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때는 2014년, 데즈카 오사무의 딸 데즈카 루미코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서랍을 따고 수많은 양의 퍼리 야짤을 발굴하고 신나서 바로 트위터에 찍어서 올려버렸는데
그 소식은 뉴스와 신문을 도배할 정도로 파급력이 셌고, 당연히 ‘아버지의 사생활을 존중해라’라는 의견도 분분했음.
역풍에 자숙이라도 가졌던 것인지 ‘님들 곧 다른 것도 찍어서 올림ㅋㅋ’ 이런 트윗 올리던 데즈카 루미코는 2년 동안 별다른 언급이나 추가공개 없이 넘어가게 돼서 비밀 야짤더미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 즈음…
2년이 지나 2016년 말, 데즈카 루미코와 데즈카 프로덕션은 야짤 더미 중 수위가 너무 심각하지 않은 일부, 29점을 세상에 공개하게 됨.
이 글은 그 비밀 야짤을 최초공개한 문예잡지 “신초新潮”의 2016년 12월 호의 특집을 대충 번역한 것임.
작년에 경매로 샀는데, 매물이 꽤 있어서 구하기 어렵거나 비싸진 않았음.
잡지에 그라비아 페이지를 편성해서 데즈카 오사무의 야짤로 채웠고,
거기에 더해 일본의 작가, 평론가, 데즈카 딸의 해설과 에세이를 묶어 데즈카 오사무 작품의 에로시티즘을 주제로 한 특집을 편성했는데,
모두가 알고 있던 만신의 변태성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재밌는 특집. 글보다는 그림이…
데즈카 루미코는 분명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예를 생각해 공개해도 되는 수위의 것들만 공개했다’고 했는데,
내가 예전에 몇 개 찍어서 만갤에 올렸다가 알바가 글삭하고 갤로그 일주일 차단먹였던 적이 있어서 여기서는 에세이 일부랑 짤 모자이크 처리해서 올림
풀버전 & 무검열본은 댓글 쪽에 따로 링크 달아두겠음
(이하 모자이크본)
데즈카 오사무의 에로스
츠츠이 야스타카
(“시간을 달리는 소녀”, “파프리카” 원작 소설가)
오토모 쇼지(大伴昌司, 일본의 소설가)가 내게 비밀스럽게 말한 적이 있다.
“데즈카 씨는 남들 몰래 위험한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그 이야기는 머지않아 SF작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누구나 알게 되었는데 우리들은 그걸 별로 신기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화가라면 누구나 남몰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까닭이다. 단지, 나는 어느 정도로 위험한 그림인지가 약간 궁금하긴 했고, 약간이긴 해도 계속 신경 쓰고 있긴 했다.
호시 신이치(星新一, 일본의 국민 SF작가, 대표작 “기묘한 이야기”), 고마츠 사쿄(小松左京, 역시 일본의 국민SF작가, 대표작 “일본침몰”)를 시작으로, SF작가들은 데즈카 씨의 만화에서 때때로 느껴지고, 가끔은 강한 자극이기도 했던 에로스를 인정하고 있었고, 그것을 화제로 삼기도 했다. 예를 들면 “로스트 월드”의 두 미녀 식물인간 중 납치당한 모미지가 아세틸렌 램프에게 잡아먹힌 대목의 충격, “우주소년 아톱”의 여동생 로봇 우란이 보여주는 판치라, 가끔 추락 장면에서는 팬티가 대놓고 보이는 장면 등에서 느낀 성적 흥분은 또렷해서 데즈카 씨 본인과 만났을 때 “그건 에로틱했지요”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데즈카 씨는 매우 기쁜 듯이 “음. 그렇군. 그랬군요. 음음.”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때로부터 어언 40년,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동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장수한 덕분에 그 데즈카 씨의 위험한 그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극히 일부나마 “신초”지의 그라비아 면에 실리게 되었는데, 잡지사 쪽으로 보내진 것을 바로 보았다. 위험하다고 할 정도로 과격한 것들은 없었고 어디까지나 만화로서, 고상하고 귀엽게 그려진 것들이었다. 데즈카 만화에서 본듯한 기시감도 느꼈다. 에로시티즘의 방향성으로는 소생의 리비도에 가깝고, 대상 소망으로서 비슷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할 수 있었다.
