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가와 스프링필드
1화
+하늘엔 구름이 적잖이 끼고, 바람은 강하지 않게 선선하게 불어와 기분 좋은 시원함을 만든다.
지휘관은 자신의 자동차에 기대서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싱긋 미소를 짓고 있다.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입에는 담배를 물고, 라이터를 가까이 가져다 대자 배려라도 해주는 듯 바람이 잠시 멈춘다.
지휘관이 담배를 다 태우고 발로 짓이겼을 즘 스프링필드가 지휘관의 곁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지휘관 옆에서 공손하게, 그럼에도 너무 불편하지 않은 자세로 서 그에게 말을 건넨다.
"이제 출발하시나요?"
"그래야지. 조금이라도 더 어물쩍 거리단 한 소리 듣게 될 거야."
지휘관은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넣는다.
"내가 말해준 거 기억하고 있지?"
"네."
"내가 말한 대로만 하면 돼. 다른 거는 P38이랑 카리나가 처리해 줄 거야. 이 일을 원래 그로자에게 맡겼어야 했는데 알다시피 그로자는 계속 잠만 퍼자고 있지. 이거 미안하네."
"괜찮아요."
"많이 힘들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없을 거에요."
"그래..."
지휘관은 말 끝을 약간 흐리고는 약간 우울한 듯한 표정을 짓고는 조금 전에 짓이겨 끈 담배꽁초를 다시 짓이겼다.
"그럼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지휘관은 자동차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시동을 건다.
크고 묵직한 엔진음이 울리고, 바퀴가 돌아간다.
스프링필드는 멀어져 가는 자동차를 1~2분 정도 바라보고는 지휘부로 돌아갔다.
그녀는 지휘관실의 문을 두세 번 두드리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슬며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휘관실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곳만 제외하고 말이다.
지휘관의 책상 위에는 서류더미라 쌓여 있고, 커피잔이 서너 잔이 놓여 있다. 그중 하나는 옆으로 엎질러져 책상 아래로 커피가 툭툭 떨어지고 있다.
P38이 지휘관의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자고 있다.
스프링필드는 탁자 위에 올려진 전기포트 스위치를 올리고, 물이 뜨거워지자 포트 옆에 놓인 인스턴트커피를 타 지휘관 책상으로 가져간다.
P38은 머리를 들어 고개를 슬며시 오른쪽으로 돌린다.
그곳에는 양손으로 커피잔을 쥔 채 미소를 짓고 있는 스프링필드가 있었다.
P38은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몇 번 만져주고는 옆에서 커피를 들고 있는 인형에게 말을 건넸다.
"스프링필드 씨. 오셨어요?"
그녀는 말없이 커피잔을 건네주었다.
커피잔은 받고 뜨거운 커피를 후후 불며 마시는 흑발의 소녀 모습을 한 인형은 커피를 두세 모금 들이키고는 책상 위에 내려놓고 스프링필드에게 말을 걸었다.
"지휘관님은 가셨어요?"
"조금 전에 출발하셨어요."
"갔어요? 속 편한 인간. 일은 다 남한테 떠넘기고는 놀러나 가고 말이야."
"세미나에 가신다고 하셨어요."
"말이 좋아 세미나지. 해변가에 있는 콘도나 호텔방 빌려다가 바비큐 파티하고, 술 퍼마시고, 밤새도록 농담따먹기나 하며 며칠 있다 오는 거잖아요? 아니 가는거는 좋은데 가더라고 일은 어느 정도 해결해주고 가면 얼마나 좋아? 전부 우리에게 떠넘기고 말이야. 정말 마음에 안 들어."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우리 지휘관님 덕분에 다른 곳보다 더 좋은 시설과 복지를 받고 있잖아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가면 좋잖아요?"
P38은 커피잔을 다시 들어 후후 불곤 한 모금 마신다.
"그렇게 말하지만 P38는 지휘관님을 좋아하시잖아요?"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 난봉꾼 같은 인간. 일할 때아니면 저에게 신경도 쓰지 않는단 말이에요."
P38은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잔을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사이가 씨는 지금 어디 있나요?"
스프링필드가 P38에게 물었다.
