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만화대상2023 수상 축하드립니다. 엄청난 쾌거죠.

쾌거입니다. 엄청 기쁩니다. 역대 수상작은 치하야후루나 골든카무이 같은 굉장한 작품들만 있잖아요? 2차 선고에 노미네이트 됐는데 라이벌도 재밌고 잘 팔리는 작품들 뿐이라서 내가 수상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연락이 왔을 때는 깜짝 놀라 허리에 힘이 풀려서 의자에서 떨어졌습니다.(웃음)

다만 모든 만화는 재밌고 사실은 순위 같은 건 매길 수 없으니까 그냥 운이 좋았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작 콘고지 양은 귀찮아도 만화대상2019 남자편에서 아쉽게도 2위에 그쳤죠...

그야말로 악착 같이 버틴 끝에 거둔 승리죠. '이 사람 이런 상에 마지막까지 자주 남는데 슬슬 뭔가 상을 주지 않으면 불쌍할지도...'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거 아닐까요?(웃음) 나한테 만화의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끈질김에는 자신이 있어요. 전혀 인정받지 못해도 계속 만화를 그릴 수 있죠. 계속 그리다 보면 좋은 일도 있는 법이구나 싶습니다.

토요다 씨 작품은 매번 테마가 다른데 이번에는 이렇게 나왔구나! 하는 놀라움이 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후지코 F 후지오 선생님의 '미래의 추억'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주인공은 타임리프를 해서 실패한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만화가입니다. 그 주인공이 최초의 인생에서 원 히트 원더로 끝나버린 사실을 반성하며 '작품 마다 새로운 경지를 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결의하는 장면이 마음에 남았어요. 그렇게 못하면 만화가는 죽는 법이라는 각인이 되어 있습니다. 이번 [이거 그리고 죽어]도 그렇지만 항상 뭔가 새로운 가치관을 창출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만화를 그립니다.

이번 작품은 만화를 그리는, 창작을 하는 것이 주제입니다. 만화가로서의 각오가 필요한 테마인데 어떤 경위로 탄생한 건가요?

이야기는 2017년 콘고지 양의 연재가 시작하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때 1년 정도 어느 잡지의 연재용 기획을 준비했는데 그 네임이 전혀 통과되질 않았어요. 심지어 결국 전부 퇴짜를 맞았죠...

2018년에 코미티아124 공지 포스터로 그린 일러스트는 그 연재 준비용 작품의 일러스트였다고 하셨죠.

맞아요. 네임을 그려본들 원고료는 나오지 않으니까 점점 적금도 바닥나고, 생활이 빠듯해졌죠...그래서 '이제 만화가로서 죽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은 정말로 그리고 싶은 걸 그리자. 팔리건 안 팔리건 알게 뭐냐!'라고 배짱을 부리고 유서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린 게 콘고지 양이었어요. 이건 2016년에 단편으로 그리고 마음에 들었던 작품인데 연재용으로 다시 그린거죠. 정말로 재밌는 만화를 그렸다는 자신이 있었는데 캐릭터도 이야기도 전부 퇴짜를 맞았죠...

콘고지 양은 여러 만화의 법칙을 거꾸로 가는 괴작이니 말이죠.

절망을 한 차에 겟산의 편집장, 당시에는 부편집장이었던 호시노 씨가 네임을 우연히 읽어주셨어요. '엄청 재밌어요! 겟산에서 연재하지 않으실래요?'라고 제의를 해주셔서 연재를 시작했죠. 만화가로서 연명하게 된 것도 그렇지만, 연재중에도 네임은 대부분 통과됐다고 할까요? 마지막까지 마음대로 즐겁게 그리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모든 페이지를 양면 페이지 연출로 그린 편은 간 떨어지게 놀랐습니다. 이런 것도 되는구나 싶어서.

나도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런 은인인 호시노 씨가 콘고지 양 최종회 쫑파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콘고지 양 정말 좋았어요. 근데 좀 매니악했을지도 모르겠어요...다음에는 좀 더 대중적으로 읽히는 작품을 목표로 해봅시다!'라고요. 그때 떠오른 게 소녀 네 명의 부활동. 마침 그 무렵이 유루캠에 푹 빠져서 보고 있었거든요. 키라라물의 세계는 진짜 좋다, 모두가 좋아할 테니 그려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만화를 전부 '독자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으로만 채워 그리면 내용물이 텅 빈 만화가 되어버리죠. 중심에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 '만화'를 테마로 삼으면 밸런스가 잘 잡힐 것 같았어요.

