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콜옵의 최전성기를 기억한다. 시리즈의 4편 모던 워페어 오리지널을 시작으로, 콜옵은 세계구급 프랜차이즈로써 발돋움 했고, 그 뒤 날개달린 듯 순항세를 탔다.


이 전성기 속에서 우리는 남녀노소가 인정하는 최대명작 인워의 모던 오리지널과 모던 워페어의 바톤을 잘 이어받은 모던2와 모던 시리즈의 피날레 모던 3가 있었다. 모던 2,3은 스토리적인 문제점이 상당했지만, 우리들이 그 시절 콜옵에 열광했던 것은 시선을 사로잡게 하는 화려한 연출과 그 속의 병사가 되어 플레이한다는 몰입감, 선악 모두 평면적이지만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캐릭터들까지.


맨날 스토리랑 캐릭터성이 평면적이다 까이고, 왜 러시아만 적이냐면서 까이고, 결국 미국만세임 ㅅㄱ라면서 까이는 등. 콜옵은 까이면서도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해왔다. 캐릭터성이 평면적이라는 건 깊게 이해할 필요 없이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며, 스토리 또한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만년 적인건 뭐... 그때는 러시아 국력이 어떤지 정확히 몰랐으니까 넘어가주자.


하지만 인워는 모던3 이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야 만다. 모던 워페어라는, 콜옵을 세계구급으로 끌어올린 시리즈를 종결시키고 나니 무엇으로 콜옵을 연장시켜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1년 주기로 트레이아크와 콜옵을 발매해야 하는 특성상, 인워는 그래도 깔끔하게 끝낸 모던 시리즈를 역사의 뒤안길로 고히 묻어두고 새로운 시리즈를 발매했다. 여기서 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시리즈의 10주년 기념 작품, 콜 오브 듀티 고스트. 말 그대로 무리수 가득한 스토리, 플레이어 수는 그대론대 맵은 더 커져서 제대로 싸우기도 힘든 멀티, 모던 시리즈보다 퇴화한 OST 등. 말 그대로 온갖 혹평을 받아먹으면서 이름 그대로 10주년작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유령이 되어버렸다.


이후에 슬렛지가 어드밴스드 워페어로 콜옵에 산소호흡기를 붙여준 뒤, 인워는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일신의 그래픽을 이어받아 시리즈 최초로 우주전을 다루는 인피니트 워페어를 출시한다. 하지만 인피니트 워페어는 모던 시절부터 개선되지 않은 나사빠진 스토리와 P2W을 강요한 멀티로 인해 다시금 인워의 명성은 땅에 떨어진다. 게다가 시리즈 한동한 미래전만 다루고 있던지라 미래전에 염증을 느낀 팬들은  #RIPCOD라면서 우리가 알던 콜옵이 끝난다고 한탄을 했다.


사실 인워 입장에서도 할말은 있었다. 모던 3 제작기간 당시 액티비전과 갈등을 빚으면서 결국 콜옵을 개발하던 주요 인력들이 퇴사해버렸고, 이 상태에서 급하게 여러 개발사들의 도움을 받아 내놓은게 모던3였다. 그래도 모던3는 전작들보다 만듦새가 부족하는 욕은 먹었지만, 그래도 모던 시리즈의 이야기를 잘 마무리지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내놓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 모던 시리즈를 개발한 개발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처참한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스토리도 플레이도, 뭐 하나 모던의 후광에 닿지 못한채 버림받기 바빴다. 인워는 더 이상 콜옵 시리즈를 개발할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인피니트 워페어 발매 이후, 개발진 일부가 다시 복직을 하게 되면서 인워는 두 번째 기회를 얻게된다. 그들은 새로운 엔진 개발에 들어갔고, 동시에 뭍혀있던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다시 꺼내 초심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한다.


그렇게해서 나온게 바로 모던 워페어 리부트이다. 모던 리부트는 모던 워페어 오리지널에 가까워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전장의 느낌을 어느정도 되찾고, 밀리터리 자문을 통한 생생한 밀리터리 연출로 게이머와 밀덕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비록 스토리는 여전히 나사빠진 부분이 있다는 말이 사라지진 않았으나, 4편에 가까워진 스토리와 더욱 일신한 그래픽, 총기 사운드, 모션으로 많은 팬들이 콜옵 시리즈의 부활이라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준다는걸까? 인피니티 워드는 팬들의 기대를 모던 리부트 2를 통해 크게 뒷통수를 후렸다.


