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국내 정식으로 개봉이 결정난 에반게리온 다카포
하지만 나는 이 작품에 대해서 결코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못 만든 작품을 넘어서 최악의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이 기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지켜야 할 원칙을 무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현재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감독이 작화, 캐릭터, ost, 더빙을 모두 혼자서 하는 괴력을 발휘한다면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애니메이션 산업은 총력전이다'라는 말처럼 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것만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작품을 만드는데 필수적으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할 돈은 어떻게 충당되는가?

그것을 충당하는 이들이 바로 작품에 애정을 가진 '팬'이다

그리고 에반게리온 신'극장판' 시리즈는 모두 극장판으로 tva보다 더욱 돈을 의식한 매체이다

하지만 오랜세월 동안 에바시리즈와 함께하고 작품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 에바 팬들의 입장에서 극장에서 돈을 내고 보는 것 정도야 불평불만 없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 이들이었을 것이다

작품에 만족했다면 말이다

도대체 왜 에반게리온 다카포를 보고 나서 그렇게 수많은 팬들이 흑화해서 안노의 안티팬이 되었을까

무언가를 극도로 싫어하는 건 예전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에바시리즈를 처음 접한지는 이제 불과 수 년 남짓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나 역시도 작품을 보고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에바팬들의 마음에 이해하고 공감하였다

이제 그만 각설 하고 도대체 왜 안노가 나쁜건지 총 3가지로 나누어서 분석하도록 하겠다




1. 커플링에 대하여
에바팬들이 가장 큰 불만과 분노를 한 문제는 바로 커플링이다

단순하게 외적으로 본다면 아스카, 레이가 아닌 신극장판에서 새로 등장한 캐릭터와 신지가 맺어진다

이게 어째서 큰 문제일까? 뭐 신지가 신극장판이기도 하고 새로 나온 여자랑 재미좀 본다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일까?

놀랍게도 에바시리즈에 한정해선 이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에반게리온 시리즈는 압도적인 인기와는 상반되게 극도로 '오타쿠'적인 편향된 작품이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작품에 등장하는 수 없이 많은 상징과 은유를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한 마디로 표현하면 더럽게 난해한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시대현상을 일으키면서 폭풍과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심플하다

그 비결은 바로 압도적인 여자 캐릭터였다

츤데레와 쿨데레의 교과서가 되어버린 캐릭터들이 모두 한 애니메이션에 등장한다 그럼 끝난거 아닌가

애니가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1도 이해가 안 된다면 쫌  어떤가

에바는 왜 타는 것이고 사도들은 왜 도쿄를 침공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 어떤가

'바카신지'와 '웃으면된다고 생각해'
이 두 캐릭터면 충분히 대중들에게 어필할만하지 않은가

에반게리온의 대중적인 성공에 9할이상은 아스카와 레이가 이끌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솔직하게 찌질한 남자 중학생이 쭈글쭈글대는 애니를 왜 참고 봤겠는가
아스카와 레이가 나왔기 때문이다

에반게리온 시리즈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건 이 작품이 철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속된말로 표현하자면 꼴리는 여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극히 소수의 이상한 오타쿠들을 제외하고 누가 애니메이션에서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작품을 찾아서 보겠는가 그냥 이쁜 여캐 나오면 올라잇~인 사람이 태반인 게 현실이다

신극장판에서도 역시 많은 이들이 아스카와 레이를 기다렸다

그리고 안노는 그런 팬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았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인상깊게 읽은 구절이 있다
'창작자는 작품을 만들 때 시청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말이다'

안노는 어땠는가?
그는 오랜 기간동안 작품을 기다려 준 팬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보상을 하였다

팬들이 가장 보고싶어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다

작품을 사랑해 준 팬들이 있었기에 제작할 수 있었던 극장판이었지만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었다

이것은 오랜 기간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사람이라곤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치기어린 오만한 행동이다

'팬'을 생각하는 배려를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조금도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신 에반게리온에서 안노의 첫 번째 과실이다

2. 전하는 메세지에 대하여

tva부터 엔드오브에바까지 일명 '구에바'라 통칭하겠다
내가 받아들인 구에바의 핵심 메세지는 '현실로 돌아가라'이다

방영 당시 이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메세지였다

그 당시 일본의 오타쿠들은 사회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사람들에게 기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에반게리온은 그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오타쿠들에게 직접 애니메이션이란 매체로 다가가서 '현실을 산다는 건 무서운게 아니야 혼자 파묻혀 있지말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자'라는 따뜻한 말을 걸어주었다

