꺄르륵 거리며 마당을 뛰놀고 있었음
두 사람이 결혼해서 낳은 아이 두명이 잔디밭 마당을 깔깔거리며 뛰놀고 부부가 된 연인이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음
여자가 살며시 고개를 남자의 어깨에 기대며 페이드아웃
슈베르트가 꿈꿨던 가족이었나봄
1부 끝나고 마음이 저려서 화장실도 못갔다
그 자리에 멍하니 계속 앉아있었다
겨우 추스리고 시작된 2부
어제의 부산 밤바다와는 완전히 달랐음
시작부터 불길함이 엄습했던 그 바다가 아니고
따뜻하고 잔잔한 남녘의 바다였음
평화롭고 아름다웠음
아직 어둠이 내리기 전 노을이 지는 골든아워에 잔잔한 파도가 넘실대고 황금빛과 붉은빛이 황홀하게 뒤섞여 바다를 비추고 있고
그걸 넋 놓고 바라보는 젊은 청년이 보였음
2악장이 되어서야 어둠이 내렸음
골든아워는 지나가고 달빛이 비추고 별도 많이 떠있음
조금 전 평화롭던 잔잔한 남녘의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저 멀리서 파도를 몰고 모래사장까지 돌진해왔음
근데 그 모습은 어제의 무서운 성난파도가 아니라
달빛에 부서지는 반짝이는 그런 파도였음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떠올랐음
3번 1악장 Drammatico 그래서인지 절규가 아니라
아리아처럼 느껴졌음
임윤찬이 노래를 하며 끌고나가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음
맞음 그건 남자의 아리아 였던 거임
슬픔과 애끓는 마음이 뒤섞인 그런 울부짖는 듯한 남자의 아리아
내 마음 속엔 뜨거운 파도가 몰려와요
그건 아마 차마 전하지 못한 내 진심일지도 모르겠네요
어떻게 표현해야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을까요
고뇌하는 것 같았음
3번 안단테에선 세레나데를 부르더니 이 청년 고백이 통했나봄
그래 역시 백마디 말보다 진솔한 노래 한곡이 마음을 움직이지
4번에선 반짝반짝 거리는 별들이 수없이 떠있는 밤하늘이 펼쳐짐
갑자기 배경이 미 서부로 바뀜
라라랜드가 떠올랐음
2악장에선 어젠 뉴욕재즈바에 데려다주더니 오늘은 LA임
발이 공중에서 막 뜨는 기분이었음
두둠칫 하는 리듬들이 어제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음
라라랜드 속 남녀 주인공이 붕붕 떠다니며 춤추는 장면이랑 남주가 재즈피아노 연주에 심취한걸 여주가 씁쓸하면서도 흐뭇하게 바라보던 꿈과 환상과 현실이 뒤섞인 그런 상태였음
그래서인지 오늘의 볼란도는 더없이 열정적이고 낭만적이었음
꿈꾸다 온 것 같음
오늘은 슬프게 시작했지만 해피엔딩임
아름다운 밤이에요
와우 자세한 후기 좋다아 ㄱㅅㄱㅅ
클갤이 공연후기로 넘치는거 얼마만이냐
인정. 31살 가난하고 고달픈 짧은 인생을 마감한 슈베르트가 오늘 임윤찬이 자신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에 작곡한 가슈타이너를 연주한 걸 들었다면 눈물을 흘렸을거임
임이 연주한 맑고 밝은 슈베르트, 그래서 더욱 슬펐지만 마지막 4악장에서 건네는 임의 따뜻한 위로가 느껴졌음(끝음 잔향을 오래도록 길게)
후기 너무 좋다 참고하고 들어야겠다 ㄱㅁㅇ
이번 임윤찬 한국투어 레전드오브레전드임. 모든 공연이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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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고퀄 정성스런 후기읽다가 눈물난다 ㅠㅠㅠㅠ
고퀄은 아니지만 공감해줘 고맙다ㅋ
끝나고 나오면서 본 반짝거리는 통영바다도 같이 보자
통신사동피인데 댓글 헷갈린다 쓰니라고 표시해라 ㅋㅋㅋㅋ
@클갤러3(211.235) 나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 폰으로 막 삘받는대로 쓴거랔ㅋㅋ앱에는 표시가 안되나
슈베르트 팬으로서 너무 좋은 후기다 평생 가난하고 고통에 시달렸던 슈베르트를 이렇게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니 뭔가 마음이 찡하다
나는 오늘에서야 슈베르트가 마음에 와닿았음 내가 쓰고도 눈물나넼ㅋㅋㅋ
귀한 후기 ㄱㅅㄱㅅ
낭만적인 글이군요 비추 한명은 누구일까
임윤찬 관련 좋은글엔 늘 비추1개 꼭 누르는 사람있어요
@ㅇㅇ(211.234) 고인물이겠군요
쓰닌데 이제 집에왔다 홍콩,후쿠오카,롯콘,대구,부산,통영까지봤고 이제 예당 인천 두개 남았는데 벌써 아쉽다 미친 티켓팅에 단기간 여기저기 따라 다니며 공연보면서 이게 맞나 현타가 올라 하다가도, 허접한 후기라도 공유하며 한번뿐인 인생 내 생에 이런 연주자를 만난건 행운이자 특권이란 생각에 그저 감사한 밤이다 자기일에 진심이고 또 미쳐있는 임윤찬 보면서 영감도 많이받고 내 일도 열심히 하며 덕질해야지 하는 마음과 임윤찬도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오래 연주해주길 바랄뿐
부럽다...나도 언젠간... 통영에서 임연주 관람하는 날이 오겠지 ㅠㅠㅠㅠ
쓰니야 너는 클갤을 살리는 구세주야. 이런 최고의 후기를 써주다니 읽다가 감동해서 즙짜고 있다. 너갤러 복받아라
아유 과분한 칭찬이네 그저 공연 직후 생생한 내 감정을 공유하고싶었을 뿐인데 좋게 읽어줘서 내가 더 고맙다
이 후기 임갤에 퍼가도 됨? 여기서만 보기 아까운데
나도 임팬이고 거기도 몇번 다른 후기 쓰긴 했지만 이건 왠지 쑥스러워서 내가 못올렸음ㅋㅋㅋ
@ㅇㅇ(211.235) 뭐가 쑥스럽댴ㅋㅋㅋㅋ 그럼 내가 올려놓겠음ㅋㅋㅋ
니가 퍼간 글 누가 신고해서 지워졌더라
후기 너무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