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나이가 들면서부터는 재야의 종소리가 울리기 전에 잠을 청하고 떡국도 먹지 않으며 심기일전해서 신년목표를 세우는 일도 없다. 이런 자신에게 별다른 불만은 없지만 근성론이 팽배하던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지라 반사적으로 개선의지를 느껴 의식전환에 도움이 될만한 작품을 찾다가 본작을 구매해서 읽었다.
블랙잭 창작 비화는 제목만 놓고보면 '데즈카 오사무가 어떻게 영감을 얻어 블랙잭을 창작하게 되었고 캐릭터 디자인이나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극화가 유행하는 풍조 속에서 저조해진 인기로 위기상황에 빠진 데즈카 오사무가 블랙잭으로 부활하는 '무렵' 즉 그 시기를 기점으로 주변인들 증언을 통해 데즈카 오사무의 일화를 늘어놓는 전기 형식의 작품이다.
때문에 데즈카 오사무뿐만 아니라 편집장, 담당 편집자, 어시스턴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소개되며 각각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블랙잭 연재 당시의 데즈카 오사무를 조립해 나간다. 자기 작품을 전부 외워서 국제전화로 어시스턴트 들에게 작화를 명령하는 천재성이 나타나기도 하고 작업 도중 초콜릿을 사오라고 명령하거나 특정지역의 음식이 먹고 싶다는 둥의 기행적인 면모도 보이며 미완성된 연재분이 촉박한 일정탓에 연재잡지에 그대로 실리자 분해서 눈물을 흘리는 열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본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테마는 바로 그 열정이다. 데즈카 오사무는 서로 다른 일화에서 "목숨을 걸어주세요"라는 공통된 대사를 많이 내뱉는다. 데즈카 오사무는 그림을 빠르게 그려나가는 편이었지만 동시에 여러작품을 그렸기에 작업량이 많았고 같이 작업하던 어린 어시스턴트들이 철야작업 중에 잠에 빠졌다가 정신을 차렸을때도 계속해서 작업중이었을 정도로 정열적이었다. 데즈카 오사무 뿐만 아니라 데즈카 오사무와 관계된 담당자, 편집장, 어시스턴트등 다양한 사람들도 조명이 되는데 아날로그 시대에 만화를 연재시키고 출판하던 이들도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 있었고 그 독특한 개성과 열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성실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다만 학생때 읽었던 만화 닥터 노구찌가 거짓으로 범벅이된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이 작품도 윤색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특히 데즈카 오사무의 애니메이션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루면서도 데즈카 오사무가 적자를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정착시킨 애니메이터들의 저임금 문제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고 칭찬일색의 용비천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데즈카 오사무의 작품을 흠모하기 때문에 굉장히 즐겁게 읽으면서 리마인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과거와 달리 삶의 성공방식이 바뀌면서 노력의 가치가 많이 희석되었지만 그래도 노력은 멋지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이루는 신년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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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문제는 그거 과장되었다는 반론도 꽤 많음 무엇보다 그 논란 출처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말도 제작비 문제를 지적했지 직접 저임금 착취로 이어졌단 내용은 아니고 정작 무시 프로덕션 출신들 중에선 착취 건으로 데즈카를 비판한 사람들이 없음
그렇구나 좋은의견 감사! - dc App
오히려 무시 프로덕션은 임금 잘 준 편이고 오히려 방만운영 때문에 망했다 소리 나왔을 정도였다고 함 그와 같이 일했던 사람들의 증언도 돈독에 오르거나 악질인 거와 거리가 멀고