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를 처먹고도 꿈 속에 나오는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에 여동생과 함께 올라 타
고향의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아무도 없는 거리
아무도 없이 걷고
언제나 혼자서 말 그대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하고
아무도 모르는 나는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무언갈 좋아하고, 혼자서 공부를 하거나, 꿈을 꾸거나 희망을 품거나 우울해 하거나 슬퍼하거나 그 모든 것은 혼자서, 혼자 그 흙길을 걸으며
나는 여전히 부모님의 집 안에서
부모님이 계신 집 안에서
나의 방 안에서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다
결국 침대에 누워 바라보는 천장은 새하얗게
변한 것 하나 없지만
내가 올려다 본 천장이 누구의 아래에 있는 것인지
꿈에서 깬 나는 도대체 왜 이 도시에 있는지
내가 언제 이곳에 있게 된 건지
언제 여기까지 와 버린 건지
지금 나의 천장은 그 누구의 아래에도 있지 않고
지금 나의 가장 친한 사람은 꿈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다
나는 어쩌다 아버지의 차를 탈 수 없게 되었을까
나는 왜 고향이 아닌 이 도시에
나는 더 이상 혼자 걷지 않고, 혼자 먹지 않고, 혼자 무언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디시인사이드 만화 갤러리에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펜을 잡지 않는다
만화를 그리지 않는다
음악을 듣지 않는다
쓰레기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매일 밤을 새지도 않는다
외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나 혼자라고 느끼지 않는다
죽고 싶은 생각이 사라진 것은 아니나 우울하다 느끼지 않는다
나는 대체 누구일까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낯설고 어색하지 않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세상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와 가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인과관계와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숭고함과 처참함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완벽한 국가란 무엇인지 떠올리지 않는다
개념의 체계를 떠올리지 않는다
사상의 구조를 떠올리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닥친 일들에 대하여 진심으로 마주하고 좌절하지조차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기분도 느낌도 없다고 말하는 것조차 하지 않는다
나는 나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싫다거나, 내가 없다는 것에 대하여 그에 대한 반향적 생각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색체가 없다는 것이 없다
나는 모든 것이 기억난다
어렸을 적 너무나도 젊고 아름다웠던 엄마가 해 주는 음식들이 그를 먹으라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내가 좋아했던 계란찜이 담긴 뚝배기가
초등학교 시절 여덟 명밖에 없었던 반 친구들과 그 커다란 목련과 벌레만 잡던 내가 늘 머물렀던 나무 그루터기
처음으로 친구를 사귀었던 중학교 급식실은 컨테이너였고 그를 올라가는 길에 놓여 있었던 정자와 매점에서 마주치는 짝사랑 상대와
전학 간 학교에서 모두가 싫어하던 과학 선생님을 좋아하는 나는 매일같이 게임을 하거나 디시를 하거나
고등학교 화장실에서, 이사장실에서, 교실에서 몇 번이고 울던 나는 그 독서실의 옥상을 사랑했고
강의실 옆자리에 그 아이가 앉기를 얼마나 기대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나는 얼마나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기를 기대하지 않는지
지금의 나는 얼마나 이 고통(없음)이 끝나기를 기대하지 않는지
지금의 나는 내 치아가 작은 것을 얼마나 신경 쓰지 않는지
나의 귀가 작은 것을, 키가 더 크지 않은 것을 얼마나 신경 쓰지 않는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는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디시인사이드에 로그인을 했는지
도대체 나에게 어떤 의지가 발현하여 초등학교 벽에 붙어 있었던 학생회장 포스터를 떠오르게 만들었는지
내 안의 어떤 것이 이 글자들을 뱉게 만들었는지
나의 뇌가 이 순간 무엇을 뭉쳐내는지
오랜만임요
오랜만
병원에 갑시다
에?
저 글이 님 얘기라면 가야죠
옛날에나 이상했죠 지금은 멀쩡함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
님이 옛날에는 어땟는지 모르겠어서 지금이 괜찮다면 다행이네요
똥마렵네
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