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밑에 있는 신인이 어느 날 슬퍼하면서
"아아. 우리는 손해 봤어. 만화의 신기원은 데즈카 선생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먼저 다 해버려서 우린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시기나 나빠."
이런 소릴 하기에, "이런 한심한 놈!!"이라고 크게 혼을 낸 일이 있었다.
자신들이 노력하지 않은 건 쏙 빼놓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이란 말인가.
2.
내게도 장편 만화 원고를 봐달라면서 매일같이 신인 작가나 마니아들이 오는데,
태반이 이야기의 절반이나 시작 부분 정도에서 뚝 끊긴 것들을 가지고 온다.
"이 뒤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조금씩 그리려고 합니다."
"끝나지도 않은 건 비평해 줄 수가 없지요. 전부 그린 다음에 보여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말하고 돌아가게 하면, 다시 오는 일은 거의 없다
다시 온다 해도, 그때는 다른 작품을 가져온다.
"이전 작품은 안 된다는 걸 깨달아서, 새로운 걸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그것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중략)
장편 만화를 그리려는 사람들은 먼저 8페이지 정도로 정리된 이야기를 그려줬으면 한다
3.
요즘 시라케 세대(50~60년대에 태어난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인 사람에게 물으면
자신에겐 이상도 꿈도 없고, 인생의 낙도 없으며, 재미있는 일도 없다고 대답한다.
어른 세대는 전쟁이나 전후의 혼란이 있었으니 경험이 풍부하지 않으냐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자기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호소하면서 만화가를 지망하기도 하니, 난 항상 이렇게 설명한다
"확실히 너희가 살아온 시대는 계속 평화로웠고, 전쟁도 옆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였다.
지금까지의 생활이 너희에게 커다란 감동을 준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감수성이 빈곤하다는 것에 대한 변명일 뿐 아닐까"
인간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뭔가에 감동했던 적이 있다.
눈 앞의 사건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관찰력을 발휘하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인다.
4.
인체 데생을 꼼꼼하게 하는 사람이 보기에는 "여기 관절이 없는 게 이상하다."거나,
"이 부근에 길이 비율이 이상해."같은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말을 모조리 받아들이면서 그린다면 거북하고 갑갑한, 멀쩡한 그림이 되어버린다
이쯤에서 만화는 낙서 정신이라는 말을 떠올려줬으면 한다.
자기 마음대로, 어떤 포즈를 그려도 상관없으며, 데생 같은 건 모른다해도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또한 아무도 화내지 않는다.
포즈를 잘 그리지 못한다는 사람 중 태반은 이런 인체 데생의 상식에 집착한다. (중략)
데생의 정확함보다는 재미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 만화의 생명임을, 그런 사람들도 확실하게 마음에 새겨두었으면 한다.
노파심에서 다시 말하지만, 데생을 무시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포즈의 기발함, 자유분방함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로 착실히 인체 데생을 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한 일이다.
5.
오래전에 '만화 소년'이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소위 말하는 만화가 양성 잡지의 역할을 했었다.(중략)
이 시대에는 설령 만화가가 되는 것에 성공한다 해도 제대로 입에 풀칠이나 할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요즘처럼 만화가가 매스컴에서 인기 있는 존재가 되어 편하게 돈을 벌 수 있게 되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하지만 만화 마니아였기 때문에 그저 끝도 없이 그리고, 그리는 데서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에 대성공하기도 했고, 장거리 주자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이런 젊은이가 많다
"프로가 되면 원고 한 장에 돈은 얼마씩 받나요?"
대뜸 이렇게 물어온다.
"치바 데츠야 씨는 '내일의 죠'로 엄청나게 벌었다던데 정말인가요?"
"선생님의 어시스턴트가 되면 월급은 얼마나 받을 수 있나요? 보너스는 1년에 몇 번이죠?"
"몇 년 정도 그리면 선생님처럼, 아니 그 정도는 아니어도 되지만, 일류 만화가 정도 벌 수 있게 될까요?
고향에서 부모님이랑 친척들을 불러야 하거든요"
이런 상태라면 '만화 소년' 출신 저작자들 같은 근성은 생겨날 것 같지도 않다
"난 작가님들 앞에선 그런 눈치없는 소린 안 해."
라고 한다 해도, 본심이 그렇다면 마찬가지다. 그리는 것으로 느끼는 삶의 보람은
생활의 확립이나 밥줄 확보, 심지어 재밌게 놀아보자는 욕심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6.
당신이 자칫 실수로 프로만화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면, 작가 같은 놈들과 친해지지 말고,
편집부로 가져가지도 말고, 잡생각 하지 말고 그저 수없이 그리기만 하는 것이 좋다.
