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중에서 에우메네스의 행보는 에우메네스 본인이 동경하기도 하는
그리스 신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영웅, 오디세우스의 <오디세이아>를 표방하고 있다
알다시피 <오디세이아>는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에우메네스는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항상 자신을 신화 속 영웅의 이야기에 빗대어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렇게 두뇌명석한 그라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여복이다
페리아라, 사튜라, 에우리디케.. 에우메네스가 자라면서 만나왔던 여성들과는
모두 에우메네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필연적이고 타의적인 이유에 의해 결별을 맞이했다
페리아라는 노예로 전락해버린 에우메네스가 노예상에게 팔려가면서
사튜라는 마을의 안녕을 위한 정략결혼에 의해
에우리디케는 에우메네스의 능력을 탐냈던 필리포스 2세의 계략에 의해..
작가는 왜 고증에도 없던 에우메네스의 암울한 연애사를 구태여 창작하고 반복해 보여주는 것일까
마치 모든 상황이 에우메네스가 여성과 맺어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마 에우메네스의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
<오디세이아>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가정을 만들지 말라는
작가의 지속적인 암시, 일종의 메타포적인 표현방식이라 생각한다
영웅이란 이름은 한 곳에 정착해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여성과 이어진다는 건 즉 가정을 만들고 자신이 돌아갈 곳을 만든다는 뜻이기에..
아마 많은 독자들 대부분이 에우메네스의 <오디세이아>가 시작된 지점은
필리포스 2세 휘하로 들어갔을 때 혹은 더 거슬러 올라가
집에서 쫓겨나 노예 신분으로 팔려갔을 때부터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선대 히에로뉴모스가 고아가 된 에우메네스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였을 때부터
이미 에우메네스의 <오디세이아>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에우메네스가 어렸을 적 살았던 히에로뉴모스의 가택은 더 이상 그가 돌아갈 집이 아니다
<오디세이아>는 어디까지나 한 영웅이 집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
더군다나 그의 여정에는 아직 너무나도 많은 시련이 남아있다
외지인인 에우메네스에게 진정으로 돌아가야할 집이란 과연 어디일까..?
결국 못돌아가고 죽었잖어
나름 순정파라 에우리디케 아들이 그 역활을 할지도?
정황상 에우리디케의 아들은 데메트리오스 1세가 될 것 같습니다 에우메네스를 따라온 네아르코스가 끝까지 에우메네스에게 협력적이었던 인물이라는 점도 있고 결국 왕의 핏줄이라 디아도코이 싸움에서 뗄레야 뗼 수 없으니까요
필리포스가 끝까지 에우리디케랑 그 자식들을 지켜달라 그랬는데 그게 목표가 되지 않으려나 싶음
에우메네스가 집으로 돌아가려면 결국 그 둘에서 해방되어야 할 텐데.. 아직 멀었네요
애초에 집이란게 없는 스키타이 출신이었으니.... 그저 마음의 평화를 얻고 죽는거까지 보여주고 끝내길 바랄뿐임 ㅋㅋㅋ
저는 오히려 스키타이 출신이라는 게 결말부로 향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 같아요 스키타이의 기원도 중앙아시아 쪽이고 해협을 건너 아시아까지 가보는 게 에우메네스의 어릴적 소원이기도 하고 알렉산드로스도 동방원정 중에 비명횡사했으니.. 어쩌면 전쟁에서 몰래 도망친 에우메네스가 자신의 기원을 찾기 위해 아시아 대륙으로 떠나면서 끝날지도 모르죠 작중에서 아시아라는 키워드가 되게 중요하게 표현되다보니
그것도 참 좋네
ㅇㅇ 어차피 작가의 상상이 가미된 작품이라 정사대로 죽지 않고 죽은 척 꾸미고 잠적하는 식으로 갈 수도 있을거 같음 근데 미우라 켄타로 엔딩이 보인다 자꾸...
저 역시도 영웅을 동경하는 에우메네스가 실제 역사처럼 비참한 죽음을 당하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세이아가 신화와 역사를 이어주는 서사시인 만큼 영웅 에우메네스의 서사시도 포로 신세에서 끝을 맞이한다면 말이 안 되니까요
작가가 20년만 젊었어도..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