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구부정한 자세에 길쭉한 어깨,
흉악한 이빨로 적을 씹어삼키고,
기계 같지만 사실은 생물 같은 로봇.
사실 로봇의 안에는 죽은 주인공의 가족이 깃들어있고,
그런 로봇에다 아들을 태워서 전장으로 보내는 아버지.
그리고... 인류보다 먼저 지구에 살다가 살 곳을 빼앗긴 후, 현대에 다시 나타나 일본을 침략하는 고대의 존재와 싸우는 이야기.
이것들이 전부 나오는 만화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
스컬킬러 사귀왕이다.
에바 끝나서 심심하겠다, 에바 같은 만화를 소개해본다.
1990년. 이시카와 켄은 허무전사 MIROKU의 연재를 마치고 소년 캡틴이란 잡지에 연재할 신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편집부에서는 애니판과 별개인 겟타로보를 그려보는게 어떠냐고 했지만, 작가는 76년에 끝난 만화를 이제와서 뭘...이라는 반응. 하지만 로봇물은 그리고 싶었기에 겟타로보가 아닌 새로운 로봇만화를 그리기로 결정한다. 다만 전작이 스케일 큰 SF사극이였으니 이번에는 좀 힘을 빼서 가족 드라마 같은 분위기로 그리겠다고 선언했다.
.
.
.
.
.
그리곤 1화를 이렇게 시작했다.
다행히 개꿈. 애견 잭키와 여동생의 인사로 아침을 맞이한 주인공 '시마모토 슌'.
평소 온몸이 촉수에 뒤덮여 기계가 되는 꿈을 꾸고, 아버지가 지하연구소에 틀어박혀 있는 것 빼면 평범하고 시마모토 일가의 장남, 슌의 아침은 우유 한 팩으로 시작한다.
오늘은 아버지의 연구소에 과학 기술청 직원들이 찾아오는 날.
아버지 헤이하치로는 발명품 하나의 특허료만 해도 수억의 가치를 가진 천재 과학자. 오늘은 또 연구실에서 뭘 만들고 있을까?
모르겠다. 다 뒤질 것 같으니까.
산업스파이들한테 말이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아버지와 아들이 해치웠으니 안심하라구!
"저놈의 산업스파이들..."
"아부지. 근데 이 꿈틀거리는 것들은 다 뭐에요?"
"S.O.C다."
"소크요?"
"셀프 오거나이즈 칩(Self. Organiz. Chip). 간단히 말해 생물의 세포처럼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하는 나노머신이란다."
"재료만 있다면 S.O.C가 스스로 복제해서 기계를 대량생산할 수 있으니, 공장은 필요없어지지."
"그럼 저 계란 같은건 뭐에요?"
"넌 저게 계란으로 보이니? 저건... 꿈이다!"
"그 꿈이 지금 박살났는데요."
"칙쇼."
며칠 뒤, 연구소는 아침부터 큰 일이 벌어졌다.
진짜 큰 일.
이 로봇들의 정체는 무 대륙에서 보낸 첨병. 사실 지난 날에 연구실에 들어온 산업스파이들은 이들이 보낸 자객이다.
이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영토였던 일본을 차지하기 위해 일본인들을 멸망시키는 것.
"이 자식들.. 감히 내 연구소를!!"
"아저씨한테 무슨 무기가 있다고 이러세요? 뭐 만든거 있어요?!"
"무기는 항상 가지고 다닌다!"
"근성!" (가망없음)
"그리고 사귀왕!"(가망있음)
"저게 뭔데요?!"
"사귀왕은 슌 너의 말을 듣는 것 같구나. 자, 공격명령을 내려보렴."
"어... 얏짜에 사귀왕?"
"■■■■■-!!"
"드디어 이 애비의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며칠 전에 부숴졌잖아요."
"알을 깨고 나온거야! S.O.C가 무 대륙한테 죽은 잭키의 뇌를 코어 삼아 로봇이 된거라고!"
"....네?"
"나때는 말이다. 로봇들이 철인 28호나 자이언트 로봇처럼 정의를 위해 싸웠단다.. 전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의를 위해! 그리고 지금, 사귀왕은 내가 꿈꿔온 정의의 로봇으로 태어난거야!"
"저런 비주얼로 괜찮겠어요?"
"로봇이라기보다는 생물 같고, 어깨도 이상하게 길쭉한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괴수인 줄 알겠어요."
"거기다 폭주해서 눈앞의 적을 씹어삼키는데, 이런 흉악한 로봇으로 정의의 로봇이라니...."
"되겠는데요?"
"아들아, 지구를 부탁하노라."
"까짓 거 함 해보죠!"
그렇게 슌과 사귀왕은 무 대륙의 침략에 맞서 동네를 지키게 된다.
나노머신으로 날개를 만들기도 하고,
공룡백과에서 본 그림을 흉내내서
변해보기도 하고,
튼튼한 적과 싸울때는 촉수 상태로 침투해 파괴하는 영리함까지.