작중에서는 이즈 오시마(伊豆王島)라고 표기되지만, 토요다 씨의 고향인 이즈 오시마(伊豆大島)를 무대로 삼은 점도 호시노 씨 아이디어였다고 하던데요?

쫑파티 때 '고향은 어디세요?'라고 갑자기 물어봐서 '이즈 오시마인데요...'라고 답했더니 '거기를 무대로 삼아보면 어떨까요?'라고 하셨죠. 처음에는 토쿄 어딘가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네 명의 소녀를 귀엽게 그리면 되는 걸까...하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직감적으로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느꼈어요.

'괜찮네요. 배를 타고 코미티아에 가는 모험을 하는 느낌이 나오겠다 최고네요!'

실제로 그녀들이 섬에서 토쿄로 가서 다양한 일들에 놀라는 장면 같은 건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이 나서 엄청 즐거워요. 저는 타임슬립을 한 사람이 현대의 문화에 놀라는 식의 갭이 있는 코미디를 좋아하거든요. TV를 보고 이 상자 안에 사람이 들어 있는 건가?!하는 그거요. 그런 것과 통하는 측면이 있어요.

주인공 일행의 순수함은 섬 출신으로 설정을 하면서 설득력이 배가 되었죠.

캐릭터가 돌직구로만 말하는 내 작풍에 딱 맞았어요. 실은 올해 겟산 신년회에서 '나는 호시노 씨 덕분에 만화가로 살고 있으니 은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거 그리고 죽어는 아직 매상은 좋지 못하지만 보은을 할 생각으로 그리고 있어요. 이 만화로 언젠가 겟산에 보은을 하게 해주세요!'라고 역설했어요. 그 다음날입니다. '만화대상 수상했습니다!'라는 연락이 왔죠. '보은, 의외로 빨리 하게 됐군!'이라고(웃음)

그밖에 타인의 아이디어를 살린 부분이 있나요?

아는 편집자한테 '이번에 소녀 네 명의 부활동물을 그리려고 생각해'라고 얘기했더니 '그 중에 한 명은 나처럼 만화를 좋아하지만 만화를 그리지 못하는, 그저 만화를 좋아하는 것 뿐인 여자애를 넣어주세요'라고 말을 했어요. 만화를 전혀 못그리는 녀석이 있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아카후쿠가 탄생했어요.

코바야시 마코토 씨의 [유도부 이야기]에 나오는 나고야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다들 열심히 하는데 혼자서만 노력하지 않고 부장이 되는 캐릭터죠. 그런 캐릭터가 있으면 굴곡이 있어서 재밌어요.

토요다 씨가 생각하는 키라라계라고 하셨는데, 그밖에 의식한 게 있나요?

메인 캐릭터 사인방을 최대한 귀엽게 그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작의 히로인 콘고지 양이 안경 캐릭터였기 때문에 이번 만화의 네 명은 안경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조심하는 부분인데 나는 안경 캐릭터를 너무 좋아해서,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안경을 그리거든요.

그리고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남캐를 등장 시키지 않는 것도 의식한 점입니다. 그 결과적으로 여자들간의 우애도 의식하고 있습니다.

친구 이상, 백합 미만...그런 귀여운 캐릭터의 반짝반짝한 청춘만화 타이틀이 [이거 그리고 죽어]인 점도 엄청난 갭입니다.

제목은 엄청 고민해서 정한 거라 마음에 듭니다만, 너무 강렬해서 후회도 합니다. '죽어'라는 말을 보는 게 괴롭다는 독자들의 반응도 있어서 면목 없습니다. 저도 감상을 찾기 위해서 '이거죽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전혀 관련 없는 악플 트윗이 나와서 대미지를 입습니다.

어떻게 떠올린 문장인가요?

항상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스스로를 고무하기 위해 이런 만화를 그리겠다는 목표를 아이디어 노트에 제일 먼저 씁니다. 이번에는 만화가의 만화니까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만화를 그리는가 고민해 봤더니...'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워드가 튀어나왔죠.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했어요. 오늘 그 노트를 가져 왔으니 보여드릴게요.