그걸 몇 년 반복했는데도 집필 의욕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았다면,
그때는 아마도 뭔가 인연이 닿아 저쪽에서 먼저 행운이 날아들 것이다.
그때까지의 집필 실적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안다.
7.
대담하게 그리자.
뭘 그리든, 어떻게 그리든 상관없는 것이다.
지리멸렬, 기괴파렴치, 황당무계, 독선망연자포자기, 비도잔혹 음침무법, 광란광연 백귀야행적인 것을 그렸으면 한다.
그것이 바로 낙서 정신이라고 처음에 말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과하다. 만화에도 사리분별은 있지 않은가."
라는 아동문학자던가 뭔가가 있는데, 이런 비평은 무시해도 좋다. (중략)
어차피 만화의 본질을 모르는 사람이 만화의 자유분방한 재미를 이해할 수는 없다
8.
(나가이 고의) '파렴치 학원'이나 '저주의 사녀'나 '화장실 박사'나 '자포자기한 마리아'나 '꼬마 형사'는
발표될 때마다 매번 PTA나 교육 위원회, 여러 단체에서 빈축을 사곤 했다.
하지만 그 소동도 몇 년이 지나니 안개처럼 사라져버렸다.
개중에는 "지금 보니 그다지 대단한 표현도 아닌 것 같은데"라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러한 사태보다, 그런 압력단체가 만화를 포함한 문화를 일방적으로 단속하거나 규제해버리는 것이 무섭다.
이것은 말하자면 언론탄압이다.
9.
하지만 만화를 그릴 때 이것만은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기본적인 인권이다.
아무리 통렬하고 강렬한 문제라도 만화를 이용해 호소하는 건 상관없지만,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하나,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 것
하나,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하나,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
이 3가지만은 어떤 경우라도, 어떤 만화를 그리더라도 반드시 지켜주었으면 한다.
10.
프로로서 출발하려면 두드러지는 개성이 필요하다.
이 개성이 어떤 것인지는 그리는 본인은 절대로 알 수 없으며, 그걸 캐내는 것은 제 삼자다.
그렇기에 자기만족에 빠져 자신감 과잉 상태로 매스컴에 자신을 어필하게 되면 뭇매를 맞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만화계는 생각보다 훨씬 살벌한 세계다.
대략 이러한 것이 만화가 지망생들에 대한 나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6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꼰-
나름 성공한친군가봐 - dc App
ㅆㅅㅌㅊ
거를 타선이 없다
9번은 좀
쌀거같아
나만 좋음? 그냥 말들이 하나하나 너무 좋은데 하와와,,
역시 만신
6번에서 모 아니면 도라는 사상이 흘러 나오는 것 같은데 구도자를 동경하는건가?
그냥 만화 안 그리고 좆목질하면서 비비지 말란 소리 같음
김밥천국, 트위터간잽이, 안베타카기라인, 못그려도돼, 쿨찐메타, 검열검열검열
역시 윤서인의 아치 에너미
코가 대단한 만화가들의 시공을 초월한 대결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의 인생을 망친다"니까 이런 조언들은 언제나 적당히 걸러서 듣는게 중요함
아무데나 갖다붙이네
모든 사람들이 천재들처럼 이상적으로 살 순 없음. 6번 같은 경우도 운 좋게 잘 된거고 요즘 시대에는 적용하기 어렵기도 하지.
6번은 어느정도 일리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작가 본인이 만화 보는 눈이 좀 있어서 스스로 단점을 고치는게 가능한 전제하에 - dc App
3번 징징대는 애들 존나 정신병같네
6번 걍 좆목질 하지말고 쓸데없는 생각말고 그림 연습이라 하란거 같은데 - dc App
ㅇㅇ 나도 그렇게 보임
8페이지 정도가 얼마정도임 8화?
아니 말 그대로 8페이지짜리 1화를 말하는거임. 그 다음은 10페이지, 그 다음은 더 늘리는 식으로.. 만화가들한테 단편부터 그리게 하는건 유구한 전통임
장편만화 초반만 구상하다가 찍싸지말고 장편의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된 스토리를 8페이지 정도로 줄여서 그려보라는거 아니노
작가 3원칙은 좀 미묘하긴 해도 나머지는 다 새겨들을만한 이야기인듯
3번째 원칙은 막나가는 풍자물이나 개그물에선 좀 지키기 어렵다고 봄
3번은 요즘작가는 경험이 없어서 만화가 열화됐다 얘기 나올 때 인용할 수 있겠다
만화가 지망생 아닌데도 왠지 뼈 맞는 느낌이네 ㅋㅋ
5번은 너무 꼰대같은 소린데
근본력 미쳤네 ㅋㅋ
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