처음에는 괜찮게 가다가 갑자기 후반부에 급격하게 틀어지는 스토리와 연출, 씹창난 멀티 밸런스(무기건 맵이건), 뇌절 때리는 워존 전개(대표적으로 캠페인에서 죽은 줄 알았던 그레이브즈의 귀환), 밀리터리 FPS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크로스오버(더 보이즈 크로스오버, 헬싱 크로스오버 등). 뭐, 크로스오버 같은 경우엔 애당초 콜옵이 캐주얼 FPS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오퍼레이터에 군인이 아닌 녀석들이 가득 넘쳐나서 핍진성이 안 좋아진다.


게다가 이짓으로 정신 못차리고 슬렛지해머를 다시 끌고와선 모던 리부트 3의 제작을 맡겼고, 그 결과는 모두가 알다싶이 20주년을 기념하는 뱅가드와 동급의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있다. 사후지원으로 만회할 가능성도 있지만 인워가 슬렛지 사후지원에 자꾸 크게 간섭한다는 말이 나오는 걸 봐선 모던 리부트 3의 미래도 어둡다.


게다가 모던 리부트 3 이후로도 계속 모던 리부트 시리즈를 이어갈거라는 말이 자꾸 나오고 있으니, 오리지널 모던 삼부작과 같은 마무리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더이상 인워와 모던 리부트에선 오리지널에서 느꼈던 그 감동과 짜릿한 연출,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그 스토리를 볼 수가 없게된 것이다. 

사실 오리지널 모던 3를 끝으로 모던 워페어 시리즈를 완결시켜야 했다. 그 깔끔하게 완결된 작품을 굳이 리부트해서 우리가 알던 매력적인 캐릭터도, 짜릿한 연출도, 플레이어들의 열광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결국 남은 건 액티비전의 돈독과 인워의 무능과 고집으로 일관되는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 대한 능욕 밖에 더 없었다.


하지만 콜옵이 끝장난 건가? 그건 아니다. 아직 우리에겐 구원 투수가... 아니, 콜옵 시리즈의 진정한 개발사이자 구세주가 있으니까.


트레이아크. 옛 그레이 매터라 불리던 이들.


콜옵 1편의 확장팩, 유나이티드 오펜시브와 2편의 확장팩 빅 레드 원을 통해 개발사로써의 능력을 입증해 3편 본편의 제작을 맡게된다. 하지만 3편은 PC판을 빼놓고 발매를 한데다, 전작에서 그닥 발전한 모습도 없었기에 유저들의 기억 속에서 금방 잊혀져 버렸다. 하지만 트레이아크도 할 말은 있다. 그도 그럴게 3편을 제작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고작 8개월.


이 기간동안 게임을 더 발전을 시킨거라면 트레이아크는 신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이 시절의 그들은 아직 인간이었다. 인간의 몸으로 8개월 만에 그래도 게임 본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튼 이후 좀더 많은 시간과 예산을 가지게된 트레이아크는 월드 앳 워라는, 블랙 옵스 시리즈의 토대가 되는 2차 세계대전 배경의 콜옵을 내놓게 된다. 월드 앳 워는 4편의 후광이 너무 강렬해 당시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엔 최고의 2차 세계대전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아직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월드앳워를 기점으로 트레이아크는 인워 콜옵과는 다른 분위기를 고수하기 시작했다. 인워의 콜옵은 밟고 영웅주의적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면, 트레이아크는 더 현실적인 잿빛에다 차갑고, 시궁창스러운. 소위 하드보일드한 분위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고 현재 글쓴이는 판단한다. 드라마에 비교를 해보자면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의 분위기 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아니면 더 퍼시픽 대신에 퓨리도 적당할 것 같고.


아무튼 이에 트레이아크는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블랙 옵스 시리즈를 만들어 선보이게 된다. 이전 콜옵에선 볼 수 없었던 연출과 10년이 넘은 지금 와서 봐도 굉장한 스토리. 모던 시리즈에 버금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트레이아크는 블랙 옵스 1을 통해 모던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나아갈 방향성을 확고하게 잡을 수 있었고, 이것을 블랙 옵스 2까지 이어서 결국 트레이아크는 메인 개발사로써 입지를 다지게 된다.


