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1~2장 (스퀘어 에닉스 입사)회고록 3장 (소년 선데이 이직)회고록 4장 (라이쿠 마코토 나빠요)


회고록 5장 【마기 The labyrinth of magic】 1.사적인 이야기


내가 마기 연재를 준비하기 시작한 무렵. 2009년 무렵의 이야기다. 나는 서른살이 됐다. 나한테 쌍둥이 딸이 생겼다. 보육원을 좀처럼 찾을수가 없었는데, 겨우 찾아도 쌍둥이가 따로따로 보육원을 다녀야만 했다. 우리 부부 둘 다 부모가 먼 곳에 사시는지라 도와주실 수 없었고, 일본 망하라고 생각했다. 그 타이밍에 리먼 쇼크. 일하는 한편으로 갈라파고스 폰으로 필사적으로 주식을 계속 매수한 기억이 없을만큼 사생활이 엉망진창이었다.


심지어 서른을 넘기고 지병이 악화. 역류성 식도염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지럼증으로 고생했다. 마기 보너스 만화에서 내가 피를 토하는 묘사가 있는데, 그건 이것을 놀린 것이다. 뭐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일에 집중했다. 아니 일을 도피처로 삼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언젠가 비싼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 뭐 어리석은 남자의 회고록을 지켜보시라.

2.선데이 편집부 신체제


일은 순조로웠다. 나는 마기 세이브 원고를 비축하면서 신만이 아는 세계의 애니메이션 준비를 했다. 그 무렵의 소년 선데이 얘기를 해보자. 나랑 세명의 동기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선데이 혁신을 모색했다. 아쉽게도 하야시 마사토 편집장은 퇴임했다. 라이쿠 씨 사건의 책임을 지는 모양새였는지도 모르겠다.


대신해서 취임한 게 나와타 마사키(縄田正樹) 편집장이었다. 사상최강의 제자 켄이치 등의 히트작을 기획, 과거에는 테즈카 오사무를 담당한 적도 있는 베테랑이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선데이에서 근무하며, 내 입사 당시 편집부에서 텃세를 부리던 사람이기도 하다. 따라서 취임 직후 나는 그를 경계했다. 그러나 입장이 사람을 바꾼 것인지, 이 사람은 무엇이든 상담을 해주는 좋은 상사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순혈주의의 분위기가 사라져 있었다. 결정적인 게 엘리트의 필두 이치하라 타케노리 씨가 월간지 겟산을 만들기 위해 편집부를 떠난 것이다. 이걸로 인해 편집부의 파워 밸런스가 바뀌었다. 이치하라 씨가 남기고 간 선데이 공채 엘리트들은 라이쿠 선생 사건의 충격에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봐가면서 가 군, 즈카 씨, 믓쨩 내 동기들은 연이어 작품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신인작가가 응모를 안 해? 노 상관. 인터넷에서 스카우트 해오면 그만이지. 다른 회사나 동인업계에서 빼오면 그만이지. 그럼에도 선데이에 남아준 신인 작가를 빨리 키우면 그만이지. 스퀘어 에닉스나 중소 출판사가 당연하게 하는 일을 엘리트들은 하지 못했다. 전시에 필요한 것은 잡초 근성이다. 선데이 공채출신이 아닌 편집자들은 생기 넘치게 일을 했다. 그건 머지않아 선데이에 새로운 히트작이 된다. 또 그때까지 눈에 띄지 않았던 편집자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3.【시나리오를 쓰는 편집자】




먼저 카츠키 다이 씨. 원래는 빅코믹에서 산 등의 작품을 기획한 민완 편집자였다. 내가 입사한 시기에 동시에 선데이에 입사했다. 그 남자가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친구의 편집 스타일은 독특했다. 놀랍게도 자기가 담당하는 대다수의 작품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시나리오를 젊은 편집자한테 넘겨주고 작화 담당을 찾으라고 말하는 방식이었다.


또 그 시나리오는 전부 재밌었다. 이 친구가 선데이에서 기획한 것은 갬블, KING GOLF 등. 나도 담당하고 있는 신인을 KING GOLF 경연에 참가시켰다. 결과는 낙선. 그래도 만화 시나리오 쓰는 법을 그 때 훔쳤다. 참고로 지금 내가 경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코믹룸은 거의 대부분의 작품을 나도 포함한 편집자가 시나리오를 쓴다. 그건 이 체험이 원점이다. 카츠키 씨는 담당 교체나 부서 이동 타이밍에 시나리오 작성을 그만둔다. 자기가 시나리오를 쓰는 건 원작자가 아니라 담당 편집자로서의 업무이기 때문이다. 이런 작업은 새로운 담당이 물려 받게 된다. 다음 담당자는 시나리오를 쓰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아주 고생하게 된다. 작가도 매주 받았던 시나리오가 갑자기 없어지니까 똑같이 고생한다. 그래도 연재는 계속되니까, 어떻게든 해결한 것이겠지. 현재 카츠키 씨는 소학관을 퇴사하고, 원작자로 대활약하고 있다. 존경스러운 편집자다.



4.【천재 편집자】

그리고 어떤 인물이 편집부로 부서 이동을 해왔다. 그 이름은 츠보우치 타카시(坪内崇) 훗날 빅코믹 스피리츠의 편집장이 되어 실적을 급상승 시키는 인물이다. 원래는 빅코믹 편집부에 배속됐는데, 그 후에 소년 선데이로 이동. 판타지스타나 하야테처럼!을 기획, 다시 금세 영선데이로 이동. 영선데이에서 거침없이 한 획!을 기획, 선데이의 위기에 다시 부름을 받은 것이다.



