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토마토 수프

학생 시절부터 역사가 취미라서 조사한 걸 비망록 느낌으로 일러스트나 짧은 만화로 그렸던 것이 계기입니다. 당시부터 몽골 제국이 좋았어요. 언젠가 몽골의 후궁물을 그려보고 싶다고 오랜 세월 구상을 했습니다.

몽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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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으로 갔던 외국이 중국 내 몽골 자치구였던 게 중요했을지도 몰라요. 다섯살 때 보육원이 기획한 투어로 갔어요. 끝없이 언덕이 이어지고 시야 어디를 둘러 보아도 지평선이 펼쳐져 있었죠. 유목민이 사는 게르에 묵으며, 방목 중인 양을 저녁 식사를 위해 해체하는 장면을 보곤 했죠. 우리들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유목민을 동경하게 됐습니다.

말그대로 작품과 연결 된 체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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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엑조티시즘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으나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빠져 들게 됩니다. 예상 밖의 발견이나 현재와 통하는 가치관을 만나고 놀란다거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도 내가 재밌다고 생각한 걸 다른 사람들에게 프레젠테이션 하는 심정에서였습니다.

본작의 히로인 파티마는 실재 모델이 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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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녀라고 불린, 엄청난 힘을 지녔던 여성입니다. 다만 이 작품은 픽션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에 생애나 디테일 한 사건은 독자적으로 창작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퇴레게네를 주인공으로 삼은 플롯도 구상했었어요.

퇴레게네는 칭기스 칸의 다음대 황제 오고타이 칸의 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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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레게네도 정말 좋아하는데 파티마가 불명확한 부분이 많은 만큼, 그리는데 자유도가 높겠다 싶었어요. 다양한 토지를 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데 사정이 더 좋았죠. 독자도 파티마와 함께 몽골 제국을 돌아다니게 되니까요.



실제 역사를 픽션을 섞어 만화로 그릴 때 의식하는 점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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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절에는 상당히 멋대로 그렸지만 점점 의식이 변했어요. 타자의 문화를 빌려서 그리는 셈이니까 '옛날 일이니까 이 정도로 충분하다'로 만족하면 죄송한 마음입니다. 지금도 이 세계에 역사상의 사람들의 자손은 있는 법이고 이 문화, 사상을 바탕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 있죠. 그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만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과 점을 연결해서 윤곽을 만드는 과정이 역사 창작이라고 한다면, 점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선명하게 그릴 것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인물이다 싶었던 사람이 간단히 죽어버리는 전개도 어떤 의미로 신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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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고 한 것은 아니지만 죽음이나 이별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지는 않은 것일지도 몰라요. 저는 어느 쪽인가 하면 만화를 많이 읽은 편은 아니라서 만화의 법칙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 걸지도?

만화 이외의 것에서 받은 영향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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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짚이는 건 부조리 계열 소설의 영향입니다. 중학생 때 아베 코보의 S 카르마 씨의 범죄를 읽고 엄청 빠져들었습니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다다이즘이나 쉬르리얼리즘을 접하는 게 기분 좋았어요. 미카엘 엔데의 거울 속의 거울이란 쉬르한 단편집이나 벳챠쿠 미노루의 연극도 좋아했어요.

어떤 영향을 받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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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갑자기 부조리한 세계로 변해버리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럴 때 논리적인 사람은 자기 정신을 어떻게든 유지하기 위해서 논리 그 자체를 쓰려고 하지만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그 논리도 점점 일그러져서 이상해지죠. 현실로 치환하면 전쟁이나 재해로 일상에서 갑자기 떨어져 나갔을 때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같은 것에 관심이 있어요. 인간은 환경이 변모하더라도 지금까지의 일상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으로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하는 걸까 싶기는 한데요.

