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카프카의 소송과 함께 제일 재밌게 공부한 작품인데

지동설이 작품의 주요 소재라는 것도 있지만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사실을 당시 인간들의 관점에 이입해서 상식개변의 발견으로 느낄 수 있도록 생생하게 묘사한다는 점이 특히 연상됨.


희곡 주요 스토리에는 중요하지 않지만 갈릴레이가 제자들이랑 부력의 원리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하는 장면이 나옴.

제자들은 물에 뜨거나 가라앉는 것은 물체의 모양이 아니라 물체가 물보다 무겁냐 가볍냐가 결정한다는 가설을 세우는데

표면적이 넓은 얼음판은 날카로운 쇳바늘과 달리 물을 가를 수 없기 때문에 뜬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을

얼음판을 손으로 눌렀다가 뗐을 때 물을 가르면서 다시 떠오르는 것으로 반증하고

얼음은 사실 물이 응집된 게 아니라 옅어진 것이므로 물보다 가벼워서 뜨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림.

그래서 제자 한 명이 쇳바늘도 마찬가지로 물보다 무거워서 가라앉는 거라면서 당당하게 q.e.d.를 외치는데

갈릴레이가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면서 종이 위에 바늘을 올려서 물에 뜨게 함으로써 제자들을 벙찌게 만듦.


현대인은 부력에 결정적인 것은 질량과 형태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요컨대 밀도)라는 것을 상식으로 알지만

그게 당연하지 않은 과거의 사람들이 이걸 탐구하고 깨닫는 과정을 뉴턴의 사과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해서

딱히 중요한 장면도 아니지만 유난히 기억에 남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