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키 시게루作 <일본 현대사>.
공식 책소개 글만 봐서는 "그래서 무슨 책이라는 건가" 싶은데,
일단은 만화로 분류되다보니 서점에서 속을 구경할 수도 없고 해서 불안함을 품고 구매한 책입니다.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각잡고 사서 개념으로 쓴 것이든 -- 본인의 도구인 만화를 이용해서 말이죠 -- 적당한 코믹스로 쓴 것이든 간에,
이 책 하나를 읽고서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우리가 되돌아보는 역사라는 건, 절대적인 진실이라기 보다는 여태 밝혀진 근거를 토대로 한 합의에 가까운 거니까요.
어쨌든,
홍보글로만 봐서는 학습만화인지 뭔지 감이 안 왔었는데,
직접 보니 역사와 개인사의 중간에 걸쳐있는, 양쪽 그 무엇도 아니지만 일본 현대사를 다루기는 하는 책으로 여겨집니다.
중간에 걸쳐진 그 무언가라는 것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쓴 말이구요.
기본적으로는 시게루의 개인사를 쫓아가는 타임라인 위에, 동시대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얹혀지는 형태로 나아가는 책입니다.
때문에 에피소드의 디테일이 사건 자체의 경중보다는 시게루 개인의 기억과 인상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죠.
문제는, 극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저러하다보니, 당신께서 별 관심이 없는 주제이거나 -- 아무래도 참고문헌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
어린 시절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엮어낸 에피소드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질 않아요.
일제 전쟁시기 -- 전원 옥쇄하라에서 다루어진 -- 와 같은 몇몇 에피소드는 입담 좋으신 영감님의 왕년썰을 보는 듯 재미있다가도,
또 어떤 에피소드는 시덥잖은 코미디에다 뜬금없이 옛날 신문기사를 덕지덕지 끼워놓은 듯해서 이야기의 맥이 끊깁니다.
가끔 글을 읽어야할 방향이 틀어지는 점, 삽입된 실사를 도무지 알아보기 어려운 점,
글자와 배경이 겹쳐 알아볼 수 없는 점 등,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었다면 사소하게 느껴졌을 단점들이 꽤 거슬릴 정도로 말이죠.
사실 이 책의 가치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미즈키 시게루의 시선과 담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재미를 위해 지어낸 소설이 아닌만큼 <여명의 눈동자> 같은 걸 기대하시면 안 되구요.
시민A는 격동의 시기를 저러한 일상으로 지나쳐왔구나 하는 정도.
그런 측면으로 보자면 군데군데 컨텍스트가 엉망일지라도 괜찮...지는 않고, 참아가면서 볼 수는 있겠습니다.
뭐,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보기는 했습니다만...
미즈키 선생의 텍스트 정도가 매우 과감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과거 일본 사회는 그렇게나 경직되고 억압적이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참 잘 만든 영화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개인적으로는 왜국 현대사에 빠삭한 분이나, 원서와 직접 비교를 할 수 있는 분의 감상이 궁금하네요.
위 연대표는, 시게루의 시간과 일본의 시간을 정리한 표.
안 만화 이야기
이 책의 소재와 외형은 전반적으로 <전원 옥쇄하라>의 두꺼운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껍데기 종이에 눈꼽만큼 돈을 더 쓴 것 같기는 한데,
여전히 소프트 커버인 관계로 손톱에도 잘 긁히고 떨어뜨리면 그대로 손상될 듯.
디멘젼은 자로 대충 재보면 이정도 나오네요.
H 21cm
W 15cm
D 3.5cm
리뷰추
책이 두껍네.. 이것도 E북으로 나오려나
이 작가는 특유의 재치있는 농담따먹기나 에피소드 구간마다 본인의 실화를 담아내서 자기 시선으로 이야기해서 묘하게 보는맛이 있음 무엇보다 화력도 좋음. 배경 그림 작화력이 좋음 - dc App
맞아요. 저도 썩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강점에는 동의하는데, 이 책에서는 괜히 역사 늬우-스 집어넣는답시고 맥이 탁탁 끊겨서 좀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미즈키 시게루 특유의 독특하고도 과감한 시선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 글만보면 농농할멈이나 옥쇄같이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한 이야기에선 그게 장점이 극대화되는데 이 책은 개인사와 실제 역사 사이에 껴서 애매하게 만들어졌다는 느낌이네요… 살까말까했는데 나중에 돈 여유있을 때 생각나면 다시 고민해봐야겠음
네. 제 의견으로는 딱 그 애매한 위치에 있는 책이예요. 일단은 역사책이니 도서관에 들여놓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