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노 오늘 오토모 선배를 만나면 물어보려고 했더 것이 있는데요, 전 '고스트 바둑왕'하고 우라사와 나오키 씨의 만화를 못 읽겠어요. 다들 "재미있다"고 하는데 왜 전 못 읽을까요? 특이체질일까요?
오토모 내게 그런 걸 물으면 어떡해(웃음).
타카노 우리 남편이 좋아해서 집안에 항상 있어요. 좀 보려고 펼쳐봤는데.
오토모 난 요즘 만화를 전혀 안 읽어서. 근데 왜 못 읽겠어?
타카노 그림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오토모 그림은 다 잘 그렸잖아?
타카노 잘 그렸죠. 하지만 보면 답답해져요. 다른 곳을 보게 하지 않아요. 연달아 기호 문제가 나와서 오직 그것을 풀면서 나아가는 느낌. 천천히 읽을 수도 없고, 읽는 속도도 정해져 있어요.
--------
최근 월만갤의 아이돌 작가 타카노 후미코의 오토모 카츠히로와의 대담 중에서
영상과 만화의 다른 점 중 하나는 컷이라는 배분된 공간 안에 머무는 시간을 수용자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원론적으로 만화는 사실 일직선적인 영상매체보다 받아들이는 데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할진대
모두가 알다시피 그냥 되는대로 읽으면 그만인, 그렇게 읽도록 그려진 만화들이 절대다수
타카노 후미코는 이런 강제되는 폭력성에 반감을 가지고 있고 만화를, 컷을, 대사를, 배경을, 의도적으로 채우고 비워가며 되는대로 읽으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게 배치를 해놓는다는 느낌이 강함
(수재니스 등은 이런 생각에 반대하지만) 만화를 그저 보는 것이 아닌 그림마저 뜯어내 읽어야만 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독자들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해석을 해야함
이런 점이 만화가들의 만화가라는 이름을 안겨준 것일테고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겠거니 생각함
얼른 다음달에 돈 들어오고 신간 두권 사서 보고 싶음
노란책 사라고
-------
오토모 뒤집어 말하면 그건 정말 우수한 작품이란 소리도 되지. 독자가 그것에 완전 빠져들어서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단 말이니까. 좋은 작품이야.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나도 역시 읽지 않았으니 말하기 좀 그렇지만. 만화의 기술이랄까 독자를 읽게 하는 방법이 진력이 난다고 할까 뭐 그런 건 있지. 어중간하게 능숙하거나 하면 짜증나고. '코미커즈'같은 데서 만화의 문법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있지만 그런 걸 보고 있자면 '그래서 재미없는거야' 이런 생각이 들고 그래. 'AKIRA'를 그리고 있을 때, 아까 양과 질 운운했었는데 자기 안에서 만화의 문법 같은 것을 만들어 갔지. 이 그림을 그리면 다음 컷은 이래야만 한다거나 그때 시선 유도는 이래야만 한다거나 이런 걸 엄청 생각하면서 그리게 되었어. 그때 '만화를 그리는 법' 같은 책을 써볼까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처음에 생각한 것은 그건 내가 그리는 법이고 그냥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을 뿐이니까 만화 입문서는 못 되겠다 싶더라고. 만화라는 건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부수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니까 문법 같은 건 없다...... 사실은 있지만. 그래도 어떤 '읽게 만드는 법'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다른 사람이 바로 바꾸어 가는 그런 점이 만화가 가진 유연성이라는 생각이 들어.
-------
그리고 괜히 시선의 흐름을 강제하는 그림에 대해 안 좋게 쓴 것 같은데
사실 그런 만화들은 오토모 카츠히로가 지적하고 있듯이 굉장히 잘 계산되어(혹은 천부적인 감각으로) 나온 훌륭한 시각예술의 결과물이고
(나도 주로 보는 건 당연히 이쪽)
단지 만화를 다루는 방향의 차이만이 유의미하다는 것
인터뷰 대산초어 블로그
요약좀.
타카노 후미코 작가는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고 감각적인 자극을 주는 작품과 독자가 거리를 두게 만드는 작품을 구별짓는다고 하네요
오토모가 하는말보면 맥클라우드가 만화의 창작 도입부에서 한말 생각나네 만화에 규칙은 없습니다 라고 한거 바로 다음페이지에선 그 규칙을 보자고 하지만
물론 좆라사와 만화는 시선의 흐름을 빠지게 하는걸 교과서적으로 잘잡혀있긴한데
그쪽으론 타고났지 과장하면 영화보는 것보다 더 술술 넘어갈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