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들어 업무량 증가와 그에 비례한 수면량의 동반상승으로 인해 만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최근에 읽은 책들인데 이번 기간에는 요리, 음식에 관련된 신간이 많이 나왔다. 식객의 경우에는 발매 20주년을 기념으로 우리술에 관련된 취재와 에피소드를 담은 것이라 신간으로 보기 좀 애매하긴하다.
이번에 읽은 일하지 않는 두사람에서 찍은 장면이다. 신랄한 악평이 사람들 뇌리에 쉽게 남겨지지만 그럼에도 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 만화를 읽으면 월만갤에 기록겸해서 후기를 적는데 나의 감상 또한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에 읽은 인상적인 작품들을 적어본다.
술 한잔 인생 한입이 50권을 맞이했다. 작품 그림체가 단순하고 흔히 먹방이라고 하는 식사 자체에 대한 묘사는 별로 없기 때문에 보면서 식욕이 생기는 같은 소재의 다른 만화들 같은 특징은 없다. 대신에 음식에 관련된 예절이나 역사, 명절이나 풍습과 같은 식문화 전반이나 시시콜콜한 얘기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AK 출판사의 책답게 텍스트량이 많다. 그중에서도 술 한잔 인생 한입은 두드러지게 많을뿐더러 그 종류가 다양하다. 책마다 한장 정도의 서문으로 시작되며 에피소드가 끝날때마다 해당 에피소드에 대한 작가의 논평이 담겨있고 그것과 별개로 1권당 2개 정도 작가의 취재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 후기에는 작가의 지인들이 책을 읽고 남긴 감상이 적혀있다.
(50권에서는 체어링과 덴푸라 만들기가 적혀있다.)
권수가 제법 쌓이면서부터는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유형이 잡혀있다. 예를들어 소다츠가 혼자서 술을 먹는 상황, 큰아버지 댁에 놀러가는 경우, 직장 동료들과 술을 먹을때, 친구들과 술을 먹을때 등등. 먹어치우고 감탄하고 끝나는 패턴이 단순한 요리만화에 질렸거나 요즘들어 흔히 TMI라고 일컫는 일본 문화에 대한 자잘한 이야기들이 궁금한 사람들 또는 평상시에 수필을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무사시노 윤무곡이라는 신간이다. 카와치 하루카 작가의 작품인데 세키네씨의 사랑, 여름눈 랑데부, 사연을 환영해요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삼양출판사를 통해 소개되었는데 이번에는 서울미디어에서 정발되었다. 대략적인 내용은 열살차이 나는 이웃 누나인 타마키를 예전부터 짝사랑해온 류헤이, 하지만 타마키는 류헤이를 의식조차하지 않고 어느날 우연히 집에 방문한 재단사 키누가사에게 반하게 되면서 생기는 일화를 담고 있다.
그동안 작가가 그려온 작품세계와는 다르게 인접한 거리에서 서로 맞닿지 못하고 복잡하게 꼬여버린 연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아직 2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상술한 류헤이, 타마키, 카누가사의 삼각관계뿐만 아니라 타마키의 동생을 타마키의 친구가 짝사랑하고 있고 이혼남인 키누가사의 전아내 문제 등 케케묵은 감정이 얽히고 섥혀서 상당히 이야기의 밀도가 높다. 복잡하게 꼬인만큼 과열된 이야기를 한겹씩 풀어나가면서 각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음미하는 과정이 즐거운 작품이다. 때문에 읽는 독자의 나이가 좀 있어야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그동안 책이 크게 나왔는데 이번에는 작은 사이즈로 나와서 읽기가 편해졌다.
꼼꼼하고 자기관리에 치밀한 변호사 시로와 친절하고 정많은 성격의 미용사 켄지, 두게이의 동거생활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21권이 나왔는데 주로 일상과 요리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기 때문에 21권에 달하도록 스킨십이 묘사되는 경우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놓고(?) 읽어도 좋은 작품이다. 동성애 작품에서 흔히 다루는 복잡한 연심의 관계와 작용보다는 부모님에게 관계를 인정받는 어려움이나 동성애에 대한 각자의 스탠스 차이에서 오는 입장차이, 노후에 대한 대비등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지루하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내용의 상당수가 요리와 그 레시피에 대해서 나오는데 대놓고 레시피가 적혀있지만 150권이 넘다보니 갈수록 다양한 재료와 복잡한 과정을 요구하는 아빠는 요리사보다 접근성이 좋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보고 따라서 할 수 있는 수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동성애라는 소재에 자주 노출이 되기 마련인데 호기심이 생겨서 그에 관련된 작품을 읽고 싶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
힘내서 남은 신간들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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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물딱지게 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