먼저 미소녀로 오타쿠들의 이목을 끌고나서 그들에게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이런 시도를 한 에반게리온은 오타쿠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이것이 구에바의 과거였다

그렇다면 신에바의 메세지는 무엇인가? 처음 에반게리온이 나온 1995년부터 26년이 지난 2021년에 나온 신극장판 다카포의 메세지는 무엇이었을까?

구에바의 메세지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현실로 돌아가라'였다 아스카와 레이에 집착하지 말고 에반게리온은 이제 끝났으니 현실로 돌아가!이다

좋은 말도 계속 듣다보면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과거에 따뜻했던 조언은 세월이 지나서 그 의미가 썩어 문드러졌다

과거 자신이 힘들 때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친구가 시간이 지난 이후에 아직도 그렇게 살고있어? 이제 그만 좀 현실을 좀 살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이런 소리를 한다 생각하면 기분이 어떤가

나는 기분이 썩 좋지 않을것이다

안노 자신조차 변하지 못했으면서 타인에게 변화하라 요구하는 건 정말 기만적이지 않은가?

이것이 바로 신 에반게리온에서 안노의 두 번째 과실이다

3. 에바의 모순에 대하여
얄궃게도 구에바 이후 신극장판을 제작하기로 정했을 때부터 이런 결말은 예정되어 있었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구에바를 통해서 이미 현실로 돌아가라는 메세지를 전한 이후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 나오는 신극장판은?
여기서 안노는 2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첫번째는 현실로 돌아가란 메세지를 전달하였지만 그 이후에도 신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만큼 필요악이란 말처럼 애니메이션을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이는 구에바의 메세지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메세지이다

두번째는 다시 한 번 더 아직도 오타쿠로 남아있는 이들에게 현실로 돌아가라고 강조한다

안노는 이 2가지 중에서 2번을 선택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은 구에바의 자기복제에 불과하지 않았은가?

구에바는 애니메이션이란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애니메이션만 보지말고 현실로 돌아가라'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참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메세지가 아닐 수 없다
다만 구에바에서는 이것이 처음이었으며 혁신적인 시도로서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았지만 신에바에서 반복하는 메세지는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다

애초에 에반게리온은 모순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신극장판을 만드는 데 무엇을 결정하든 모두 모순이 따랐다

하지만 이런 미래를 지금으로부터 수십년전에 예측한 이가 있다

바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다

그는 에반게리온에 대해서 "솔직하게 만들어서 좋았다."는 한줄 평을 남기기도 했고, "너는 너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에반게리온으로 증명했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안노가 에바를 작업하면서 너무나 힘들어했던 것을 미야자키는 알고 있었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시점에서는 "다시는 에바에 손도 대지 말아라"며 에바 후속작업을 만류했다고 한다

구에바 이후에 에반게리온을 만든다는건 무엇이든 자가당착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새로운 에반게리온을 제작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가 바로 신 에반게리온에서 안노의 세 번째 과실이다

이렇게 길게 작품에 대해서 갖은 불평불만을 토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개인적으로 안노를 좋아한다

안노에게 오리지널리티는 없을지언정 고전명작들에 대한 분석과 오마주를 통해서 분명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만들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안노에게 안타까운 점은 구 에바이후에 21세기 동안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보낸 시간이다

에반게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나온 90년대 또 다른 걸작 소녀혁명 우테나를 만든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은 우테나 이후에도 21세기에 돌아가는 펭귄드럼, 유리쿠마 아라시, 사라잔마이와 같은 작품활동을 왕성하게 이어갔다

그의 작품을 안 본 이는 있어도 그의 작품의 매력에 한 번 빠진다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또한 확실하게 그만이 가진 색채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과 팬들이 보고 싶은 것 사이에서 정말 훌륭하게 교차점을 찾아내서 팬들에게 작품으로 보답하였다

만일 안노도 에반게리온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작품활동을 하였으면 어땠을까...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벗어날 필요가 있었던 이는 다름 아닌 에반게리온을 만든 안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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