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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주말마다 산에 오르던 때가 있었다. 한국은 산으로 둘러쌓여있지만 고도가 낮아서 그런지 산행 중에 신들의 봉우리나 K2에서 나올법한 풍광을 맞이하거나 삶의 본질에 맞닿아 있는 철학적인 명제들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산이 싫어지는 정도는 아니었고 나이가 들면서 주변에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하여 최근에 일본만화 대상목록을 훑다가 '산'을 구매했다.

'산'은 일본의 북알프스에서 자원봉사로 산악구조대 일을 하고 있는 시마자키 산포라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산에서 벌어지는 구조활동을 묘사한다. 때문에 등산가들이 조난되어 구조를 받는다는 기본 뼈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초반에는 주로 산포의 구조활동이 주를 이루면서 골격이 정형화 되어있지만 이야기가 조금 진행되면서 산악구조대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로 가지를 뻗어 탄성이 생기고 다양한 드라마를 자아낸다.

산보가 과거의 경험을 읊으면서 시사점을 던지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베테랑 산악인으로서 구조에 매진하는 일이 많고 고민과 사유는 구조대원들이나 산에 오르고 조난들 당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분담한다. 고민의 지점이나 방향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등산과 구조라는 기다림과 인내가 전제되는 소재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여담으로 겉표지가 색감이 좋아서 보는 맛이 있다. 컬러로 연재된 부분도 재현해줬다면 더욱 좋았을텐데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그리고 관객없는 색소폰 연주자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보며 차기작의 향기를 조금 맡을 수 있었다.

날도 풀렸으니 곧 등산도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