블랙 옵스 2는 시리즈 최초의 미래전을 다루며 멀티엔딩의 도입과 콜옵 시리즈 최고의 악역으로 손꼽히는, 매우 입체적인 최종보스 라울 메넨데즈를 등장시킴으로써 평소에 콜옵이 듣던 미국 입맛에 편향된 미국만세 스토리, 너무 평면적인 할리우드 스타일의 캐릭터들 이라는 평가를 어느정도 해소시키는데 성공했다. 큰 호평을 받으면서 블옵2의 성공은 트레이아크를 신의 경지까지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트레이아크는 신이 된 뒤 상당히 오만해진 걸까? 블랙 옵스 2의 후속작 블랙 옵스 3를 내놓았지만, 멀티, 좀비 모드의 호평과는 별개로 스토리와 코옵 모드 부분에서 상당한 감점을 당하면서 신이라는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사실 블옵3의 스토리는 나쁜게 아니다. 오히려 영웅만세, 미국만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스토리를 제시했으나, 문제는 스토리텔링을 이상하게 해서 사람들이 이해를 제대로 못하게 만든거지. 그래도 블옵3는 망작은 아니고 평작 정도라는 평가를 받았고, 모드 적용도 가능해서 현재까지 사후지원을 하면서 상당히 많은 이들이 즐겨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스토리랑 코옵이 문제였지 멀티는 호평일색이다.


문제는 다음작품, 블옵4가 문제였다. 블옵4는 아예 캠페인을 빼버리고 멀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며 수 많은 유저들의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받았으나, 발매 당시에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잘못된 사후 지원으로 인하여 시리즈 최초의 배틀넷 출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해외와 한국 유저들 모두 게임을 외면했다. 사실상 트레이아크의 고스트가 되어버렸다.


상당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3편에선 캠페인(그리고 코옵)으로 욕먹고 멀티와 좀비는 훌륭하단 평가를 받았는데, 4편에선 캠페인을 빼고 멀티와 좀비모드에 집중했는데도 되려 퇴보했다는 소리가 나오니.


이 기간 동안 트레이아크는 상당한 암흑기를 겪었다. 게다가 다른 개발사들이 콜옵을 개발할 때마다 보조 인력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닌 통에 크런치 문제도 장난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양반들을 콜옵 시리즈의 구세주라 부를 수 있는가? 그건 바로 모던 시리즈가 리부트 되면서 전설이 시작된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 이후, 다시 트레이아크에게로 콜옵의 개발이 이어졌다. 이들은 물 밀려올 때 노 젖는 것을 아는 것인지, 본인들도 미래가 아닌 첫작품, 블랙 옵스에 다뤘던 냉전으로 되돌아가 블옵1과 블옵2 사이에 있었던 일을 다루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바로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콜드 워다.


콜드 워는 출시 초기, 악명 높은 멀티 밸런스로 인해 큰 욕을 먹으며 망작이라 다들 비웃었으나 이후 사후 지원을 거치면서 지금은 평작 정도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콜드 워의 꽃은 바로 캠페인과 좀비에 있었다. 콜드 워의 캠페인은 블옵1의 여러 오마주를 통해 유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모던 리부트보다 훌륭한 스토리와 캐릭터 구축으로 근래에 나온 콜옵 중 가장 명작이라는 평을 듣고있다. 좀비 또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고, 여러 즐길거리를 추가함으로써 좀비 모드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었다.


원래 모던 리부트 이후에는 슬렛지해머가 개발을 했어야하나, 슬렛지해머가 보조로 강등당하는 바람에 트레이아크가 급하게 달려와서 콜드 워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이 시기에 코로나까지 덮치면서 개발이 순탄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런 성과를 낸 것은 놀라울 따름이다. 심지어 앞서 말했듯 이전까진 다른 개발사들 보조 맞춰주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단 걸 생각하면 사실 트레이아크 이 양반들은 마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비록 초기에는 모던 리부트와 비교되며 박한 평가를 받은 콜드 워이지만, 이후 뱅가드와 모던 리부트 2,3가 처참한 완성도로 나오면서 우리들은 모두가 콜드 워가 명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바야흐로 인간으로 태어나 신이 되었다가, 다시 신의 자리에서 내려와 인간이 된 이들이 다시금 신의 자리에 되돌아온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들의 콜옵은 오직 트레이아크의 콜옵이 유일하다. 그들의 손에서 나온 자손들이야 말로 우리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며, 우리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내년에 나올 블랙 옵스 시리즈의 신작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작가는 다음 달에 군대에 가니 그 사이에 콜옵이 잘 만들어져서 나오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