때로는 사귀왕과 합체해서 더 강해지기도 한다.
거기다 여동생과 산책할때 말도 잘 들어.
사람들도 다들 사귀왕을 응원해.
동네 사람들 : "잘한다! 저 흉악한 괴물을 없애버려!"
슌의 어머니 : "지금 당하는 건 우리 사귀왕인데요."
동네 사람들 : "아."
사귀왕은 정말 대단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1991년. 겟타로보 고의 만화판 연재가 결정되면서, 사귀왕은 싸움 도중 도쿄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으로 연재종료.
이시카와 켄은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모든 걸 흡수하며 끝없이 진화하는 생물 같은 로봇이라는 컨셉을 완성.
진 겟타로보의 등장을 시작으로 겟타로보 사가의 막을 연다.
TMI)
1.
후에 밝히길 작가는 사귀왕을 허무전기 시리즈에 편입할 예정이였지만, 연재 당시에는 가필이 필요하다 판단해 보류했고
2002년. 허무전기 마지막에 사귀왕 폭렬의 부름을 받고 나타나는 장면을 추가해 정식으로 허무전기에 편입된다.
후반부에 가면 대부분 이야기가 문자 그대로 우주로 가면서 끝나버리는데 비해,
정작 로봇이 그리 친근하지 않지만.
2.
사귀왕은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사(邪)악한 악귀(鬼)의 왕(王)인데, 사실 이 이름에는 귀여운 의미가 숨어있다.
사귀왕의 코어에 해당되는 애완견 '잭키'. 일본어로 쟈키(ジャッキ)다.
그리고 사귀왕은 쟈키'오'(ジャキオー)로 발음된다.
한마디로 키우던 '바둑이'가 커지니까 '바둑왕'이라고 부르는 격이다.
참고로 '스컬킬러'라는 부제는 편집부에서 멋대로 붙인거라고 한다.
3.
일본에서 사귀왕에 대해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가 이렇다.
일단 인베이더. 진 겟타로보 세계최후의 날에 등장하는 적의 이름.
그리고 마지막이 에바. 즉, 신세기 에반게리온.
서술했듯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에반게리온은 사귀왕이 연재되고 1995년에 방영되었다.
안노는 과거에 한 행사에서 겟타로보의 일러스트를 그린 바가 있고,
사귀왕이 연재되기 2년 전에 나온 톱을 노려라에서 겟타 드래곤의 포즈를 패러디한 건 유명한 이야기.
http://matometrend.net/archives/10409867.html
그리고 에반게리온 초기 구상안에서는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던 걸 보면, 겟타로보에 대한 애정이 큰 모양이다. 어쩌면 이시카와 켄의 다른 작품도 오마주하지 않았을까 싶고.
한편 사귀왕과 에반게리온은 둘 다 가족의 이야기가 들어가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대비되어 있다. 사귀왕은 기본적으로 온 가족이 화목하고 주인공의 아버지도 주인공을 격려해준다. 그리고 딱히 거대한 음모 같은 것도 없다. 그냥 주인공 아버지가 마징가 제트 나올 시절에 봤던 정의의 슈퍼로봇을 만들고 싶어서 S.O.C를 이용해 만들고 있었던 것. 그런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같이 이뤄내는 훈훈한 이야기다.
아이러니하게도 에반게리온이 유행하고나서 너도 나도 세카이계 만화를 그리던 시기에는 이시카와 켄도 영향을 받았는지
세이텐 대전 프리더 버그라는 세카이계 로봇물을 그리기도 했다.
-끝
까짓거 한번 해보죠
난 이대사가 너무좋아 실제 나오는 대사는 아니지만... - dc App
상남자의 인삿말
겟타도 어지간히 악마처럼 생겼는데 사귀왕은 한 술 더 뜨네 ㅋㅋ
거신병 같기도 하고 리뷰 재밌게써서 만화도 재밌어보인다
댕댕이 (강함)
바둑이 ㅋㅋㅋㅋㅋ
여러 거장들이 예전에 말한거 안노한테는 오리지널리티가 없다고 한게 갑자기 생각나네. 에바가 여기저기 고전명작들에게서 많은 영향 받은건 워낙 유명한 얘기니까 대충은 알았는데, 확실히 이거보니까 또 하나 알아가게 되네 - dc App
근데 사귀왕이 워낙 고전이라 유사성에 대한 리뷰는 서너개 밖에 없더라 - dc App
헉.. 근데 이 정도면 왠만한 다른 작품들보다 영향이 꽤 큰거 같은데 본토에서도 별로 다루지 않았나봄? 신기하네 - dc App
프리더 버그는 더 함. 재판도 안해서 중고가 3만엔 프리미엄 붙음. 아크 빨로 리뷰가 좀 뜨지만 - dc App
개재밌다
겟타정도면 정의의 편 디자인 맞네
글잘읽었음. - dc App
와 개 잘그렸다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