벌써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소생, 베티 붑을 재발견하고 지나치게 심취해 16mm 필름을 사 모아 자기 혼자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극장을 대관해서 상영회를 연 적이 있다. 그 모임에 데즈카 씨가 나타났었다. 옛날부터 베티 붑의 팬이라는 걸 그때 처음 들었는데, 특히 ‘베티 붑 신데렐라(Poor Cinderella)’라는 작품을 보고 싶다고 했었다. ‘신데렐라’는 베티 붑 시리즈 중 단 한 편뿐인 2색 컬러 작품이었기에 그것을 보고 싶어한 것이었지만, 아쉽게도 당시 필름은 흑백 필름이었다. 나중에서야 비디오를 구해 볼 수 있었는데, 이건 반드시 2색 컬러로 봐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딱 들어맞는 아르누보 풍의 걸작이었다. 데즈카 씨가 봤으면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그 상영회 직후에 작고하신 게 유감스러울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우란과 마찬가지로 베티도 판치라가 자주 등장하고, 반중력 장면에서 팬티를 훤히 드러내는 장면도 있다. 베티는 한 시대의 섹스 심볼이었고, 미국 여성단체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 자숙을 해야 할 정도였다.
데즈카 작품에 등장하는 우란 같은 소녀들이 에로시티즘을 풍기는 원천 중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는 에로틱한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여자가 너구리나 고양이, 잉어로 변하기도 하고, 그렇게 변해가는 과정이 그려지기도 한다. 베티 역시 초창기에는 빔보라는 개를 애인으로 둔 암컷 개 캐릭터였다. 그 상영회 맨 뒷자리에는 데즈카 오사무, 중앙에는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소설가), 그 외에도 미나미 신보(南伸坊, “가로” 잡지 편집장), 모리 타쿠야(森卓也, 애니메이션 평론가)가 얼굴을 보이는 이상한 모임이었는데, 오에 씨도 베티의 팬으로 본인 작품에 등장시키기도 했는데, 빔보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데즈카 씨와는 종종 단둘이서, 혹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몇 번이고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물론 둘 다 젊었기 때문에 성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곤 했다. 우선 데즈카 씨의 의학박사 논문 주제부터 말하자면 “우렁이의 정자 세포에 대한 연구”이다. 그런 것도 포함해 내가 무턱대고 대화 중에 성교의 의미로 ‘섹스’라는 말을 연발할 때마다 그는 나를 바라보고 ‘섹스라는 건 성교를 말하는 건가요’라고 매번 확인했다. 그 패턴에는 진이 빠졌지만, 뭐 과학자로서 언어에 엄격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둘이 법대생에게 둘러싸여 환담을 나눌 때의 화두는 강간죄 성립과 손수건을 놓는 위치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데즈카 오사무가 프로덕션을 세워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에도 그의 상념과 소망이 상징처럼 담겨있는 듯하다. 아니마는 영혼, 애니멀은 영혼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 애니메이션은 움직이지 않는 것에 영혼을 불어넣어 움직이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에서 우란의 활약을 소생은 잘 알지 못하지만, 데즈카 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우란을 움직이고 싶겠지, 판치라나 팬티가 훤히 드러나는 장면을 만들고 싶었겠지, 소생은,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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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은밀한 향락을 접하고……
데즈카 루미코
(데즈카 오사무 장녀, 데즈카 프로덕션 이사 해먹는 중)
“오늘은 반나절에 걸쳐 니이자 스튜디오에서 아버지 서재의 책상을 정리하고 왔습니다. 작년에 프리 도뮨에서 전시했던 책상은 서랍 열쇠를 분실해서 계속 열리지 않는 상태였어요. 어떻게든 업체를 찾아서 여벌 열쇠를 만들고 책상과 로커를 무려 25년 만에 열어보았습니다! 보물 상자가 따로 없네요!”
