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중인 데이미언 허스트.. 그나저니 사진 참 못찍었구나
대충 파트가 4개 정도로 나뉜것 같은데 초기작, 전성기, 후반기, 현재 진행중인 연작.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그 전체를 죽음이라는 주제가 관통하구요
이건 초기작에 해당하는데.. 깊이없는 감각적 테러거나 소품 활용에 집착하는(이건 과도기 작품들과도 조금 닿아있습니다) 대부분의 것들과는 달리 나름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해서 공은 계속 날아오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바람이 꺼지고 기다리고 있는 칼날들에 찔려 사라질 것이다.. 이건 마치 우리의 인생.. 이런 진부한건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남녀의 사랑을 표현했다는군요.
그 다음 두번째인 전성기.. 유명작들중 천년, 살아있는...죽음 어쩌구 불가능성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슬슬 시체랑 유골을 상품화해서 팔아넘기는 시기죠. 상당한 비판을 받는 포인트입니다. 매번 전시할 때마다 머리를 잘리는 소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상어 시체를 구경하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
다만 저는 좋아합니다. 아무리 가식을 떨어봤자 사람들은 파리 시체가 수북히 쌓인 사진을 sns에 좋다고 올리고, 작품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값으로 팔려나가는데.. 이런 비꼬는듯한 폭력성이 취향입니다. 이젠 깊이가 있는 테러가 되었다고 해야하나
여튼 그런 연유로 이 장소에 들어가면 머리가 살짝 아찔해집니다. 냄새는 전혀 나지 않지만. 특히 천년.. 그냥 올리면 무조건 글삭당할테니 작품의 일부인 살충기 사진만 찍었습니다.
잘린 소 머리는 꽁꽁 언 호수에 던져지는 쇠도끼같습니다. 꼭 이렇게 자극적이어야만 하냐는 물음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과정까지 포함해서.
그리고 파리.. 이 참신하고 기괴한 작품의 본질적인 부분은 날아다니다 전기살충기에 닿아 담뱃불처럼 불타죽는 파리들에 있지요. 그리고 수많은 파리들이 날아다니는데도 어떠한 악취도 나지않는다는건 아주 기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저는 아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날 점심을 먹지않고 관람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은 그 유명한 상어. 이건.. 별로였군요. 입장료 무료인 자연사박물관만 가도 비슷한걸 볼 수 있는데요. 반으로 갈라서 내부가 보이는 종류의 작품도 아니고.. 이미지메이킹이 잘 된듯한 느낌입니다.
다만 포름알데히드.. 하.. 조금 부끄러운 추억이 있는데.. 한때 마키시마 쇼고의 영향을 받아버렸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세번째인 후반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시도가 느껴지는 점에서 과도기라고 해도 좋을듯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과거 작품들에서도 힌트를 많이 받은 듯 합니다. 재료를 시체에서 유골로 바꾸고, 초기작에서 보였던 소품과 그 배열에 집착하는 스타일을 꽃피웠습니다.
여기 일렬로 늘어져있는 3작품이 전시장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입니다. 좌>우로 '그래 그런데 네 진짜 기분은 어때?' > '박리기' > '침습' 이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사실 첫번째, '그래 그런데 네 진짜 기분은 어때?' 만 보면 이거 뭐 동물 시체 쓰다가 사람 시체 쓰는거니까 그냥 MSG만 더 때려부은게 아니야? 하고 실망스럽지만
이 각도에서 보면 상당히 묘해집니다.. 일단 인골을 썼으니까 자극성 하나는 끝판왕이라 사람들이 저 앞에서 사진을 되게 많이 찍는데요.. '박리기'라고 이름붙여진 의료용 도구들을 배열해 놓은 작품을 사이에 끼고보면.. 무언가를 암시하는듯합니다.. 뭔가 여러가지 의미로 쇼핑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이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한것 같다는 천박한 만족감을 조금 즐기며 무심코 뒤를 돌아보면 '박리기'와 같이 의료도구를 배열한 작품이지만 내 키보다 훨씬 큰.. '침습'이 있습니다. 이 5개의 샌드위치같은 레이어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저는 이런.. 나 자신을 포함한 특정집단에 대한 무작위적이고 냉소적인 테러행위가 좋군요. 실질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는 전혀 피해가 없다는것이 또 더할나위없고요.
다음은 스테인드글라스..
나비의 시체로 만든.. 이쁘긴 한데 약간의 매너리즘을 느낍니다. 다만 곤충의 시체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입니다. 동물의 시체는 내부를 봐야하는데 곤충쪽은 겉모습만 관찰해도 이쁘지요
미술 교과서에도 실려있던.. 해골에 다이아를 엄청 때려박아서 더욱 엄청난 가격에 팔아넘긴 작품. 새로운 시도라면 시도인데 이건 좀 추한 일화가 있다죠.. 더 비싸게 팔아넘기려고 자작극을 했다는
대충 비판받는 포인트를 보면 1. 생명 윤리 2. 과도한 상업주의 3. 표절인데
1번이 오히려 취향이라는 것은 아까 언급한 바와 같고.. 3번은 그 작가가 돈을 버는게 맞는가에 대한 문제지 작품 자체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2번은 좀 비판받을만 하군요.. 과한 상업주의라는 비판을 돈지랄의 끝판왕으로 뚫으려 한 시도 자체는 펑크하지만 자작극을 한 시점에서 아무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외에는 살짝 소녀종말여행스러운 그림도 있고요. 다만 그림 실력은 그 명성과 비교하면 별로..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중인 연작들.. 여긴 딱히 볼게 없습니다. 그냥 돈 다 벌었으니 취미 즐기겠다 느낌
이제 전시를 다 보고 나가면.. 언급하진 않았지만 나름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파트, 약 배열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온 '스스로 약을 만들어서 디스플레이에 넣어보기'라는 상당히 인싸스러운 공간이 있습니다.
근데 이게 또 상당히..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슨 약인지 아시려나요
5/5.. 음악의신.. 그렇습니다
저는 그 약을 찾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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