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의 작품은 호러라는 장르적 구분을 넘어서 만화 애호가라면 언젠가는 부딪히게 되는 이력을 만화의 도표에 새겼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학생시절 대여점에서 자주 빌려봤고 나이들어서는 만화방에서 읽었기에 공간의 문제로 소장을 재고해오던 것을 결국 사게된 것도 그런 연유 때문이다.

이토준지의 걸작집은 일전에 '공포 박물관'이라는 제목으로 제본되어 판매된적이 있는데 그말대로 공포라는 장르안에서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굉장한 미인인데 계속 보다보면 살해욕구를 품게만드는 토미에 시리즈나 철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못을 입안에 넣고 다니는 다소 코믹한 소이치 시리즈같은 연작도 있지만 상술한대로 대부분 별개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서 시간이 날때마다 짬짬이 읽기 좋다.

어릴때는 작품 특유의 에로그로넌센스한 감각에 압도되어 표층적인 면에 집중해서 감상했는데 나이가 들고 다시 읽어보니 사회전반의 문제의식을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나치게 외모에 집착해서 내면이나 건강, 우정 등 다른 가치를 등한시하는 풍조라던가 단절되고 분해되어 봉건적인 시대의 긍정적인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가정의 변환, 좌나 우 같은 이분법적인 가치관으로 만사를 재단하는 극단 등의 주제의식을 다루고 있다. 물론 전형적인 기담이나 호러의 구조에 비롯된 에피소드들도 많지만 해결되지 않고있는 사회의 중요한 컴플렉스를 매만지고 있어 그 기괴함과 끔찍함이 깊숙하게 감상점을 찌르고 각인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담으로 중간중간 웃음포인트들이 있는데 바깥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기구가 집밖에서 자신을 죽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데 할일이 남아서 출근을 하는 모습은 대홍수에도 출근을 강행하던 과거 낭만시대의 한국사회 풍조가 투영되어 웃음을 유발했다.

볼륨은 적지 않으나 읽는 것이 어렵지는 않고 기담 소설처럼 관념적인 정서에 기대어 서술하거나 B급 호러영화처럼 잔인한 연출에 올인하지 않기에 물리는 느낌없이 읽을 수 있으므로 안읽어본 이들에게는 자신있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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