대략 2년 전, 나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리고 아버지의 유품과 유작의 그림을 독단으로 업로드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에로틱한 컷이 잔뜩!’. ‘다나카 케이이치(데즈카 그림체로 쓰레기 만화 그리는 3류 만화가, 데즈카 루미코랑 좆목하는 사이)도 질릴만한 외설적인 일러스트도 있다’는 식의 선동 문구와 함께 일부를 공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죠. 그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제가 저지른 일의 심각성을 나중에야 느끼고 뼈저리게 반성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데즈카 오사무라는 아버지의 알려지지 않은 일면을 발견한 것이 기뻐! 이건 널리 알려야만 해! 이런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자물쇠를 연 로커에는 낡디낡은 원고봉투가 쌓여 있었고, 그중 한 서류 봉투에서 원고 용지 크기보다 작은 종이조각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유난히 요염한 친필 그림들이 잔뜩 그려져 있었죠. 그중에는 굉장히 노골적으로 외설적인 자세나 국부를 강조해서 그린 것도 있었는데, 저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데즈카 프로덕션의 스탭들은 “뭐야 이거…”하고 순간 주춤하고, 놀라고, 당황했습니다. 우린 뭔가 터무니없는 걸 발굴해버린 것이 아닌가.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그린 것인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만물박사로 통하는 자료실의 모리 실장도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습니다. 단순한 낙서치고는 너무나 세심하게 그려져 있고, 같은 테마의 그림이 여러 패턴으로 그려져 있는데, 확실히 야한 느낌은 있지만 저속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데즈카 오사무다운 유머와 센스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에 생동감이 가득했죠. 아마 아버지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굉장히 즐거워하셨겠지. 펜이 멈추지 않았겠지. 독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만화 원고와는 달리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충동과 망상에 몸을 맡기고, 자유롭게, 마치 어린 시절을 그림을 그리던 순수함 그 자체처럼. 그런 아버지의 두근두근거리는 한때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데즈카 오사무는 여성을 그리는 것을 꺼렸다고 합니다. 특히 에로틱하게 그릴 수 없다는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고뇌는 스스로 만화에 그린 적도 있었죠. 하지만 반대로 독자 입장에서 보면 데즈카 오사무가 그리는 여성은 충분히 야합니다. 단순히 여성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동물이나 소녀, 아톰에게도 에로함을 느낀다는 독자들이 넘칠 정도로 데즈카의 그림에는 성을 초월한 에로시티즘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아버지는 여성을 그릴 수 없다고 고민했는가? 정말? 그 의문은 이 발굴을 통해 조금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컷과 함께 잡지의 누드 그라비아를 스크랩한 것, 코지마 코(小島功, ‘만화가 제일의 선묘’라 불리는 원로 만화가. 요염하고 야한 여자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 선생님이 그린 여성 캐릭터, 나가이 고 선생님이 그린 야한 장면을 스크랩한 것도 나왔습니다. 또 오려낸 그라비아를 바탕으로 바탕으로 여성의 신체 라인을 위에서부터 따라서 그려보기도 하고, 거기에 그림을 덧붙여 콜라주로 만들어보기도 하는 등, 그것들을 참고해서 나름대로 여체 라인을 습득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역시 아버지는 여성을 어떻게 하면 더 요염하게 그릴 수 있을까를 늘 의식하고, 어떻게든 그 표현 방식을 고안해내려고 이렇게 남몰래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 응용과 발전의 과정을, 그리고 그 노력이 어느새 자신의 즐거움이 되어버린 마음가짐을 이 수많은 컷들이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아동만화에서 청년만화로 성장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때로는 교육적 만화가의 포지션에 놓이기도 하는 데즈카 오사무입니다. 물론 그것은 작가로서의 한 부분일 뿐이고, 만화를 잘 아는 독자에게는 “아야코”, “MW(뮤)”, “인간곤충기”, “바르보라” 등과 같은 이른바 ‘블랙 데즈카 오사무’라는 작가성이 존재한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죠. 하지만 사람의 눈에 닿는 것을 전제로 그려진 것에는 어쩔 수 없는 포즈가 있습니다. 내면의 취사선택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게 된 대량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만의 은밀한 즐거움으로, 혹은 연습용으로 그려진 것들에는 데즈카 오사무의 날것에 가까운 마음속이 비쳐보입니다. 트위터에 업로드했을 때, “애써 숨긴 야한 낙서를 딸이 발견해 폭로하면 당황스럽지 않겠나”라는 코멘트가 여럿 달렸습니다. 아버지가 이걸 의도적으로 로커에 숨기고 있던 건지, 아니면 우연히 열쇠가 잠기게 된 것인지 지금에 와서는 어느 쪽도 확인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그걸 발견해버린 것이 아버지의 불운이라면 불운일 테죠. 그럴 운명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는 항상 “루미코 너는 정말 못 말리겠구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번에도 또 장난이 너무 심했다고 혼날 것 같네요.
