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로 인증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올려봅니다.)
선요약 :
간윤위 폐지하고 출판사-민간 자율심의 도입 필요.
============================
월만갤 형님 누님들 안녕하십니까
모 출판사에 다니고 있는 편집자 나부랭이입니다.
만화책 많이 사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밥벌어먹게 해주시는 고객님들께 올리는 글이라 존댓말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만화 보는 사람들이 출판사에 제일 불만인 것 중 하나가 검열이죠.
그런데 살펴보니, 이 검열 체계 대해 허위 정보나 오래된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더군요.
그래서 제가 미천하게나마 아는 만큼, 보이는 만큼, 느낀 만큼
현재 한국 출판 만화책 시장에서의 심의랑 검열에 대해 알려드리고 싶어 와봤습니다.
보시고 무슨 생각을 하시든, 저희는 독자님들 항상 존경합니다.
좋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출판사 시점에서의
대략적인 도서 심의 과정부터 살펴보면,
[발행] > [심의] > [통보]
이렇게 진행이 됩니다.
저희가 어떤책(만화책)을 내면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위)에서 심의를 합니다.
이 책이 '청소년 유해 간행물(=19금)'이냐 아니냐를 정하죠.
그리고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에 따라
청소년에게 해롭다고 판단되는
이른바 '야하거나' '잔인한' 장면이 있으면
인증샷에 나온 저 서류를 우편으로 출판사에 보내
'청소년 유해 간행물' 심의 통보를 합니다.
책 출간부터 여기까지가 보통 한달 정도 걸립니다.
참고로 아래 수신자에 여러 출판사가 적혀있는데,
같은 날 같이 19금 심의를 받은 출판사에 일괄적으로 발송을 해서 그렇습니다.
각 회사명 옆에 적혀있는 숫자는, 그 출판사가 그때 심의 받은 책이 몇종인가를 나타냅니다.
한장 넘기면 이런식으로
어떤 책이 청소년 보호법 심의 기준 어느 부분을 어겼는지 적혀있습니다.
참고로 저기 적힌
'개별심의기준 나목, 라목'은
나. 성행위와 관련하여 그 방법ㆍ감정ㆍ음성 등을 지나치게 묘사한 것
: 구체적이고 상세한 성행위 장면이 나옴
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기술하는 등 성 윤리를 왜곡시키는 것
: 미성년자끼리 또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성행위가 나옴
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진 속의 저 책들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이 책들은 야스를 하는 '성인만화'가 맞기 때문에,
애초에 처음 낼 때부터 19금 표시를 해서 냈거든요.
미리 19금 표시를 해서 나간 책에는 저렇게
'~(표시)'라는 제목으로 심의 통보가 옵니다.
이 경우, 서류가 다 합쳐서 저렇게 A4 딱 두 장 옵니다.
진짜 문제는
'비표시' 통보입니다.
보시다시피 이미 첫장부터 내용이 많아졌죠.
이건 19금 표시가 안 된, 다시 말해
출판사가 19금 성인 도서로 판단하지 않았고, 의도하지도 않은 도서가
간윤위 심의에 의해 19금 판정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뒷장에는 어떤 책의, 어떤 장면이, 어떤 기준에 저촉됐나를
차암 쓰잘데기없이 자세히도 적어놨습니다.
위 작품의 경우, 전투 장면이 잔인하다는 이유로 19금 판정을 당했습니다.
(바. 잔인한 살인ㆍ폭행ㆍ고문 등의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조장하는 것)
비표시 19금 통보는 뒷장이 엄청 많은데,
대충 요약하면,
-관련 법령 안내
: 청소년보호법 등의 법조항이 줄줄이 적혀있습니다.
-19금 표시 방법
: 19금 딱지 규격 같은 게 적혀있습니다.
(가로세로 치수, 빨간 사각형에 흰글씨 등등. 대신 형태랑 색상 빼고는 별 의미 없습니다. 딱 봤을 때 겉으로 보이면 됩니다.)
-재심의 신청서
: 꼬우면 재심의 신청하라는 안내와 신청서 양식이 들어있습니다.
(참고로 업계 경력이 몇십년 째인 저희 회사 부장님이 말씀하시길,
자기가 알기로 출판 만화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재심의가 신청되거나 인용된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런 서류들이 줄줄이 딸려오니,
날라온 서류 봉투가 평소보다 두꺼우면
대부분의 편집자 입에서는 "씨발"부터 나옵니다.
이 만화를 이제 19금 도서로 바꿔야합니다.
지금 풀려있는 수량은 각 거래처(서점, 총판)에 공문을 돌려서 처리해달라고 하고,
재고 도서가 있으면 창고로 달려가서 19세 스티커를 붙입니다.
이렇게 후속조치가 마무리 되면
이제 이 책은 광고도 어디 함부로 못 걸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신간 코너 같이 눈에 뻔히 보이는 곳이 아닌,
잘 안 보이는 19금 도서 코너로 가게 됩니다. (이건 서점마다 다를수도 있음)
온라인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모든 방면에서 노출이 제한됩니다.
이렇다보니 매출? 전연령에 비해 필연적으로 떨어지기는 하죠.
경계가 없는 바다에서 헤엄치던 물고기를 건져다 어항에 담아놓은 꼴이니까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것 이상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차라리 작품 자체가
근본적으로 성인만화였다면 괜찮습니다.
