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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관장하는 전체 연주를 거시 세계에 놓아 마치 하나의 레이어로 진행하는 듯해도, 미시세계에서는 결국 커다란 파도와 잔잔한 물결이 끝없이 반복된다.

커다란 파도는 왼손, 오른손 가릴 것이 없다. 왼손은 잔향을 길게 끌고 가다가도 페달링을 통해 찰나의 순간 잔향을 끊어낸다. 하지만 음형은 거기서 멈춰 서지 않고 거대한 흐름이 계속해서 흘러간다.

스크랴빈 3번을 떠올려보면 왼손이 높이 솟아올랐다 떨어뜨리는 순간, 무게감이 있는 터치는 그 자체로 명징한 울림을 돋우어낸다. 이런 프레이즈 앞뒤로는 몸을 웅크리며 밀도감을 높여내는 구간도 함께한다.

잔잔한 파도 속에는 오른손의 음계가 순간적으로 명료해지는 구간이 존재한다. 얼핏 쉬어가는 흐름 속에서도 곡은 계속 꿈틀거린다. 또한 미시세계 안에서 리듬의 변형과 루바토가 들숨과 날숨 안에서 적재적소에 펼쳐진다. 하나의 레이어 안에 다채로움이 묻어난다.

리듬이나 셈여림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팔의 무게만이 아닌 몸 전체에 힘을 자유자재로 실어 내는 걸 보면, 뻔하지 않게 펼쳐지는 해석이 왜 이렇게 이질감이 없고, 흡인력 있게 연주가 구현되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멍하니 카페인 기운에 의존했던 하루의 끝자락에 몰입을 선사한 연주였다.


ㅇㄱㅇ평론가님 후기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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