이 친구는 원래 선데이 공채 출신이 아니라서 신인상을 수상한 작가를 좀처럼 배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연재 기획을 제출할 수 없었다. 난처해진 이 친구는 아직 수상도 안 한 하타 켄지로 선생의 만화를 이미 수상 작가라고 거짓말을 하고 제출했다. 당시의 편집장이 그걸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기획을 통과시켜 버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야테처럼!은 대히트작이 됐다.


순혈주의 체제 속에서 선데이 공채 출신이 아닌 편집자가 신인과 히트작을 만든 극소수의 사례다. 이 사람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모든 편집자 중에서 군계일학으로 우수했다. 아니 천재였다. 왜 천재인지는 후술하겠다. 훗날 나는 이 친구와 이 친구가 데려온 작가랑 선데이의 정상 자리를 걸고 싸우게 된다.


5.【클럽 선데이】

시간을 잠시 앞으로 돌려서 2008년 겨울, 하야시 편집장 시대에 나는 어떤 기획을 제출했다. WEB만화 사이트 기획이었다. 애초에 나는 소학관 이력서에 이렇게 적었다. WEB만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고. 나는 2001년 이후 계속 WEB으로 만화를 읽었다. 이웃나라 한국에서도 NAVER라는 회사가 WEB으로 만화를 서비스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시대는 종이 잡지의 부수가 점점 떨어지는 시대. 앞으로의 만화는 디지털 서비스가 주류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그래도 스마트폰의 도래까지는 예측 못했지만.


언젠가 편집장이 된다면 반드시 만화 사이트의 편집장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전 직장인 스퀘어 에닉스가 간간ONLINE을 출범했다. 편집장은...쿠보타 켄이치 씨! 내 첫번째 스승! 젠장! 한방 먹었다! 그전에도 WEB만화 사이트는 있기야 있는데 전부 신통치가 못했다. 그러나 간간ONLINE은 달랐다. 세련된UI. 극상의 라인업.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WEB만화 사이트와 가까웠다.


바로 쿠보타 씨한테 연락을 해서 물어봤다. 스타트는 괜찮다는 모양이다. 젠장~ 선수를 뺏겼어. 그래서 허둥지둥 나도 하야시 편집장한테 기획서를 제출했다. 하야시 씨는 아주 좋다며 기획서를 통과시켜 주었다. 그리고 편집부에서 몇 명이 대표로 기획회의를 했다. 다만 내 의견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WEB만화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수들이 하나에서 열까지 내 의견을 부정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회의를 보이콧했다. 그 후에 탄생한 그것은 클럽 선데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고, 계속해서 적자를 기록하는 부의 유산이 된다. 그래도 나는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 만화 사이트를 만들 거라면 내가 톱이 된 다음이다. 지금은 힘을 키우는데 전념하자. 신만세와 마기를 성공시켜서 편집부에서 압도적인 힘을 가지게 된 다음에 사이트를 만들자. 나는 야망을 가슴에 묻어 두었다. 6.【마기

그리고 2009년 6월 3일 마기 연재가 시작됐다. 그러나 처음에는 놀랄만큼 결과가 안 나왔다. 1화야 3위라는 괜찮은 출발이었는데, 이야기를 거듭할수록 순위가 떨어졌다. 5화가 실릴 무렵에는 15위까지 추락했다. 오타카 씨는 오열했다. 나도 미안해서 울었다. 스퀘어 에닉스에서 억지로 빼와서, 억지로 판타지 만화를 그리게 해놓고 이 꼬라지인 것이다.


오타카 씨는 캐릭터 인기를 얻기 위해서 열정페이로 블로그에 보너스 만화를 올리고, 나는 미팅 전날까지 시나리오를 쓰는 작업에 몰두했다. 지금까지 간단한 플롯이나 시놉시스를 만든 적은 있어도 대사까지 전부 쓴 시나리오를 매주 만드는 건 처음이었다. 카츠키 씨 스타일을 흉내냈다.


다만 이 작업은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다. 마기의 미팅은 월요일. 필연적으로 토요일, 일요일이 작업날이다. 간단히 써질 때는 낫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때는 조바심이 난다. 집에서는 쌍둥이 애기들이 울고 소리친다. 글이 안 써진다. 일요일에 갈 예정이었던 가족 쇼핑을 캔슬한다. 그런 날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간신히 내가 작성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타카 씨와 미팅을 하고, 오타카 씨가 체크해서, 네임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대로 가고, 안 되면 수정했다.


작가와 담당 편집자의 입장이 역전됐다. 시나리오 체크를 할 때는 오타카 씨가 내 담당이고, 네임 체크를 할 때는 내가 오타카 씨 담당인 것이다. 이 체험은 훗날 내 회사 코믹룸을 차리는 커다란 원점이 됐다. 여러 요소가 맞물려서 마침내 앙케이트 순위가 오르기 시작, 마기 14화 때 드디어 1위를 차지했다. 됐다, 이제 됐다. 역사에 남을 대히트 컨텐츠가 될거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모든 게 순조롭게 풀리지는 않는 법이다. 그로부터 길고 긴 악전고투가 시작됐다.


그리고 딱 그 무렵, 그 남자, 츠보우치 타카시가 어떤 네임을 나와타 편집장한테 제출했다. 편집장 근처에 있던 나는 그 네임을 힐끔 봤다.


!! 어!? 네임에는 아라카와 히로무라고 써 있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아라카와 히로무가 선택한 편집자 츠보우치 타카시. 그 또한 천재였다. 다음 회고록 마기 VS 은수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