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약스포 포함)

오랜만에 읽고 있는데 점장님 책장이 갑자기 눈에 들어서 몇 자 끄적여봄








1. 라쇼몽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라쇼몽은 영화도 유명하고 이곳저곳에서 많이 인용되는 덕분에 다들 어느 정도는 아는 듯

염세주의/탐미주의 소설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고, 사실 만화에서 은유되는 거(비를 그치길 기다리는 상황, 그 상황에서 천착할지 앞으로 나아갈지의 선택)에 비해 굉장히 음울하고 섬칫한 내용임

줄거리는 만화 내에서도 나와있음 한 하인이 나생문 아래에서 비를 피하다가 시체에서 머리카락 뽑는 노인을 만나는데, 그 노인이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짓이라고 말하자 '그럼 나도 먹고 사는 짓이니 괜찮겠지' 하고 노파를 냉소하며 옷을 빼앗아간다는 내용

류노스케가 엽편/단편 위주로 쓴 작가라 굉장히 짧지만 직접 읽어보면 섬세한 묘사력을 느낄 수 있음




점장님이 라쇼몽이란 언급에 흥분하는 걸 보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좋아하는 설정인 것 같고 책장에도 보란듯이 전집이 있다.

근데 실제로 존재하는 판본인진 몰?루






2.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아주 짧게 등장하고 나가는 소설이지만 만화 내에서 큰 의미가 있음

타치바나가 점장님께 관심 가진 뒤 처음 빌린 책이고, 책 내용이 '젊음'이라는 주제를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

특히 위에서 점장님이 라쇼몽에 나타난 하인의 '젊음'을 한탄하는 장면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하기 때문에 의미심장함

또 책을 제치고 육상 잡지를 먼저 집어들어 읽어본다는 점에서 타치바나가 점장님과 꿈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실제로 어디에 마음을 두고 있는지 보여줌


내용 자체는 가볍고 유쾌하면서 소소한 감동이 있는 책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친척들에게 반의절 당한 '도련님'이 유일한 가족인 '키요 할멈'을 놔두고 지방 소도시에 교사로 부임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

이게 어떻게 가볍고 유쾌하냐고? 읽어보면 앎

'부모에게 물려받은 성격탓에 인생에서 줄곧 손해만 보아왔다.'는 첫 문장처럼 주인공이 아주 무대뽀 썅남자이기 때문

분량도 200페이지 내외로 장편치고는 매우 짧은 편임




중간에 소세키 전집도 나오는데

왼쪽부터 순서대로


갱부, 행인, 문조, 소세키 문예론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 우미인초, 산시로-그 후-문(흔히 연애 3부작으로 엮음), 춘분 지나고서까지, 마음, 유리문 안에서, 한눈팔기, 명암, 생각나는 것들, 몽십야


이렇게고 웬만한 건 다 번역되어 있음









3.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교토 여행 때문인지 짧게 언급함

-할복-으로 유명하지만 문학성은 상당히 고평가 받는 탐미주의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

'태워버릴 정도로 아름답다'는 건 금각사의 주요 내용임

근데 이건 사실 나도 안 읽어봄 ㅈㅅ


이 소설도 만화랑은 안 어울리게 상당히 어둡고 깊은 내용인데,

점장님이 언급하는 소설들 보면 이런 깊고 어두운 내용이 많음

점장의 어두운 청춘을 보여주는 요소?라고 해도 되려나

모아보니 점장님 쪽에 어두운 문학만 모인 걸지도

이거까진 잘 모르겠음







4. 산월기 - 나카지마 아쓰시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안 유명한 것 같지만, 일본에선 교과서에 실리는 주요 작품(우리나라로 치면 메밀꽃 필 무렵이나 운수 좋은 날 정도?)으로 위상이 있는 나카지마 아쓰시의 대표작

한 사내가 산에 들어가 호랑이가 된다는 신비한 내용을 다룬다...는데 사실 이것도 안 읽어봄 ㅈㅅ

저 문구 자체는 유명한 문구인듯






5. 아덴 아라비아 - 폴 니장

이건 첫 문장이 정말 유명한 작품인데 무려 번역이 없음

내용 자체는 기행문 형식으로 진행되며, 주인공이 유럽 사회에 즐비한 착취와 억압을 발견하고 유럽 사회의 모순을 꼬집으며 그에 반대구로 맞서는 태도를 보인다는... 다소 혁명적인 내용을 다루는 듯

68 혁명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데... 일단 저 구절 제외하곤 딱히 만화랑은 상관 없는 것 같음






6. 설녀 - 코이즈미 야쿠모(라프카디오 헌)

이건 ㄹㅇ 살면서 처음 보는 소설인...