아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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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메타몰포제의 매혹
츄죠 쇼헤이
(평론가)
이번 에로티카 특집이랑 같이 데즈카 오사무 만화 세계 분석하는 내용인데
이건 걍 댓글 링크에 있는 블로그에만 써두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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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습작에서 보는 묘선에 대한 고집과 표현력
하마다 타카유키 濱田高志
(기고가)
2016년, 데즈카 오사무는 만화가 데뷔 70주년을 맞았다. 사후 27년을 제외하면 생전에 프로로 활동한 기간은 43년이다. 그 기간 동안 데즈카 오사무가 그린 원고는 무려 15만 장. 또 만화 작품 집필과 병행하여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콘티와 원화, 박람회, 기업 광고를 비롯한 각종 매체용 일러스트 등 다른 분야의 작화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데즈카는 소설과 에세이 집필, 강연, 방송 출연 등의 활동도 활발히 했지만 역시 그 중심에는 어디까지나 이야기를 엮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있었다. 데뷔 전에도 방대한 양의 습작 원고를 그렸다고 하니,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야말로 데즈카의 인생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특집 ‘데즈카 오사무의 에로티카’는 그런 데즈카 오사무의 ‘에로스’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본지의 이번 호에는 드물게 그라비아 페이지가 마련되었다. 게재된 소묘는 최초 공개되었는데, 이것들은 발표를 전제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애초에 무엇을 위해 그렸는지 알 수가 없는 그야말로 습작이라 부를만한 물건이다. 이것들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2년 전의 일. 데즈카 서재에 놓인 열리지 않던 사물함에서 서류봉투에 담긴 종이 뭉치가 발견되었고, 그걸 데즈카의 장녀인 데즈카 루미코 씨가 트위터에 그 일부를 올리자마자 곧바로 뉴스에서 대서특필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다른 작품들은 공개되지 않았고, 전모를 알 수 없는 채로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중, 올 봄, 데뷔 70주년을 맞아 본지에서 특집을 기획하게 되었다. 특집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던 중,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데즈카 작품 중 본지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에로스’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원래 문학에서 에로스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그 에로스를 담은 소묘에 대해 문예지만의 검증이 가능하지는 않을지. 무엇보다 데즈카 작품에는 에로스를 소재로 한, 혹은 그것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여럿 있다. 어둡고 에로틱한 소재를 다룬 “우왕좌왕 지레타”(68)를 필두로 후스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색드립을 담은 “최저 초대석”(69) 시리즈, 성교육 만화인 “자포자기 마리아”(70), 생명의 수수께끼와 성의 신비, 그 본능과 욕망을 그린 “아폴로의 노래”(70), 그리고 “지구를 삼키다”(68), “I.L”(69), “인간곤충기”(70), “아야코”(72), “바르보라”(73), “MW”(76), 그리고 유작이 된 네오 파우스트(88)까지 극중에 성묘사가 적나라하게 그려진 청년 만화가 수두룩하다. 그러나 정작 데즈카는 너무나 자주 “나는 여성의 몸을 그릴 수 없다”고 얘기하며 그것이 콤프렉스라며 스스로 밝혔다는 얘기가 있다. 과연 그럴까. 앞서 언급한 열 소묘들이 그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되지 않을지.