"지금 지휘관님 방에 있을 거예요."
P38은 커피잔을 다시 들어 몇 번 홀짝이더니 다 마셔버린다.
스프링필드는 그녀와 약간의 담소를 더 나누고는 탁자 위에 있는 갈색 쟁반을 가져와 책상 위에 쌓여있는 커피잔을 정리했다.
그녀는 5개의 커피잔이 올려진 쟁반을 들고 카페로 향했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 싱크대 안에 커피잔을 전부 놓는다.
커피잔을 전부 깨끗하게 씻고 정리한 후,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 자신이 입고 있는 앞치마와 하얀색 와이셔츠를 벗고, 원래 입던 제복으로 갈아입었다.
스프링필드는 옷소매를 다듬으며 지휘관의 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자 침대 밑 바닥에 이불이 두어 개 떨어져 있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사이가는 어디에 있는 걸까?
스프링필드는 사이가를 불렀다.
"사이가 씨 어디 계세요?"
어디서 새근새근 조용히 자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안락의자 위에 자고 있는 사이가가 보였다.
사이가는 나일론으로 된 핑크색 잠옷을 입고, 양손을 무릎위에 다소곳이 올리고 팔걸이에 살짝 기대에 잠을 자고있다.
스프링필드는 잠옷차림을 한 붉은머리 인형의 어깨에 손을 올려 흔들어 깨웠다.
"사이가 씨 일어나세요."
"우웅..."
사이가는 잠깐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곤, 양손으로 눈을 비비며 슬며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일어나고 나서도 한 손으로 눈을 비비며, 몸을 굽힌 채 슬금슬금 움직이는 모습이 아침에 막 일어난 어린아이 같다.
사이가는 좁은 걸음으로 지휘관의 방에 딸려있는 개인 욕실로 슬금슬금 들어갔다.
이 지휘부의 사이가는 타 지휘부의 사이가와는 조금 다르다.
타 지휘부에 있는 모델들은 모두 키가 170이 조금 넘으나 여기 사이가는 키가 164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인형이나 여성 지휘관을 손대는 짓을 하지 않는다.
사이가가 지휘부에 처음 왔을 때는 지휘관이 잠깐 동안 돌봐주다 일이 생겨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1주일 정도 P38이 사이가를 돌보았다.
지휘관이 돌아왔을 때는 방 안에서 2시간을 넘게 있다 P38을 불러 앞에 선 P38에게 크게 역정을 내고, 시말서를 잔뜩 쓰게 하였다.
그 후 지휘관은 그 둘이 가까이 있지 못하게 하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것은 그 3명만이 알고 있겠지.
그 뒤로 사이가는 지휘관과 아주 가깝게 지내었다.
대부분의 여가시간을 지휘관과 함께 보낸다.
그로 인해 불평불만을 토하는 인형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러는 인형들은 많이 줄어들었다.
욕실 문이 열리고 푸른색의 잠옷 차림의 사이가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
옷의 사이즈가 그녀의 몸에 비해 상당히 커 소매는 팔꿈치까지 후줄근하게 내려와 있고, 바지 밑단은 바닥에 질질 끌린다.
붉은 머리의 인형은 수건을 욕실 문 왼쪽에 있는 건조대에 걸어놓고, 스프링필드의 앞으로 걸어갔다.
스프링필드는 그녀의 옷차림을 정돈해주었다.
스프링필드는 침대 왼쪽에 놓인 서랍장 위에 올려진 자명종을 슬쩍 바라봤다.
7시 57분
"사이가 씨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사이가는 말없이 고개를 젓는다.
"9시쯤에 군수지원이 있고, 10시에는 시내 동쪽에 있는 숲에 정찰이 있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창고 정리 그 정도에요."
사이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이가 씨가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일단 숙소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이곳으로 다시 오면 같이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보아요."
사이가는 다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나갔다.
방문이 닫히자 스프링필드는 조금 전까지 사이가가 앉아 있던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리곤 다시 서랍장 위에 올려진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8시 4분을 가리키고 있다.
계속
존나 오랜만에 올리네
폰으로 올려서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고, 다음화는 한참 뒤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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