코이즈미 야쿠모 자체는 일본에 귀화한 아일랜드계 영국인으로, 귀화 전 이름인 '라프카디오 헌'이라는 이름으로도 유명함

서양 출신 소설가인데 쓴 작품들은 일본 민화.설화 등에서 따온 일본풍 작품이 많다고 함






7. 웃지마 -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유명한 그 작가임

표지에서 콘도가 들고 있는 '웃지마'는 엽편 소설집으로, 한국에도 번역되어 있지만 현재 절판

작품이랑은 크게 상관 없고 해당 에피소드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두 사람을 다루는만큼 아마 '시달소'랑 연관이 있어 넣지 않았을까 싶음




8. 점장님의 책장


위에서 언급했듯 점장님 책들은 현재 모습이랑 다르게 암울하고 멜랑꼴리한 책들임

물론 엄청 특이하다고 볼 순 없는데 중간중간 꽤 흥미로운 책들이 끼어있음

책장을 한 번 뜯어보면


왼쪽 위에서부터


1. 셰익스피어

는 말할 것 없는 영문학 고전이고 딱히 언급이 필요 없을 듯

굳이 엮어보자면 부장님은 햄릿의 우유부단함을 겪은 인물이라는 거?


2. 파우스트

독문학의 아버지인 괴테의 대표작

요것도 딱히 언급할 건 없는듯


3. 지옥변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위에서 언급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또 다른 대표작

그림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마다치 않는 악독한 환쟁이 '요루히데'가 '영주'에게 부탁받은 '지옥변상도'를 완성한다는 내용임

류노스케가 생각한 예술론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품이...지만 역시 본작이랑은 딱히 관련 없음


4. 모래의 여자~불타버린 지도 - 아베 코보

아베 코보라는 소설가의 '실종 3부작'...인데

원래는 2편이 '상자 인간'이 아니라 '타인의 얼굴'인데 작가가 3부작을 모르는 건지 착오인지

아니면 무슨 의도가 있는지 잘 모르겠음

해당 작품들은 실종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찾을 수 없는 걸 찾아다니는, 모호하고 불가해한 현대 사회'의 아이러니를 표상하며, 그안에 던져진 인간의 실존을 표상함

역시 점장님 캐릭터랑(또는 현재랑) 다르게 다소 어둡고 침침한 작품임


5. 가와바타 야스나리 전집

요것도 딱히 말할 게 없는... '설국'으로 유명한 탐미주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전집

잡설이지만 작중 눈 내리는 장면에서 설국이 안 나온 게 의외인... 점장이라면 첫 문장 언급할 것 같았는데


6. 지하생활자의 수기 - 도스토옙스키

'찐따 소설'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

나이 40살 먹은 '지하생활자'라는 사내가 지하생활을 하면서 한 생각들을 구구절절 풀어나가는 소설임

소설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철학서처럼 자신의 사유를 주저리주저리 풀어나가는 형식이라면

2부는 본격적으로 젊었을 적 자기 '찐따 썰'을 풀어나가는 형식임

1부에서 고통은 사실 쾌감이다라고 역설하고 인간은 결국 파멸하게 되있다고 하면서 말하는 게

2부를 읽고 나면 찐따의 변명으로 느껴지는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음


대충 이 정돈데

한편으론 평범하지만 자세히 보면 점장님의 어두운 젊은 날을 보여줄지도? 잘 모르겠음 솔직히

아베 코보나 지하생활자 수기 같은 게 상당한 마이너 픽이라...

이게 진짜 어두운 나날을 보여주는 건가 싶기도 하고 헷갈림

근데 솔직히 큰 의미는 없을 것 같긴함 ㅎ




그 외 1.

와세다대학은 '상실의 시대'로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나온 대학

작중에서 언급은 딱히 없음

무라카미 하루키 차치해도 일본에선 명문대로 알아주는 편...이지만

일본에서 대문호로 일컬어지는 소설가들은 대체로 도쿄대라는 게 문제




그 외 2.

아쿠타가와 상은 '신인상'으로 작중에서 중견 소설가로 묘사되는 쿠죠 치히로는 사실 수상 대상이 아님

일본에서 중견 소설가가 받을만한 메이저한 상으로는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이나 '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등이 있는데,

작가가 아쿠타가와상이 신인상이란 사실을 잘 몰랐던 듯






여기까지임

오랜만에 읽으니까 이런저런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니까 좋았음

근데 라쇼몽 제외하면 솔직히 크게 연관성까진 없는 것 같고(이마저도 완전히 연관성 있진 않는 듯...)

문학에 대한 인용보다는 중간중간 나타나는 은유적 표현이 더 섬세하고 좋은 작품 같음


다음주부터 비온다는데 비가 갤 때까지 기다리며 오랜만에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