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사람들은 그를 "주딱"이라고 불렀다.

노오란 관리자 표시가 달린 닉네임은 늘 침착했고, 규칙 위반 글은 칼같이 정리했다.

누가 시비를 걸어도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법이 없었다.

반면 "파딱"은 달랐다.

푸른 관리자 표시를 단 그는 활동량이 엄청났다.

새벽에도 접속해 있었고, 밥똥콜이 일상이며, 하루종일 글카스만 고상하는 기이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문제는 너무 열정적이라는 점이었다.

"주딱님! 이건 삭제해야죠?"

"아니."

"그럼 차단?"

"아니."

"지금 호출벨에 저새끼 갱차해달라는 글이 15개에요!"

"그냥 냅둬."

파딱은 모니터를 보며 입술을 삐죽였다.

주딱은 늘 저랬다.

무심하고, 말도 짧고, 감정 표현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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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비 오는 밤이었다.

갤러리에 유튜브 에디션 밀스퍼거 근첩이

수십개의 깡계를 들고 분탕을 치는 날이었다.

몇 시간 동안 수많은 깡계들을 하나씩 차단했고, 새벽 세 시가 넘어서야 상황이 정리됐다.

"고생했다."

주딱이 짧게 말했다.

파딱은 의자에 기대며 하품했다.

"주딱도 수고했어요."

"안 자?"

"조금 있다가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관리자 탭에는 두 사람만 남아 있었다.

파딱은 문득 궁금해졌다.

"주딱님."

"왜."

"관리자 말고 평소에는 뭐 하세요?"

"...회사 다녀."

"오... 그게 다예요?"

"응."

파딱은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재미없는 사람이네."

그 순간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파딱은 아차 싶었다.

괜히 선 넘은 건가?

그런데 잠시 후 답장이 왔다.

"너는?"

"저요?"

"응, 너."

파딱은 화면을 보며 멍해졌다.

그 한마디에 이상하게 심장이 뛰었다.

그날 이후 둘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콜옵 이야기만 하던 채팅은 일상 이야기로 이어졌고, 서로의 취미도 알게 됐다.

주딱은 생각보다 다정한 사람이었다.

표현이 서툴 뿐이었다.

파딱이 밤늦게까지 접속해 있으면 주딱은 늘 걱정인듯 파딱에게 말했다.

"잠 좀 자라."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

"왜요?"

"너가 피곤해지니까."

몇 자 안되는 그의 말에 파딱은 알 수 없는 따뜻함과 설렘을 온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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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완장들 모임을 핑계로 두 사람은 처음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다.

카페 문이 열리고,

파딱은 곧바로 주딱을 알아봤다.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창가에 앉아 있었다.

사진 한 장 본 적 없는데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밤마다 보고싶어했던 그 사람,

나를 언제나 걱정해주던 그 사람,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


"...주딱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파딱왔노"

채팅창에서만 보던 이름이 실제 목소리로 들려왔다.

이상하게 가슴이 뜨거워졌다.

만남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주딱은 온라인보다 훨씬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커피를 주문할 때도,

라이엇 뱅가드 대신 콜옵 뱅가드를 깔아둔 곳에서

게임을 할 때에도,

무심하게 파딱을 챙겼다.

"받아, 선물이야."

"아니... 이건 지상군 콜링카드?!"

파딱은 그의 상냥함에 가슴으로 감동했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자신의 젖꼭1지를

얇은 천 아래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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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파딱은 휴대폰을 보았다.

메시지가 와 있었다.

[오늘 즐거웠어.]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웃음이 났다.

곧 답장을 보냈다.

[저도요.]

[다음에도 보자.]

파딱은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타이핑했다.

[그때는 완장회의가 아니라 데이트로 만날래요?]

잠시 정적.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답이 늦는다.

1분... 2분이 지나고,

답장이 왔다.

[좋아.]

지하철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였다.

주딱도 부끄러웠던걸까?

평소 5초면 답장을 보내주던 사람이

오늘은 읽고 답을 적어주는데에 2분이나 걸렸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에

도 한 번 설레는 파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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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두 사람은 종종 만났다.

함께 밥을 먹고,

영화를 보고,

콜옵을 했다.

어느 겨울밤.

눈이 내리는 거리에서 파딱이 물었다.

"주딱님."

"응."

"언제부터였어요?"

주딱은 잠시 생각했다.

"네가 새벽마다 안 자고 관리하던 때."

"그때요?"

"걱정됐어."

파딱은 웃었다.

"그게 시작이었군요."

주딱도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두 사람의 손이 맞닿았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인연은 어느새 현실의 마음이 되어 있었고

밤 가로등이 비추는 그들의 모습은

조심스레 입술을 겹친채 마무리했다.

하늘에서 내려주는 하얀 축하의 폭죽과 함께...


갤럼들은 여전히 그들을 주딱과 파딱이라 부르지만,

서로에게는 그보다 훨씬 특별한 이름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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