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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음반은 낙소스 명반 중에서 꽤나 알려진 편이지.
BIS 등지에서 주로 음반을 발매하고 있는 아르날도 코헨님께서 어찌된 일인지
딱 한 번 낙소스에 왕림하셔서 이어질 시리즈를 축복하듯 걸작을 하나 찍어주고 가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죽여주는 1집이 낙소스의 리스트 시리즈 중에 거의 탑이 돼버렸지만...

이 피아니스트는 남미 출신 피아니스트들이 그렇듯이 후기 낭만파를 비롯한
비르투오조 피스에 강점을 보여주고 있고, 실제로 발매되는 음반들도 거의 그래.
화려한 손놀림과 연출력, 파워 등등이 강점이고... 사실 이렇게만 소개한다면
그냥 남미계 피아니스트를 소개할 때마다 흔히들 써먹는 상투적인 수식밖에 안되겄지.

남미 출신 피아니스트가 한둘도 아니고, 그것만 갖고는 부족하지 않겠는가.

아, 참고로 수상(?) 내역은 그라마폰 에디터스 초이스, 르 몽드 드 라 뮤지끄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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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압도적인 아르날도 코헨

:이건 진짜 압도적이라고밖에는 설명이 안된다. 언뜻 박자를 잘 지키는 호로비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반 클라이번이 떠오르기도 해. 현대 피아니스트들이 기교적인 면에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도 리스트 등을 연주할 때는 한 세대 전의 \'열정\'적인 스타일을
잘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비추면, 역설적으로 매우 신선한 연주라고 할 수 있겠어.

흔히들 \'면도날 같다\' 라고 비유하는데, 코헨의 오른손 터치는 연타에 있어서 거침없이
내려까는 솜씨가 정말 일품이야. 개인적으로 페달링이 많은 연주를 선호하지 않는데,
코헨은 연타에서 손가락 파워와 지속력만으로 페달의 역할을 대신하는 매우 그리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 그게 계산된 느낌이 아니라 한번에 쭉 밀어주는 드라이브... 반갑지 이거.
이렇게 옛 대가들의 이름이 하나둘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꽤 자주 나와.
특히!! 왼손의 그 파열음... 지긋이 누르는 왼손에서 나온 음이 부서지는 소리는 분명히
호로비츠가 들려주던 거다. 진짜 깜짝 놀랬다 거기서.

근래 연주자들 중에서는 아믈랭이나 소콜로프 정도를 제외하면 듣기 힘든,
동물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위풍당당한 연주야.
(느리고 어두운 곡에서의 인상적인 왼손 리드는 보너스다)

2. 잘 짜여진 프로그램

:이 음반에 모인 곡들은 리스트의 그림자랄까, 어두운 면들을 잘 드러내는 곡들이야.
근데 배치가 재밌어. 나름대로 대곡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곡이 처음, 가운데, 끝에 자리잡고
그 사이마다 내향적이고 우울한 소곡들이 배치돼 있지.

거하게 지르고 나서 쭉 가라앉고, 다시 치고 올라갔다가 가라앉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어두운 정서라는 공통점을 앨범 전체가 공유하고 있지만, 그 스타일을 여러가지로 바꾸면서
리스트의 다양한 면모를 맛보게 해 주거든. 특히 두번째 트랙 \'Nuages gris\'를 들어보면
리스트가 인상주의의 선구자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색다른 면모를 느낄 수가 있어.

다시 그림을 크게 바라보면, 강약강약강 하는 전형적인 낭만파류 롤러코스터 전개처럼
배치가 돼 있단 말이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명곡들을 가져다가 하나의 거대한 구조 속에
짜임새있게 배치한 센스가 정말 좋다. 모름지기 소품을 모아놓은 컴필레이션은 이정도의
구성 센스는 갖춰 줘야지.

3. 녹음

:낙소스 녹음에 대한 이유 없는 폄하는 둘째 치더라도, 확실히 낙소스 녹음은 비교적
따뜻하고 부드러운 쪽에 강하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야. 근데 여기서는 왠일로 피아노
소리를 엄청 금속성으로 잡아놨다. 쩌렁쩌렁 울려대는 공간감은 보너스고. 90년대
낙소스 녹음이 확실히 좋아지던 시절의 작품 답게 곡 연주와 녹음-프로듀싱의 콤비가
척척 잘 맞았음을 보여주고 있어.

4. 가격

:말 안해도 알지?

5. 결론

:이건뭐 강력추천 아니면 내가 새벽에 뻘글 쓰고 엎어졌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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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대상
:(특히)리스트빠 및피아노빠
:호로비츠의 향수병에 젖어있는 올드스쿨
:근대 피아노 음악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를 알아보고 있는 성실한 리스너

비추천
:말러류 혹은 후기 슈만에 알러지가 있는 분은 복용 금지
:CIS증후군 환자의 경우 청취 실패율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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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시는 곡은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인 토텐탄츠.
96k 특성상 몰아치는 부분에서 좀 뭉개지는데, 감안하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