그 후, 루미코 씨와 신중하게 협의를 거쳐 그 소묘의 일부를 여기 공개하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이것들은 발표를 전제로 그려진 것이 아니다. 그런고로 개별 작품명도 없고, 선정의 목적도 갖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습작이라는 해석 아래 데즈카의 창작 과정을 알 수 있는 단서로 공개하는 것이다.
2년 전 일괄적으로 발견된 소묘의 수는 약 200점. 대부분이 복사용지에 가까운 얇은 종이에 그려져 있으며, 그중에는 다소 두꺼운 화선지나 애니메이션 동화 용지에 그려진 것도 포함돼 있었다. 아무렇게나 접힌 것들이 많아 펼치면 금방이라도 접힌 부분을 따라 찢어질 것 같은 것, 이미 찢어진 것, 가장자리가 바스라졌거나, 원래부터 가장자리에 그려진 것, 그것들을 테이프로 붙인 것 등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었다. 종이가 누렇게 변색된 정도에도 차이가 확연해서 서로 다른 시기에 그려진 것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소묘가 인간 여성이 동물이나 자동차 등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인데, 이것이 바로 데즈카 오사무가 평생 추구했던 주제인 “메타몰포제”이다. 매끄럽고 유기적인 선이 절묘한 형태를 만들어내며, 화려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품격이 느껴졌다. 앞에서 데즈카가 했다는 말을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그라비아 페이지에 게재된 쥐나 너구리로 변태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 변태가 반복적으로 그려져 있고, 각각에는 말풍선이 붙어 있다. 그래서 언뜻 특정 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역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몇몇 캐릭터나 그렸던 시기를 짐작할 수 있는 요소를 갖춘 것이 있기 때문에, 본고에 병시하고 간단한 해설을 덧붙이고자 한다. 덧붙여 본고에서 언급하는 시기나 다른 작품과의 연관성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그림A
순서대로 살펴보면, 여성이 뱀으로 형태를 바꾸는 그림 A는 콧날의 묘사로 미루어보아 처음에는 “주간 탐정 등장”(59) 무렵에 그려진 것으로 짐작했지만, 머리와 몸의 밸런스로 보아 데즈카의 청년, 성인용 작품 제1탄인 “지구를 삼키다”(68)와 같은 무렵에 그려진 것으로 추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바꿨다. 이 작품의 히로인인 제피루스를 연상시키는 표정과 머리 모양에서 그렇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다른 근거로 이듬해인 1969년 6월에 데즈카가 총감독을 맡아 개봉했던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니메라마”의 첫 번째 작품인 “천일야화”에 이 그림과 거의 같은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극중 요염한 미녀가 뱀으로 변신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인데, 크레딧에는 없지만 원화는 데즈카 본인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이 작품에 동화 스태프로 참여한 애니메이터 코바야시 준지(小林準治) 씨에 따르면 데즈카는 그 외에도 본편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지니가 사자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장면의 원화도 그렸다고 전했다. 소묘를 그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직접 움직이게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림B
참고로 인간이 뱀으로 변신하는 모습은 그 이전의 데즈카 작품에도 등장하는데, 그림B가 그 예시이다. “나는 사루토비다!”(‘망가왕’ 60년 1월호 부록)의 한 컷으로, 히로인 오사이가 구렁이로 둔갑하는 장면이다. 그림A와 나란히 놓고 보면 세 번째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캐릭터는 본편에서 이 외에도 새, 용, 말 등의 다양한 동물로 변신했다. 데즈카는 이 작품이 꽤나 맘에 들었던 건지 연재 종료 후 20년이 넘은 1982년, 자신의 전집에 수록할 때 많은 페이지를 완전히 새로 그려 넣었다.
