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자원은 한계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얘기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신체야말로 기호의 '한계'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하겠지만,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일을 할 때 최종적으로 완성도를 결정하는 것은 체력이다. 시간과 노력을 더 기울이면 좋아진다. 하지만 눈과 손이 한계에 달해 일을 멈추었던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는 철학적으로도 중요한 문제로, 데리다는 "의사소통이 멈추는 것은 잉크가 부족해졌을 때"라고 말했다.(유한책임회사) 꽤 신랄한 지적이다. 의사소통은 정치철학자의 이상과 달리 합의나 목표에 도달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참가자가 지치거나 싫증이 나서 멈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상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지켜보다보면 데리다의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역시 이를 비평가라는 직업을 가졌을 때부터 강하게 느껴왔다. 나는 비평가라는 이름으로 사회 활동을 시작했는데, 삼십대 중반부터 가급적 비평가라는 직함을 쓰지 않고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기에는 체력 면에서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십대에는 13회의 애니메이션을 한 번에 쉬지 않고 보기, 이틀 밤을 새워가며 게임하기, 한 작가의 책 스무 권을 한 번에 사서 계속 읽기가 가능했다. 사실, 비평가의 감성은 이런 '양적인 훈련'으로 축적된다. 특히 하위문화는 그렇다. 하지만 삼십대 중반부터는 힘들어졌다. 아이가 생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이를 맞이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업무 효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 시기부터 인생의 자원은 한계가 있고 최첨단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체력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기호를 확장해갈 수는 없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이는 '늙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면 광대한 네트워크를 눈앞에 두고도 정보를 수집하는 필터가 막히고, 새로운 검색어를 생각할 수 없게 된다. 때때로 필터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책을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대신, 휴가 때는 외국에 가는 생활방식을 채택했다. 이 책은 그 결과 태어난 것이다.
지금은 소셜 미디어 시대라고들 한다. 그곳에서는 타인의 평가가 부로 바뀐다. 평론가 오카다 도시오씨는 이런 사회를 '평가 경제 사회'라 부르며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평가는 웹사이트의 페이지뷰, 트위터의 관심 글, 페이스북의 '좋아요'의 숫자를 말한다. 그 숫자를 늘리는 작업은 순전히 체력이 좌우하는 면이 있다. 물론 글을 쓴 사람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주목을 받는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체로 노출 수가 많을수록 확실히 주목도가 올라간다.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이메일 매거진이든 새로운 글을 올리는 횟수가 잦을수록 독자는 늘고 평가도 높아진다.
그 귀결은 매우 슬픈 세계다. 나는 지금 '겐론'이라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회사 매출을 늘리려면 내가 늘 인터넷에 달라붙어 블로그를 업데이트하고 트위터를 해야 한다. 같은 이유 때문에 온라인에 기반한 언론인은 가급적 오랜 시간 컴퓨터에 달라붙어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메일 매거진 구독자 수와 다운로드 수를 늘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트윗을 하고, 니코나마에서 거듭 선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 나도 그 중 한 사람인데 - 미국 태생의 소셜 미디어가 일본에서는 극히 낡아빠진 '장시간 단순 노동'으로 바뀌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해진다.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는 무관한, 순수한 체력 소모전이다
정말 새로운 콘텐츠, 정말 뛰어난 콘텐츠는 결코 그런 소모전에서 나오지 않는다. '지금 여기'에서의 매출을 최대한 높이려고 하면 사람은 체력 승부를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서론에서 밝힌 '강한 유대관계' 속에 꼼짝없이 갇힌 상태다.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분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겨야 한다. 그래서 여행이 필요하다.
강한 유대관계는 계획성의 세계다. 그래서 타산적이고 신중한 사람은 강한 유대관계를 추구한다. 지금 자기가 놓인 환경에서 통계적으로 최적의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쓴다. 자기계발서와 인생 설계 매뉴얼에 쓰여 있는 대부분의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약한 유대관계는 우연성의 세계다. 인생은 우연으로 가득하다. 우연과 필연의 관계. '이 한번뿐인 삶'과 통계의 관계. 이것이 내 철학의 주제이고, 이 책에 깔려 있는 문제의식이다.
이 책에서 '새로운 검색어를 찾아라'라는 표현을 통해 거듭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통계적인 최적 따위는 생각하지 말고 우연에 몸을 맡기라'는 것이다. 최적의 패키지를 음미한 후에 고르는 인생은 온라인 서점의 추천에 따라 책을 사는 것과 같다. '꽝'을 뽑는 일은 없겠지만 대신 만남도 없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어쩌다 눈에 들어와 사게 되는, 그런 우연성에 몸을 맡기는 쪽이 훨씬 풍부한 독서 경험을 가져온다.
우연히 찾아온, 세상에 딱 하나뿐인 '이 딸'을 사랑하는 것. 이 '약함'이 강한 유대관계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는 비평가이기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같은 세계 속에서 같은 말로만 검색하고 그럭저럭 행복하다 해도 우리는 틀림없이 늙어가고 체력은 떨어진다. 늙음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약한 유대관계와의 만남 뿐이다.
아즈마 히로키 - 『약한 연결』 中
우연히 알게된 빻빻이의 미소
우연에 몸을 맡긴다...늙으면 그게 쉽지 않음
새로운 콘텐츠 생산과는 무관한, 순수한 체력 소모전이다 정말 새로운 콘텐츠, 정말 뛰어난 콘텐츠는 결코 그런 소모전에서 나오지 않는다 = 트인낭을 꼭 경험 해 봐야만 아는건지...
덕질도 의무적으로 하면 체력도 떨어지고 열정도 예전만큼 몬하고 사그라지긴함 나이먹고 계속 순수하게 즐기는거 쉽지않음 - dc App
내가보기엔 프랙탈 말아먹어서 그런거 같은데
평론에 직접 뛰어드는게 아니더라도 트렌드 리딩은 무조건 현직 작가가 해줘야함 반박불가루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