내는 저희도 처음부터 성인층을 타깃으로 예상 매출을 잡고 판매전략을 세우고,
이쪽을 읽는 독자님들도 처음부터 이쪽인 걸 인지하고 책을 찾으니까요.
그런데 만약 소년지 작품이나 청년지 작품이
이런 식으로 묶여버리면 진짜 갑갑해집니다.
일본 애들이야, 자기네 나라 심의가 훨씬 자유로우니까
히토미 같은 데 올라오는 떡인지나 상업지 수준만 아니면,
소년지 청년지에서의 약간의 선정성이나 잔혹성은 문제 삼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중간에 섹스 어필 조금만 들어가도, 폭력성이 살짝만 높아도
성인이 읽을 감성도 아닌 만화가 '성인만화'로 몰려버리니
내는 입장도 읽는 입장도, 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런데, 이 심의를
책을 내는 출판사도, 책을 사서 읽는 독자도 아닌
온전히 간윤위가 정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것도 지들 맘대로요.
청보법에 나온 심의 기준은 객관성 없고 시대 착오적인 조항들 투성이인데,
이렇게 먼지 케케묵은 심의기준을 가지고 심의를 하는 '위원'들이 누군지도 공개가 안 돼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서 심의결정 했는지도 공개돼있지 않습니다.
출판사들도 모릅니다.
저는 이 사람들이 책을 다 보긴 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나온 결과도
어떤 거는 주인공이 칼로 배한번 찔렸다고 딱지를 먹고,
어떤 거는 꼭지 버젓이 까고 여캐들 출렁출렁하는데 그냥 통과됩니다.
이러고 앉았는데 꼴에 나라 기관이니 어쩌겠습니까
출판사는 따를 수밖에 없으니
그간의 관례나 사례,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딱지 먹을...거 같은데...위험한데..." 싶은 장면을 보고, 걸릴 거 같으면 손을 댑니다.
한땀한땀 정성스레 지우개질을 하고,
작가랑 원작사에 허락도 받아야하니 감수도 몇주 걸립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어거지로 검열해서 책을 냅니다.
당연히 독자들은 욕하죠. 싫어하죠. 저도 싫었어서 잘 압니다.
이러고 욕까지 먹어서 냈는데도 딱지를 먹었다?
대체 누굴 위한 검열이고, 발행이었나...합니다.
게임쪽은 블카 사태 시작으로
어느새 겜관위 비리까지 폭로되면서 심의 체제 관련한 개선의 희망이라도 보이던데요.
출판 만화업계는 별로 그런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데도 없구요.
여론은 뭐, 우리나라 컨텐츠도 아니고, 왜놈들 컨텐츠라고 무시나 할 텐데 관심이 있을까요.
한때 간윤위 폐지하자는 얘기도 거론 됐었다는데,
차라리 이때 나온 말처럼 출판사+민간의 투명한 자율 규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결국 현상황 이러니,
그냥 조선 땅에서 왜놈들 만화 떼다 밥벌어먹는 내 인생이 죄다 하고 살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책 샀을 때 검열된 거 보면 짜증부터 났는데,
지금은 정작 제 손으로 그짓을 하고 있으니, 현타도 개씨게 오네요.
언젠가 상황이 나아져서, 지우개질 안하고 만화책 내는 날이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 놀고 마감 마저 치러 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며칠 전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글이 몇분 만에 삭제됐더군요.
나름 길게 썼는데 아까워서, 바쁜 일 겨우 끝내고 와서 다시 올립니다.
올리는 김에 내용 좀 수정했습니다.
단행본 계약할때 통으로 계약하는게 아니라 속표지, 책날개, 컬러페이지 뭐 이런거 다 따로따로 계약한다는게 사실인가요
엄, 책 부위 별로 계약한다는 건 아직까지는 못들어봤어요. 어디는 계약이 진짜 별별 이상한 꼴로 되는 곳도 있다고 들어서 그런 게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 손에 꼽을 케이스거나 잘못된 정보일 수도...적어도 제가 본 대부분의 일본 만화는 그냥 매권 매권 MG 내고 소재비 냅니다.
전자책에 속표지 책날개 컬러페이지 빼먹는거 그런 이유라고 누군가 답변하는걸 언제 봐서... 답글 감사용
근데 마도정병은 딱봐도 성인만화인데 왜 어떻게든 15세로 만드려고 몸을 존나 비틀었는지
그건 솔직히 제가 봐도 수수께끼입니다.
내일도 살아가는데스..
검열과 규제에 미친 나라
스티커 부착하기 귀찮긴하죠.. 이건 양반이고 표지 자체를 반갈죽 가려버릴 땐 뭐지 이건 싶기도 했음요
이거 맞다... 한번 걸리면 담당자라인 전부 난리남 그래서 알아서 사리는거고...
눈물흘리며 개추
게관위는 부정부패로 감사받은거라, 심의는 하나도 안바뀜. 애초에 꼰대들이 그대로인데, 심의기준이 바뀌어도 꼰대들이 바로 달려와서 원상복귀 시킴. 꼰대 생각을 고쳐먹게 하는게 먼저고, 심의기관 족치는건 다음순서지
한국은 어설프게 검열하면안돼~
그런건 선진국이 해야
아니근데 19세인데 유두미는건 대체왜임?
안걸리려고 발악하려다가 실패한거 원복하기귀찮아서 그냥놔두는거임??
검열은 안사요
수고하십니다. 애초부터 검열조진 청소년판(안전)과 검열하나도안한 19세판을 동시에 내는건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