그림C
그림D
그림 C는 앞서 얘기한 “나는 사루토비다!”의 주인공 사루토비 사스케와 소나무로 변신한 오사이가 그려진 것으로 말풍선에는 “과연 이게 소나무로 변신한 오사이쨩인가”라고 적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그려진 두 사람의 비율을 보면 연재 당시의 그림과는 다른데, 이는 아마도 앞서 서술했던 전집 단행본용으로 새로 그릴 때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두 사람이 그려진 소묘는 여러 장이 남아있는데, 거기에는 팔등신으로 두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연필 터치로 미루어보아 그림 D도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림 E
그리고 그림 E는 일본 최초로 2시간짜리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100만년 지구여행 반다 북”(78)의 극중 장면으로, 주인공 반더와 변신반지로 변신한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미무르이다. 이건 애니메이션 제작 당시 아이디어 스케치일 것이다.
이외에 특기할만한 사항으로는 이 그림들과 같이 서류봉투에 들어있던 스크랩들의 존재가 흥미롭다. 여러 장이 있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코지마 코의 “선인부락”과 이시카와 켄의 “지라이야 인법서”이다. 둘 다 잡지에서 찢어낸 페이지들이었는데, 전자는 연재기간이 워낙 길어서 언제 것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후자는 1981년 12월 ‘주간 플레이보이’에 단기 연재된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코가 신이치(古賀新一), 나가이 고 작품의 스크랩도 있어서 데즈카는 그들이 그리는 여성이나 괴물의 묘선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남겨진 물건들로부터 데즈카가 얼마나 묘선을 사랑하고 동시에 연습을 거듭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르지만, 데즈카는 그 재능에 안주하지 않은 끝없는 노력가였다.
https://aleksi.tistory.com/128
무검열&풀버전
링크 (비번 국룰)
사람에 따라 충격적인 그림일 수 있으니 주의
어떻게 들어감? 아예 막혔는데?
비번1111
덕분에 귀한자료 보는것 맞지만...진짜 하 남일이긴한데ㅋㅋ....꼭 공개해야만했냐!
실베고로시 당하기 딱 좋은 글이네
저런 형태변환? 페티시는 어쩌다 생기는건지 참 신기함..
너무재밌네 고맙다
몇십년 쿨타임으로 조지는 이게 진짜 고로시네 ㅋㅋㅋㅋㅋ
수십년 전에도 이런 상상력 가지고 있었구나
괜히 만신이라고 불리는게 아니네
공개 안된건 어느정돈데
신체변형물은 좀 빡센데...
이것이... [만력]!?
진짜 개또라이긴 해..
한국이였으면 여초커뮤니티에 박1제되어서 그저 한남으로 조리돌림 당했을텐데..
그냥 단순한 퍼리라고 생각했는데 어질어질하네
이 책의 교훈: 자신의 작업물은 사망 후 자동으로 폭파되는 서랍/하드디스크에 보관하시오
딸이 죽으면 먼저 가있던 데즈카가 마중나와서 줘팰듯
이게 수위가 심각하지 않은거면 심각한건 대체..
히토미에 가끔 올라오는 ㅈ같은 거랑 비슷해서 신기하네
도대체 뭐냐...
아버지를 고로시;;;
변형 왜이렇게 좋아하는거야
ㅈㄴ 신기하고 창의적이네 진짜 밥먹고 만화만 그려야 이런 상상이 가능한듯
이게 심하지 않은거면 심한건 대체 뭐였던건데
(선생님의 변태취향콘)
역시만신 - dc App
외장하드 정리의 중요성
만신고로시
퍼리 수인 정도가 아니라 진짜 개빡센 신체변형이잖아...
안베 너 까불지마
와 요가포즈는 진짜 기괴하네
크아아아아악
아빠 미안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기괴하다
불효다 불효
이런거 공개하면 딸래미 꿈에 안찾아오냐?
잊혀질때쯤 기습 고로시 ㅋㅋㅋ
이정도면 토가시 서랍도 한번 뒤져보고싶은데
오 - dc App
아니 그냥 퍼리가 아니었네ㅋㅋ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