본작은 칭기스 칸 이후의 시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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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을 쌓아 올린 것은 칭기스 칸이지만 다음 대인 오고타이 칸 시대도 아주 중요해요. 이 만화는 국가가 성장하는 양상의 재미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파티마나 퇴레게네 같은 여성의 시선으로 본 몽골 제국을 그리는 것도 노림수 중 하나입니다. 그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서 몽골 제국이 어떻게 되어가는가 하는 점을요.

병행해서 연재 중인 댐피어의 맛있는 모험도 탐험기인 동시에 지식이라는 키워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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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가르와 댐피어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서로 다른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 발생하고 서로 다른 지성이 만난다는 점입니다.

미지와 만나고 발전하는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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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피어는 그걸 아주 천진난만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댐피어는 아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탐험가라서 배우는 것을 순수하게 사랑합니다. 다만 댐피어가 하는 행위는 여행을 가서 자기들한테 없는 것을 손에 넣고 떠나는 행위. 자두가르의 파티마는 몽골인한테 빼앗기는 입장입니다.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정반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17세기의 영국인인 댐피어의 지성은 현대인의 과학으로 이어지는 것이라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두가르의 세계는 몽골측의 지성과 파티마 일행이 가지고 있었던 이슬람측으로 또 지성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몽골 측은 책을 뺏으러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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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계열의 지성은 고대 그리스에서 물려받은 지식이라서 이 역시 현대 과학의 근본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현대랑 비교해서 이 당시 이슬람 계열 사람들은 실험을 해서 확인하거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려고 드는 자세가 희박했어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높으신 분 책에 써 있는 내용은 의심하지 않았죠. 고대의 숙지를 보존한다, 그런 지성이었습니다. 한편 몽골은 합리적으로 경험치를 중시합니다. 이슬람 계통의 지성을 계속 반영해서 시스템화 시켜 발전하게 되는 겁니다.

토마토 수프 선생님은 어떤 만화를 읽으며 자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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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고등학교 때는 소위 '가로'계 만화를 좋아했어요. 츠게 요시하루 선생님이나 네고지루 선생님, 스즈키 오지 선생님. 이런 만화를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학 입시로 힘들었을 때 미즈키 시게루 작품의 대범함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목가적임과 드라이함의 공존은 토마토 수프 선생님 작풍으로 계승된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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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꽤 미즈키 시게루 선생님 모사를 했어요. 얼굴 표정 같은 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선생님의 개성적인 그림체는 무엇을 양분으로 삼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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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체면에서는 방드 데시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자두가르는 흑백의 대비를 강하게 그리고 있는데 이건 마르잔 사트라피의 페르세폴리스를 참고한 겁니다. 토베 얀손의 만화 무민의 얼빠진 분위기도 좋아합니다. 무민 일행이 자기 키에 맞지 않는 것을 동경해서 자신을 바꾸려 들지만 결국 잘 풀리지 않아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돌아갔을 때 진정한 행복을 손에 넣는다는 식의 스토리도.

토베 얀손과 미즈키 시게루는 서로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참고로 순정만화나 소년만화에서 유래한 영향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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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소년 만화는 이누야샤입니다...'미인의 정답'은 타카하시 루미코 선생님을 통해서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둥근 얼굴에 눈이 크고 입이랑 코는 작은....비율 밖에 닮은 점이 없지만요.

펜네임의 유래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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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취미로 만화를 그렸기 때문에 펜네임이라는 의식은 없었어요...SNS 계정명이었거든요. 캠밸 수프캔을 연필통으로 쓰고 있어서 그걸로 지었죠. 처음에는 알파벳 표기였는데 데뷔를 할 때 '세로 쓰기하기 불편하니까 중요한 일이 아니면 카타카나로 바꿔주세요'라는 소리를 들어서 '알겠습니다.'라고 했죠.(웃음)

그래도 의외로 기억하기 쉬운 모양이라 결과적으로는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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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제국의 후궁물은 줄곧 그리고 싶었던 테마라서 연재가 결정됐을 때는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프레젠테이션한다는 생각으로 그리는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읽어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도 기대할 수 있는 작품을 그려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