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와의 연관성을 따지며 이 해석이 내 마음에 드는지 지적으로 머리를 싸매기 전에, 나는 점점 더 내 직관을 먼저 믿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내 눈앞에서 피아노라는 악기가 하나의 인격체로 화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나의 눈과 귀를 믿는다. 특정 코다(coda)에서 내 심박수가 163까지 치솟았던 이유가, 이성적인 판단 대신 눈물이 흘러내린 이유가, 객석의 관객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던 이유가, 그리고 공연장 전체가 기립박수로 들끓었던 이유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호로비츠나 루빈스타인의 실황을 직접 들었던 노장들이 지금 임윤찬을 그들과 동등한 반열로 언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오이스트라흐, 굴드, 메뉴인, 리흐테르 같은 전설적인 거장들을 곁에서 지켜보았던 브루노 몬생종이 공연이 끝난 후 나에게 "내가 방금 들은 게 현실인지 소화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주저 없이 임윤찬을 역대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선언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임윤찬이 단순히 하나의 '해석'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피아노라는 악기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근본적으로 믿는다. 그의 전무후무한 비전은 백열의 뜨거운 열기로 진부함을 완전히 불태워버린다. 소리를 형성하고 전달하는 그의 지성에는 새로운 천체가 궤도에 진입하는 듯한 인상이 있다. 그 형태는 알아볼 수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는 천체 말이다. 물론 그 낯섦에 저항할 수도 있고, 혹은 그 천체가 보내는 초대장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는 결국, 그가 잘 닦인 기존의 길을 바꾸어 새로운 세계를 열고자 한다면, 기꺼이 그를 믿고 그 미지의 세계로 따라가겠노라고 마음을 굳혔다.



이번 위그모어 공연에 또 브루노 몽생종이 온 거 알게되네.. 진짜 다큐찍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