만약 이거 그리고 죽어!라는 제목을 바꿀 수 있다면요?

이미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거 그리고 SHINE입니다. 트위터에서 독자가 생각해준 것인데 '죽어'랑 '샤인'의 이중적 의미. 서로 정반대의 의미이기도 하고, '죽어'와 '빛'으로 내용과도 맞아 떨어지니까 엄청 괜찮죠? 만약 애니화 되는 일이 생기면 이거 그리고 SHINE로 되면 좋겠다.(웃음)

토요다 씨는 어떤 심정으로 만화를 그리시나요?

데뷔하고 10년 이상은 살의 하나로 만화를 그렸습니다.(웃음) 마감 전에는 머리를 쥐어 뜯어가면서 '하느님! 죽어도 상관없으니까 아이디어를 주세요!'라고 필사적이었고, 네거티브한 감정으로만 만화를 그릴 수 있었어요.

'그리는 즐거움'을 조금씩 느끼게 된 것은 타케오 쨩 물괴록(物怪録) 무렵부터일까요? 작품 안에서도 그런 변화를 그릴 수 있다면 재밌겠죠. 네거티브한 감정만이 파워가 아닌, 그 한 걸음 너머의 만화를 그리는 방식도 있으니까요.

작중에 코미티아가 중요한 장소로 그려져서 영광입니다. 이런 식으로 등장시키려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주인공인 야스미가 만화를 그리는 목적은 '팔리고 싶다'거나 '애니화 되고 싶다'는 결과가 아니라, '만화를 좋아해서 그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건 내가 그런 마음으로 그리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순수한 창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소를 등장 시키고 싶다고 고민해 봤을 때 역시 코미티아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연재분도 코미티아에 참가하는 내용입니다. 어떤 전개가 될까요?

겟산에 4월호랑 5월호에 연재되는 내용에는 또 코미티아가 나옵니다. 4월호 마지막에 주인공인 야스미가 출장 편집부에 처음으로 원고를 보여주며 끝납니다. 그리고 다음 5월호에서는 '너는 프로가 꿈이야? 아니면 아마추어로 정말 순수한 창작을 할 거니?'라는 질문을 받고서 '그런 생각 해본 적도 없어요. 그냥 읽어봐 주셨으면 했을 뿐인데요...'라며 갈등하죠. 그 시점으로 코미티아 회장을 돌아보면 다른 벡터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고...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번 수상은 시대가 토요다 씨를 따라잡은 증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러브로마] 시절부터 변함없는 점으로 캐릭터나 대사의 진솔함이 있습니다. 그게 요즘 시대가 되고 나서야 통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예풍을 갖게 된 발단은 THE BLUE HEATS입니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이렇게 솔직한 가사를 부끄럼도 없이 부르는구나!'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후지타 카즈히로 씨 만화도 그렇지만 스트레이트해서 한순간 부끄러워지는 올바른 말을 강렬하게 큰 소리로 말하는 느낌, 멋있어서 동경합니다. 페시미스틱(pessimistic)하거나 시니컬한 소리를 하며 폼을 잡는 게 아니라 큰 소리로 올바른 말을 하는 건 재밌잖아요? 그런 만화를 계속 그려서 이번 상을 받은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하지만 20년 걸렸군요.(웃음)

이렇게 오래 만화를 그리게 되실 줄 알았나요?

생각 못했어요. 최초의 단행본인 러브로마 1권이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는 한 권 손톱자국을 남겼으니까 이제 됐어, 앞으로는 덤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말이죠 지금 51살인데 이 나이라는 점이 기쁩니다. 정말로 지금이 최고 전성기라는 느낌입니다. 스스로도 '전성기 너무 늦어!'라고 생각하지만요.(웃음)

앞으로의 목표는 뭘까요?

특별한 일을 하지 않고도 상을 받았으니까, 쓸데없는 의식을 하지 않고 열심히 그리는 길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할 뿐이죠. 보은, 팔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하고 싶지만요. 그리고 할아버지가 되고 나서도 건강하게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때는 상업지에서는 만화를 그릴 수 없게 됐을지도 모르지만. SNS나 코미티아에 취미로라도 만화를 그릴 수는 있잖아요? 어떤 형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평생 그리고 싶습니다. (2023년 3월 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